[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묵계월 명창의 타계 5주기 추모음악회가 3월 28일 저녁, 국립국악원 예악당 에서 열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러한 음악회는 스승에 대한 예술적, 또는 인간적 존경심이 두터운 제자들의 정성이 모여서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묵계월의 본명은 이경옥이고, 1921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집안이 가난했던 탓에 묵 씨네 집으로 입양을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그는 권번의 소리선생, 주수봉(朱壽奉)에게 배우며 본격적으로 소릿길에 들어섰다는 이야기, 주수봉은 초창기 3대 명창의 한사람인 박춘경에게 배워 경서도 소리에 일가를 이루었으며 후에는 협률사(協律社)나 원각사(圓覺社) 등에서도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1930년대 전후, 권번을 중심으로 기녀들에게 소리를 가르친 경기지방의 잡가 명인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묵계월을 가르친 주수봉이라든가, 최정식, 원경태, 원범산 등이 있고, 좌창은 물론이고, 왕십리의 선소리꾼으로 이름난 이명길을 비롯하여, 이명산, 김태운, 탁복만, 탁연근, 엄태영, 김태봉, 유태환, 유개동, 김운태, 이광식 등이 있으며, 송서로 유명한 이문원, 그밖에도 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12일(금) 아침, 교토 시조 거리를 걷다가 만난 커다란 건물 벽에 설치된 꽃꽂이 앞에 발이 멈췄다. 보랏빛 서양란 몇 송이와 안개꽃 그리고 소나무로 꽃꽂이를 해둔 건물 외벽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 발걸음을 멈추고 감상하기 바쁘다. 가히 꽃꽂이(이케바나)의 나라답다. 꽃꽂이 작품이 있는 곳에는 무라카미 겐지의 시 ‘생명은 빛난다’도 걸려 있었다. 초목이 자라나는 모습 / 거기에 비추는 / 다양한 생명의 소중함 /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에 마음을 기대어 / 인생의 만남을 즐긴다. 일본의 꽃꽂이를 이케바나(生け花) 또는 카도우(花道, 華道)라고 부르는데 카도우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한 꽃꽂이라기보다는 수행의 의미를 내포한다고도 한다. 차도(茶道)처럼 도 ‘道’자가 붙으면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 짙다. 일본의 꽃꽂이는 불교의 전래로부터 그 시작을 보는데 부처에세 꽃 공양을 한데서 유래한다는 게 정설이다. 일본인들의 꽃사랑은 헤이안시대(794-1185)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수필집인 마쿠라노 소우시(枕草子) 등의 문학작품에도 등장할 정도로 일본의 꽃꽂이 역사는 1천년 이상으로 길다. 카도우(花道, 華道)는 무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까지 여러 회에 걸쳐 송서와 시창에 관한 이야기를 진행해 왔다. 송서는 책을 읽되, 음악적으로 고저를 넣어 읽는 형태이고, 시창은 한문으로 지은 시(詩)를 노래하는 지식인 계층의 소리라는 점, 현재 서울시 무형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나, 앞으로는 전국 시(市), 도(道)의 무형문화재로 확대되어야 하고, 나아가 국가문화재, 세계무형유산으로 그 가치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 특히 서울시는 송서의 책읽기 운동이나 시창의 시 읊기 운동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각 문화원 교양강좌의 개설이나, 경연대회의 주최, 구청별 시범학교의 선정 및 운영방안의 필요성을 제언하였다. 또한 책읽기나 노래 부르는 방법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심성이 황폐화 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어린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도 책읽기 지도가 중요하다는 점, 책을 읽되, 송서나 율창 형태의 독서생활화가 필요한 현실이란 점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고 묵계월 명창의 타계 5주기 추모음악회 이야기로 이어간다. 경기소리 예능보유자 임정란을 비롯한 그의 제자들이 스승을 기리며 정성껏 준비한 음악회가 지난 3월 28일 저녁,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서 <예맥 그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서 1977년에 나온 책으로 《역사독본(歷史讀本)》이란 책이 있다. 1977년 봄호(春號)로 펴낸 이 책은 일본의 신인물왕래사(新人物往來社)에서 나온 것으로 표지에는 《역사독본》 창간2호라고 쓰여 있다. 