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옛날 히에이산에 있던 가난한 승려가 부처님의 계시를 꿈속에서라도 보기 위해 구라마사(鞍馬寺)에 기도하러 갔다. 그러나 7일간 정성껏 기도를 해도 답이 없자 다시 7일을 연장하고 또 다시 100일 동안 기도 정진에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원하던 부처님은 나타나지 않고 사자(使者)가 나타나 기요미즈사(淸水寺), 가모신사(賀茂神社) 등으로 자꾸 기도처를 옮기라고 해서 히에이산 승려는 기대를 걸고 사자의 지시를 따른다. 그러다 꿈에도 그리던 계시를 받는데(작품에서는 계시자가 부처라는 이야기는 없다) 승려에게 흰종이와 쌀을 내려주겠다는 소리를 들은 승려는 ‘그렇게 힘들게 기도를 했는데 고작 흰종이와 쌀이 무엇이냐 싶어 원망스런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 흰종이와 쌀은 생각과 달리 써도써도 줄어들지 않는 화수분이었다.” 이는 일본 중세의 설화집 《우지습유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 제6권 제6화 ‘가모신으로부터 신전에 바치는 흰종이와 쌀 등을 받은 이야기’의 요약이다. 이야기 끝에는 ‘신과 부처에게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느긋하게 기도 정진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말이 붙어 있다. 이와 같은 설화가 197화 수록되어 있는 일본 중세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퉁소 신아우보존회의 두 번째 정기 연주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퉁소 신아우는 함경남도가 무형문화재(보유자 - 동선본)로 지정한 종목이며 인접지역인 강원도 인제군 원통에서 연주회를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 분단 이후 퉁소 음악이 위기에 처하자, 뜻있는 국악인들이 한국퉁소연구회를 결성, 단절의 위기를 넘겼다는 이야기를 했다. 퉁소는 과거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연주되었지만, 남쪽보다는 북쪽이 더더욱 활발했으며 연주회는 거문고와 퉁소의 2중주, 김진무의 함경도 민요창, 퉁소 음악과 북청의 사자놀음 등이 청중의 호응을 받았다는 이야기, 평안도 황해도의 서도소리가 인천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것처럼, 함경도의 퉁소나 신아우 음악은 그 아랫마을인 강원도에서 보존, 전승해 나가다가 함경도 지방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지난해 11월 18일, 서울 종로구 있는 조계사 내의 한국불교역사 문화기념관에서는 송서ㆍ율창 경연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공식명칭은 <글 읽는 나라 문화제전>이었다. 국민 모두가 글을 읽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는 듯한 행사여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우리들은 이 책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 특히 차세대 여성들이 읽어주었으면 합니다. 젊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석을 달았으며, 책 끝에는 재일조선인, 피차별부락, 아이누, 오키나와, 아시아(필리핀, 스리랑카, 베트남)의 역사와 개인사를 하나의 연표로 정리해두었습니다. 이것은 기존의 일본사 연표와는 달리 일본사회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뿌리를 가진 ‘우리들의 역사’인 것입니다.” 이는 한 장의 흑백사진으로 재일(在日)의 역사를 말해주는 책 《가족사진을 둘러싼 우리들의 역사(家族写真をめぐる私たちの歴史:在日朝鮮人・被差別部落・アイヌ・沖縄・外国人女性2017, 도쿄출간)》에 나오는 머리말의 일부다. 이 책을 쓴 사람들은 모두 여성들로 24명이 집필자다. 집필자들은 황보경자, 김리화, 이전미와 같은 재일조선인과 일본인이면서 피차별부락 출신자들도 함께 이 책을 썼다. 피차별부락이란 과거 일본에서 ‘에타(エタ, 穢多)’라 불리는 천민, 전염병 보균자, 전쟁포로 등의 집단거주지를 얘기했으나 현재는 일본의 천민집단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나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재일조선인여성 단체인 ‘미리네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제5회 벽파 대제전에서 대상에 오른 홍주연의 이야기를 하였다. 