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넷째 춘분(春分)입니다. 이날 해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 곧 황도(黃道)와 적도(赤道)가 교차하는 점인 춘분점(春分點)에 이르렀을 때여서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해가 진 뒤에도 얼마간은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이 좀 더 길게 느껴집니다. 춘분 무렵엔 논밭에 뿌릴 씨앗을 골라 씨 뿌릴 준비를 서두르고, 천둥지기 곧 천수답(天水畓)에서는 귀한 물을 받으려고 물꼬를 손질하지요. 옛말에 ‘춘분 즈음에 하루 논밭을 갈지 않으면 한해 내내 배가 고프다.’고 하였습니다. 또 춘분은 겨우내 밥을 두 끼만 먹던 것을 세 끼를 먹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지금이야 대부분 사람들이 하루 삼시세끼를 먹지만 예전엔 일을 하지 않는 농한기 겨울엔 세 끼를 먹는 것이 부끄러워 점심은 건너뛰었지요. 여기서 “점심(點心)”이란 말은 아침에서 저녁에 이르기까지의 중간에 먹는 곧 허기가 져 정신이 흐트러졌을 때 마음(心)에 점(點)을 찍듯이 그야말로 가볍게 먹는 것을 뜻했습니다. 하지만, 농사를 새롭게 시작하는 때, 일꾼들의 배를 주릴 수 없었기에 세 끼를 먹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밖에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연말 일이 있어 교토에 갔을 때 우에노 미야코 시인으로부터 책한 권을 받았다. 《한우를 사랑해요》라는 한글 제목의 책이었다. ‘한우를 사랑한다고?, 뭐하려고?, 먹으려고?’라는 궁금증에 돌아오자마자 책장을 넘겼다. 지은이는 농업 평론가이자 축산 학자인 마쓰마루 시마조(1907 ~ 1973) 씨로 도쿄대학 졸업 후 조선총독부 축산과장을 역임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귀가 솔깃했다. 경력으로로 보아 한국의 한우를 잘 아는 인물이다 싶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자니 짐작대로 마쓰마루 씨는 ‘한우의 매력에 빠진 사람’ 이었다. “‘우리 고장에는 시커멓고 키 작은 소가 많아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른 지방에서는 ‘이전에는 시커먼 소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 누렁소만 길러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의 소는 꺼먼 소로 와규(和牛)라고 하지만 한국소는 누렁소로 한우라고 한다. 지금 일본에 있는 누렁소는 한국에서 건너온 소로 한우는 우수한 소질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소인데 일본인들이 잘 알지 못해 주어진 보물을 몰라보고 무심하게 지내왔다. 목축학자로서 풍부한 소질을 가진 한우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일본의 소년소녀들 그리고 모든 일본인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앞에서 시창(詩唱)과 시조창(時調唱)은 박자가 느리며, 장중한 창법으로 부르는 것이 비슷하고, 각 구성음의 기능, 곧 요성(搖聲)이나 퇴성(退聲)의 자리가 동일하며, 시조창이나 12가사에 나오는 가락들이 시창에도 보이는 점에서 서로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나 시창과 시조, 양자가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노랫말인 시(詩)가 다르다는 점, 곧 시창은 7언의 한시이고, 시조는 3장 형식의 시조시란 점이다. 송서와 율창(시창)을 주전공으로 공부하면서 호흡과 소리의 기본이 튼튼해졌다는 이송미양은 한자 풀이를 통해 시의 의미를 되새기고, 발음에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하며 특히, 발성을 통해 호흡의 안정, 공명, 역동성의 유지가 가능해 졌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시창의 음악적 분위기와 악구의 단위를 결정하는 숨 자리에 관한 이야기가 되겠다. 송서나 시창의 창법을 관심있게 살펴보면 그 음악적 분위기가 흡사 가곡을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또는 영락없이 시조창을 부르는 듯하기도 하다. 또한 부분적으로는 12가사의 한 부분을 듣는 듯 같아서 마치 정가의 음악적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시조창이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연금수첩, 장애자수첩, 학생수첩, 모자(母子)수첩, 선원수첩, 치료수첩, 당뇨수첩……. 그러고 보니 일본처럼 다양한 수첩을 쓰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일본어에서 수첩은 테쵸(手帳)라고 하며 한국에서 쓰는 수첩(手帖)이란 한자보다는 ‘테쵸(手帳)’쪽을 많이 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첩을 만들어 쓰는 나라이다 보니 직업이 수첩평론가도 있다. 