이 책을 만난 것은 20여 년 전 우연찮게 도쿄 진보초의 고서점가에서다. 특별히 이 책에 관심이 갔던 것은 ‘역대천황124대’라는 부제가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표지에는 122대 메이지왕(明治天皇)의 사진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차 보인다. 일본고대문화사를 전공하는 필자는 일본왕(天皇)의 역사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 이 책을 곁에 두고 수시로 읽고 있다. 약 300쪽에 달하는 이 책은 역대 일왕가의 행적을 일목요연하게 기록한 책으로 일왕의 뿌리부터 일본근대화의 아버지라는 명치왕(1868~1912) 때까지 일본인들도 모르는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특별히 권두 특별기고문은 ‘일본역사와 천황(日本歷史と天皇)’라는 제목으로 도쿄대학 사카모토 타로우(坂本太郞권) 명예교수가 썼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의 집필자들은 와세다대학의 미즈노 유(水野祐), 도쿄대학의 야마나카 유타카(山中裕),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궁중음악의 수제천과 같은 불규칙 장단, 그리고 무장단으로 불러 나가는 송서ㆍ 율창에서의 숨자리와 교감(交感)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교감이란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세계로 오랜 경험을 축적해 온 연주자들의 감각이 아니고는 이러한 연주나 제창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제까지 수차에 걸쳐 송서나 시창이 어떤 장르의 성악이고,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 소리인가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우선, 느린 박자로 부르는 무장단의 소리라는 점, 하나의 악구가 숨의 단위가 되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소리라는 점, 창법은 깊은 소리를 내는 육성(肉聲)과 고음의 가성(假聲)창법이 혼재되어 있다는 점, 선율 형태는 장인굴곡의 가락과 다양한 시김새를 구사하고 있는 점 등이다. 이러한 점에서 시조창의 형태와 유사한 노래임으로 단순히 타인의 소리를 듣고 따라 부르기만 되는 노래가 아니라, 정가의 창법이나 호흡법을 익혀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시창은 한문으로 지은 시(詩)를 노래하는 것으로 그 속에 담겨있는 뜻이나 의미를 이해하고 난 뒤에 불러야 하기에 누구나의 접근이 용이치 않았던 지식인 계층의 가락이었던 것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음력 3월 3일 삼짇날이다. 고려시대에는 9대 ‘속절(俗節)’이라 하여 명절의 하나로 지냈으며, 강남갔던 제비오는날, 삼질(삼짇날의준말), 삼샛날, 여자의날(女子), 삼중일(三重日), 삼진일(三辰日), 상사일(上巳日), 상제(上除), 원사일(元巳日), 중삼일(重三日), 답청절(踏靑節, 들에 나가 풀을 밟는 풍습의 날), 계음일(禊飮日, 액막이로 모여 술을 마시는 날) 같은 이름으로도 불렸다. 양의 수 3이 겹치는 삼짇날은 파릇파릇한 풀이 돋고 꽃들이 피어 봄기운이 완연하기에 이날은 봄에 걸맞는 모든 놀이와 풍속이 집중되어 있다. 삼짇날은 9월 9일에 강남으로 갔던 제비가 옛집을 찾아와서 추녀 밑에 집을 짓고 새끼를 치며, 꽃밭에는 나비도 날아든다. 이날 마을 사람들이 산으로 놀러 가는데, 이를 ‘화류놀이’, ‘화전놀이’, ‘꽃놀이’ 또는 ‘꽃다림’이라고 하며, 대개 비슷한 연배끼리 무리를 지어 가서 화전을 비롯한 음식들을 먹고 하루를 즐긴다. 또 이날 절에 가서 부처님께 공양을 드리기도 한다. 삼짇날의 세시풍속, 각시놀음과 제비집손보기 해마다 3월이 되면 여자아이들은 각시 모양의 인형을 만들어 요ㆍ이불ㆍ베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서는 지금 새로운 일왕의 연호(年号)인 '레이와(令和)'가 발표되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그제(1일) 오전 11시, 스가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새로운 연호 발표가 있었던 시각 NHK생중계는 19%의 높은 시청률을 보일 정도로 일본인들의 연호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이로써 일본은 지난 1989년에 시작된 '헤이세이(平成)'시대를 마감하고 레이와(令和)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번에 새로 쓰게 되는 연호는 서기 645년의 다이카(大化)로부터 시작해서 248번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2019년은 레이와(令和) 1년이 된다. 