그녀는 “선소리 산타령을 활용한 유아교육을 위한 교수법”이란 논문을 작성하여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산타령을 유아교육에 접목시키는 발상은 그 자체가 예사롭지도 않지만, 현장 실습의 경험이 없으면 다루기 어려운 주제일 수 있다는 점, 음악학습은 조기에 시작 되어야 한다는 코타이 교수법을 응용해서 민요를 다루되, 노래의 억양이나, 귀에 익숙한 음악적 요소들의 학습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산타령으로 유아의 창의성, 인지 발달의 감성, 언어의 활용, 장단과 발림, 리듬감을 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 그 결과 산타령은 학교, 직장,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체 정신에 따른 협동심과 사회성의 증진을 꾀할 수 있는 노래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아들에게 강조되고 있는 놀이중심의 음악 교육용으로 산타령의 활용이 매우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관계당국은 유능한 지도자들이 현장에서 지도가 가능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퉁소 신아우 두 번째 정기 연주회에 관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어제 14일은 일본의 “성인의 날(成人の日)” 이었다. 20살을 맞이하는 젊은이들의 잔치인 성인의 날은 1999년까지는 1월 15일 이던 것이 2000년부터는 1월 둘째 주 월요일로 정해 성인의 날 행사를 하고 있다. 성인의 날의 사전적 뜻은 “새롭게 성인이 되는 미성년자들이 부모님과 주위의 어른들에게 의지하고 보호받던 시절을 마감하고 이제부터 자신이 어른이 되어 자립심을 갖도록 예복을 갖춰 입고 성인식을 치루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여성들은 하레기(晴れ着)라고 해서 전통 기모노를 입고 털이 보슬한 흰 숄을 목에 두른다. 한편 남성들은 대개 신사복 차림이지만 더러 하카마(袴, 전통 옷)차림으로 성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이날 행사를 위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단장을 하는데 제법 돈이 든다. 화려한 전통 의상을 입고 성인식을 마친 여성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시내를 누비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외국인에게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일본의 “성인의 날”의 역사는 얼마나 되었을까? 성인의 날은 지금으로부터 73년 전인 1946년 11월 22일 사이타마현 와라비시(埼玉県蕨市)에서 실시한 ‘청년제’가 그 뿌리다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제5회 벽파 대제전에서 대상에 오른 홍주연의 이야기를 하였다. <벽파> 이창배의 아호를 붙인 대회로 상징적인 의미가 커서 출전자가 많았다는 점, 명창부의 대상은 경기산타령을 열창해 준 홍주연에게 돌아갔는데, 그녀는 유아교육 전문과정을 마친 사람으로 경기소리를 좋아해 성남의 소리꾼, 방영기 명창의 문하생이 되었다는 점을 얘기했다. 그녀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음을 간파한 방영기 명창은 대학 국악과에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전문 성악인의 길을 걷도록 권유하였고, 졸업 후에는 문화예술대학원에 진학하여 "선소리 산타령을 활용한 유아교육을 위한 교수법" 이란 논문을 제출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가 있겠는가! 대학원과정을 마치고 논문을 작성해서 석사학위를 받는다는 일도 그렇게 만만한 과정이 아님을 경험한 사람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소 늦기는 했어도 어엿한 전문소리꾼, 그것도 주위에서 부러워하는 석사 소리꾼이 된 것이다. 특별하게 그를 기억하게 되는 것은 그가 연구한 학위논문의 주제이다. 산타령을 유아교육에 접목시키는 발상은 그 자체가 예사롭지도 않지만, 현장 실습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노부의 병이 벚꽃 필 무렵에는 완전히 완치 되도록...” “합격 기원, 고베여학원 중등부” 이는 2018년 12월 24일, 교토 히라노신사(平野神社)서 만난 에마(繪馬) 내용이다. 에마란 일본의 절이나 신사(神社)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손바닥만 한 작은 작은 나무판에 소원을 적어 걸어 두는 것을 말한다. 에마는 개인의 소원을 적어 거는 소형 에마와 여러 사람(단체)의 소원을 거는 대형 에마가 있다. 쉽게 말하면 ‘소원을 적는 판’이라고 해야 할까? 이 소원판은 해당 신사나 절의 종무소 등에서 파는데 우리 돈으로 5000원(500엔) 정도한다. 에마(繪馬)에 적는 내용은 대개 결혼성사, 합격기원, 질병치료, 주택구입, 이사, 안산(安産), 취직 등등으로 보통 사람들의 희망사항이 적혀 있다. 