수첩평론가인 다케가미 다츠히코(舘神 龍彦)가 쓴 책 《수첩과 일본인(手帳と日本人》)(2018, NHK출판)이라는 책만 봐도 일본인들의 수첩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인을 가리켜 ‘수첩에 구속되어 사는 사람들’ 이라는 말도 들린다. 수첩이란 일정을 관리하는 데 편리한 것으로 사업가에게 수첩은 필수이다. 일을 원만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스케줄을 짤 필요가 있고, 심지어는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도 일정 관리는 필수이다. 육아수첩의 경우는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예방주사 일정이라든지 키, 몸무게 등을 기록해두는 수첩이며, 연금수첩은 노후에 꼬박꼬박 타먹는 연금을 기록하는 수첩이다. 그러고 보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수첩’은 일본인에게 필수품 가운데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수첩이 쌓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시창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 경포대, 만경대의 앞부분 소개와 함께 촉석루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촉석루>라는 한시를 시창으로 옮기는 소리꾼들이 많다는 점, 시조시가 창으로 부르기 위해 지어진 것처럼, 시창의 경우도 부르기 위해 한시를 지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 <촉석루>의 구성음은 黃(황, 솔)-仲(중, 도)-林(임, 레)-南(남, 미)의 4음과, 옥타브 위로 潢(황, 솔)-㳞(중, 도)-淋(임, 레)의 3음이어서 7음의 구성이란 점, 장단에 맞추지 않고 자유스럽게 숨으로 단락을 짓고 있는 점은 시조창과 구별된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시창과 시조창은 서로 어떻게 구별되고, 서로 다른 점은 무엇인가? 시창과 시조, 양자가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노래말인 시(詩)가 다르다는 점이다. 곧 시창은 7언의 한시이고, 시조는 3장 형식의 시조시를 노랫말로 쓰고 있어 서로 다르다. 노랫말 이외에 음악적으로도 다른 듯 보이지만 서로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얼핏 들으면 분간이 어렵기도 한 것이 시창과 시조이다. 나는 오래전에 「시조음악의 일반적 특징」이란 논문에서 평시조 음악은 黃(E♭)-仲(A♭)-林(B♭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셋째 '경칩(驚蟄)'이다. 경칩은 놀라다는 ‘경(驚)’과 겨울잠 자는 벌레라는 뜻의 ‘칩(蟄)’이 어울린 말로 겨울잠 자는 벌레나 동물이 깨어나 꿈틀거린다는 뜻이다. 만물이 움트는 이날은 예부터 젊은 남녀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은행씨앗을 선물로 주고받고 날이 어두워지면 동구 밖에 있는 수나무 암나무를 도는 사랑놀이로 정을 다졌다. 그래서 경칩은 토종 연인의 날이라고 얘기한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임금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籍田)’을 경칩이 지난 뒤의 ‘돼지날 (해일, 亥日)’에 선농제(先農祭)와 함께 하도록 했으며,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고대 유가의 경전 《예기(禮記)》 「월령(月令)」에도 “이월에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라고 되어 있다. 민간에서는 경칩에 개구리 알이나 도룡뇽 알을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하였으나 어린 생명을 그르치는 지나친 몸보신은 금해야만 한다. 또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즙을 마시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은 신학기가 4월인지라 지금은 초중고등학교의 졸업식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졸업식 모습이야 우리네 초중등학교 모습과 다르지 않지만 조금 색다른 졸업식으로 언론의 눈길을 끄는 곳도 있다. 기후현 다카야마시(岐阜県 高山市)의 한 중학교에서는 이른바 ‘졸업가마’가 등장하여 그동안 수고하신 선생님을 태워주는 행사를 해마다 열고 있다. 3월 5일 다카야마시의 히가시야마중학교에서는 졸업생이 만든 가마에 선생님을 태워 드리는 졸업식이 있었다. 신혼인 선생을 고려하여 웨딩드레스와 독특한 미소를 가마에 그린 학생들은 가마제작에 1달이 걸렸다고 한다. 