새로운 연호인 레이와(令和)는 일본 고전인 《만엽집(萬葉集)》에서 인용해서 지은 것이다. 그동안은 대개 중국 고전에서 따다가 만들었는데 견주어 이번에는 일본 고대의 문학작품에서 만든 것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새 연호인 레이와(令和)의 뜻은, 《만엽집》의 “梅花の歌三十二首の序文”에서 인용한 것으로 ‘영월(令月, 축하하고 싶은 달)의 부드러운 바람과, 매화의 향기를 찬양하는 노래 구절’ 속에서 고른 것이다. 뜻이 무엇이든 간에 대대로 중국 고전에서 연호를 짓다가 올해는 자국의 문학작품 속에서 고른 낱말로 연호를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박자가 아닌, 또 다른 시간의 단위로 <숨>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호흡은 비단, 정가나 민요, 송서ㆍ율창, 등 일부 성악에서만 강조되는 음악적 조건은 아니라는 점, 기악합주곡에도 해당되며 특히 <수제천>과 같은 불규칙 장단으로 이어가는 연주에서는 매우 중요한 음악적 요소라는 점, 송서나 율창도 박자와 장단이 불규칙적이어서 『숨자리』, 곧 호흡의 약속은 창자들 사이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앞에서 예를 든 수제천과 같은 불규칙적인 장단구조를 지닌 악곡들이나 또는 송서ㆍ율창과 같이 무(無)장단으로 이어지는 성악이나, 또는 춤에 있어서 숨을 쉬는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숨자리가 하나의 악구를 나타내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수제천 한 장단의 소요시간을 예로 들면, 가장 빠르게 연주되는 장단은 약 40초, 제일 느리게 연주되는 장단은 49초 정도로 <쌍-편>, <편-고>, <고-요>, <요-쌍> 간의 시간이 매 장단 다르다. 이처럼 일정한 박자에 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선율을 시작하고 맺을 수 있는 것은 호흡, 곧 한 장단을 몇 숨에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조선총독부는 1911년부터 유물유적 조사를 시작하여 1915년까지 한반도 전체에 대한 1차 조사를 했다. 이 시기는 고적이나 유물에 대한 특별한 현지 보존 또는 관리 규칙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적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중요 보물들은 발견자가 사적으로 슬쩍 챙겨도 아무도 지적할 사람이 없었다. 누천년 동안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각종 문화재급 보물들은 일제침략기에 무법천지로 일본인들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런 보물급 유물들을 마구 가져간 일본인 가운데 한 사람이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 1870-1964)다. 오구라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고적조사사업에 관련이 큰 인물이다. 그는 골동상, 경매, 도굴 등 닥치는 대로 조선의 문화재를 게걸스럽게 수집했다. 오구라는 일본에서 도쿄제국대학 법학과를 나온 이래 한국으로 건너와 경부철도주식회사에 취직했다. 철도회사 취직을 계기로 그는 현지시찰과 사업구상을 하면서 자본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가 큰돈을 번 것은 전기사업권을 거머쥐면서 부터다. 생각지도 못한 사업이 성공을 거둬 주체할 수 없는 돈이 모이자 그는 한국의 고미술품에 눈을 돌린다. 1920년 무렵부터 그는 닥치는 대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송서나 시창의 음악적 분위기는 정가와 유사하나, 가성(假聲-falsetto)창법을 허용하는 점에서 보면 시조나 가사창과 가깝다는 점, 가성창법이란 속소리를 쓰는 변칙의 창법으로 남창가곡에서는 금기시 된 창법이란 점, 발음법에서도 하노라, 하여라, 하느니, 등은 모두 허노라, 허여라, 허느니, 등의 음성모음으로 바꾸어 장중미를 강조한다는 점, 송서나 시창의 불규칙 장단과 악구(樂句)의 단락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은 호흡, 즉 <숨자리>라는 점, 등을 이야기를 하였다. 호흡은 비단 정가나 민요, 송서, 율창, 등 일부 성악에서만 강조되는 음악적 조건은 아니다. 성악 전반은 물론이고, 기악합주곡에서도 매우 중요한 음악적 요소이다. 특히 장단의 흐름이 일정치 않은 음악에서의 호흡은 그 중요성이 배가된다고 하겠다. 한국의 대표적인 악곡으로 널리 알려진 <수제천>이란 궁중음악이 있는데, 이 곡이 바로 불규칙 장단으로 이어가는 대표적인 음악이다. 원래의 이름은 정읍(井邑)으로 백제의 정읍사와 관련이 있으나 조선조 후기로 내려오면서 가사는 잃고 관악합주곡으로 전해오고 있다. 이 악곡의 악기 편성은 피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