《속일본기(続日本紀)》에 보면 절이나 신사에 살아있는 말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신메(神馬, しんめ)라고 하는데 말은 비싸기 때문에 보통사람들은 바치기 어려웠다. 한편 절이나 신사에서도 말을 시주로 받는 경우에는 관리가 어려워 말 대신에 나무나 종이 또는 흙으로 빚은 말 형상의 시주를 대신하게 되었다. 지금과 같은 에마(繪馬)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가곡의 역사와 특징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조선조 선조 때의 《금합자보》 속에 가곡의 원형인 만대엽(慢大葉)이 반주악기보와 함께 실려 있는 점으로 늦어도 16세기 말엽은 분명하다는 점, 그러나 실제로는 세조시대, 곧 15세기 중반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는 점, 이에 견주어 여창가곡은 19세기 중반에 나타났다는 점, 가곡은 성음(聲音)을 쫒는 노래가 아니라, 감정을 절제하여 사회를 정화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던 노래였다는 점을 얘기했다. 그 특징은 세련된 형식미, 선율의 유장미, 느리고 긴 장단형, 즉흥성을 배제하는 표현, 장식음이나 잔가락을 덜어내는 절제미, 창법이나 모음분리의 발음법에서 오는 장중미, 관현악과의 조화미 등이란 점, 가곡을 오늘에 이어준 공로는 수많은 가객들에게 돌려야 하는데, 특히 1920년대 이후 하규일로부터 이병성, 이주환, 박창진, 김기수 등이 배웠고, 그 뒤를 이은 홍원기, 김월하 등의 가곡 사랑이 후진들에게 전해졌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제5회 벽파 대제전 전국경창대회 이야기로 이어간다. 벽파대회는 지난해 11월 5(일), 벽파 이창배의 고향인 서울 성동구 소재의 문화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리 신문에 <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를 연재중인 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는 새해를 맞아 세종대왕이 잠들어 있는 여주의 영릉을 찾았다. 새해를 맞아 김광옥 명예교수와 ‘세종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편집자말) - 최근에 《세종 이도의 철학》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그 내용은 무엇인가요? “현재 세종 연구는 논문과 책 합쳐 대략 2,000여 편인데 ‘철학’이 들어간 글은 8편 정도다. 그리고 세종 연구에는 나름으로의 흐름이 있는데 정치철학이고 세종사상이라 할 철학서는 없다. 이번에 세종의 사상을 철학적 차원에서 보려고 세종이 말씀하신 용어 곧 개념어가 될 만한 말들을 전부 찾아 정리해 보았다. 그 결과 ‘생생의 길’이 드러나게 되었다. 사람은 늘 자기 하는 일에 업의식 곧 사명감을 가지고 새로워지는 변화를 가져야만 한다. 사람은 거듭나야 참사람이 되는 생민이고, 사물은 새로 나야 변역(變易)이 된다. 한 비유를 들면 유교 정치철학에서 왕과 백성 사이의 관계를 군주제에서는 신민(臣民, 신하와 백성)관계가 된다. 백성은 신하이거나 평민이다. 이후 사회가 발전하고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의 성(城)은 높고 크다. 그리고 우뚝 서있어 한 참을 올려다보아야 한다. 일본이나 독일처럼 성(城)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를 여행하다보면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이 우뚝 솟은 성인데 그곳은 대개 그 지역 관광의 중심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성으로 꼽히는 오사카성(大坂城)도 오사카를 찾는 이들에게는 필수 관광코스이다. 그렇다면 대관절 일본에는 몇 개의 성이 있는 것일까? 《일본명성도감(日本名城圖鑑)》에 따르면 일본에는 25,000개의 성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숫자 속에는 천수각(天守閣)을 갖춘 근사한 성도 있고 흔적만 남은 곳도 있어 성의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 성다운 성이라 하면 ‘일본100명성(日本100名城)’에 들어 있는 성을 들 수 있다. 현존하는 성 가운데 천수각이 잘 보존되어 있는 성은 효고현의 히메지성, 나가노의 마츠모토성, 시가현의 히코네성 등 12개 성으로 이들 성은 복원이나 수리하지 않은 상태로 천수각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풍신수길이 축조한 오사카성은 태평양전쟁 때 미군의 오사카대공습으로 초토화 되었다. 오사카성은 1945년 8월 14일 1톤짜리 폭탄이 천수각을 쑥밭으로 만들어 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