가마를 탄 선생님 손에는 꽃다발이 들려있었는데 “학생들이 나를 주제로 가마를 만들어 줘 기뻤다.”고 소감을 말했다. 가마를 만든 학생들 또한 “선배들이 이어온 전통대로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가마로 표현했다.”고 했다. 그런가하면 기후현 히다시의 가와이소학교에서는 800년 전부터 이어온 전통 일본 종이로 만든 ‘세계에서 하나 뿐인 졸업증서’로 졸업식을 했다. 이 학교에서는 6학년 학생들이 지역에 내려오는 전통종이(和紙, 일본종이)로 졸업장을 만들어 해마다 졸업증서로 쓰고 있다. 보통 졸업증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 회에는 7언(言) 1구(句)의 한문시는 곳곳에서 볼 수 있으나 그 의미를 알기 어렵고, 시창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는 점, <송서ㆍ율창>의 보존회원들이나 <글 읽는 나라 문화제전>에 참가하고 있는 남녀노소 경창자들이 부르고 있다는 점, 한시의 암기는 창을 통해 가능한데, 창의 효과가 바로 시창이나 율창, 송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란 점을 얘기했다. 제3회 글 읽는 나라 문화제전에서 최고의 영예를 차지한 김형주 수상자는 깊은 내용 위에 가락을 얹어 부르면 마치, 하늘의 신선이 된 기분이라는 소감과 미래 시대의 주역인 어린이들에게 보급하는 것이 시급하며, 그 아름다운 가락은 정서적으로 차분해 져서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음악치료로도 손색이 없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벽파의 가창대계에 소개되어 있는 시창에는 경포대, 만경대, 촉석루, 만류무민, 영풍, 신추, 관산융마,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가 하면 서울시 예능보유자, 유창이 발매한 음반 속에는 영남루, 강능경포대, 죽서루, 효좌, 사친, 영풍, 만경대, 개천절노래 등이 담겨 있어 다양한 시창이 다양한 가락으로 전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2월도 어느새 가고 머지않아 봄기운을 전하는 3월이다. ‘3월’ 하면 한국인들은 ‘독립운동’을 떠올리겠지만 일본인들은 ‘히나마츠리’를 떠올릴 것이다. 히나마츠리란 여자아이들을 위한 잔치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퇴색된 느낌이다. 일본에서는 딸아이가 태어나면 할머니들이 ‘건강하고 예쁘게 크라’는 뜻에서 히나 인형을 선물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부터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이 풍습을 “히나마츠리(ひな祭り)” 라고 한다. 히나마츠리는 혹시 딸에게 닥칠 나쁜 액운을 없애기 위해 시작한 인형 장식 풍습인데 이때 쓰는 인형이 “히나인형(ひな人形)”이다. 히나마츠리를 다른 말로 “모모노셋쿠(桃の節句)” 곧 “복숭아꽃 잔치”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복숭아꽃이 필 무렵의 행사를 뜻하는 것으로 예전에는 히나마츠리를 음력 3월 3일에 치렀지만 지금은 다른 명절처럼 양력으로 지낸다. 히나인형은 원래 3월 3일 이전에 집안에 장식해 두었다가 3월 3일을 넘기지 않고 치우는 게 보통이다. 3월 3일이 지나서 인형을 치우면 딸이 시집을 늦게 간다는 말도 있어서 그런지 인형 장식은 이 날을 넘기지 않고 상자에 잘 포장했다가 이듬해 꺼내서 장식하는 집도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 이야기 한 율창과 시창은 한시(漢詩)를 율조(律調)에 올려 부르는 노래로 송서, 시창, 율창 등은 모두 소리를 내어 글을 읽는 독서성이나 낭송에서 출발하였다는 점, 판소리 춘향가에 나오는 어사가 된 이몽룡이 변사또의 잔치상에 들어가 지어 부른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 옥반가효만성고(玉盤佳肴萬姓膏), 촉루락시민루락(燭淚落時民淚落), 가성고처원성고(歌聲高處怨聲高)의 7언4구는 유명한 시창이란 점을 얘기했다. 이 시는 조선조 광해군 때 성이성이 지었다고 하는데, 이는 명나라에서 온 사신의 시를 고쳐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는 점, 벽파는 <관산융마(關山戎馬)>를 서도식 율창(律唱)이라 불렀는데, 이는 높은 청으로 속소리를 내며 비애조(悲哀調)가 섞인 서도지방의 시창이기 때문에 일반 시창과 구별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7언(言) 1구(句)의 한문시는 우리 주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전통가옥에는 거의 예외 없이 보이고 있으며,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글을 읽거나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더욱이 그 시의 의미를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