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도시의 민속, 특히 서울의 대중문화는 자체의 물질적인 토대도 없이 이러한 계급적인 모순을 안은 채 이식된 외래문화의 영향 속에서 형성ㆍ확대되었다.(중간 줄임) 대중들은 마당극 대신 신극이나 영화를 즐기고 민요나 창 대신 창가(唱歌)를 들었다. 1908년 이후 동물원과 식물원으로 개조되어간 창경궁에서 벚꽃놀이를 즐기게 된 것도, 전차를 타고 다방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벗을 만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도 도시의 대중들이 겪게 된 새로운 민속이다.” - 《신편 한국사》 ‘민속과 의식주’ - 봄이면 우리나라 곳곳에서 봄꽃잔치가 열리는데 그 가운데서 ‘벚꽃놀이’는 전국적으로 즐기는 꽃잔치의 하나로 자리 잡은 듯하다. 신문, 방송에서 날마다 벚꽃잔치 소식을 내보내고 있지만 썩 유쾌하지는 않다. 벚꽃이 일본의 나라꽃(국화)이기도 하지만 벚꽃놀이 풍습 또한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일본은 봄이면 하나미(花見)라고 해서 대대적인 벚꽃놀이를 즐긴다. 그 역사만 해도 나라시대(奈良時代, 710~794)로 거슬러 올라갈 뿐 아니라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노래집인 《만엽집(万葉集), 8세기》에도 벚꽃 관련 시가 43수나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재담꾼, 김진무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80년대 초부터 대학에서 탈춤반 활동을 하다가 북청사자 놀이의 일원이 되었고, 주로 점받치(의원)역할을 해 왔다는 이야기, 의원은 서울서 초빙된 전문인이고 지식인이기에 서울의 언어를 구사했는데, 생중계를 하던 해설자는“함경도 사투리가 어려워서 표준어를 구사한 것이 흠”이라는 평가를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사자놀이의 예능을 배우면서도 박동신, 지관용, 양소운, 김금화, 장용수, 김경복 등 서도의 명인명창들 소리를 흉내내어 그쪽 소리나 사투리도 매끄럽게 구사하고 있다는 이야기, 넋두리 춤이나 애원성 노래는 인정을 받을 정도로 잘 부른다는 이야기, 앞으로 정례적인 발표회와 함께 옛 자료를 통한 복원작업이나 연구발표, 전승자 양성, 교재발간, 작품발표회, 등으로 퉁소음악의 영역이 확대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부터는 궁중음악의 상징적인 악기로 인식되고 있는 편종(編鐘)과 편경(編磬)과 같은 유율타악기(有律打樂器)의 이야기와 함께 궁중음악에 쓰이는 다양한 악기들을 제작해 오고 있는 공예분야 무형문화재 김현곤 명인의 이야기를 소개해 보도록 한다. 공예분야는 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다섯 번째로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지닌 “청명(淸明)”이며, 내일은 설날, 단오, 한가위와 함께 4대 명절의 하나로 지냈던 한식(寒食)입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청명조(淸明條)의 기록을 보면, 이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며, 임금은 이 불을 정승과 판서를 비롯한 문무백관 그리고 3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줍니다. 이를 ‘사화(賜火)’라 하는데 수령들은 한식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지요.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寒食)이라고 했습니다. 농사력으로는 청명 무렵에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합니다. 청명은 농사력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하나로 날씨와 관련된 믿음이 많지요. 청명이나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그 해 농사가 잘 되고 좋지 않으면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점쳤습니다. 바닷가에서는 청명과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어종이 많아져서 어획량이 증가한다고 하여 날씨가 좋기를 바랐습니다. 이에 견주어 경남 사천에서는 청명의 날씨가 좀 어두워야 그 해 농작물에 풍년이 들고, 너무 맑으면 농사에 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바지의 해진 부분을 기우고, 갓끈을 갈아 끼우고, 손발의 세 곳에 뜸을 뜨는 등 길 떠날 채비를 하는데 벌써 마츠시마(松島)에 뜨는 달이 눈에 어른거린다. 살고 있던 암자를 남에게 물려주고 스기야마 산푸(杉山杉風, 1647~1732, 바쇼의 후계자)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는 일본의 하이카이 작가 마츠오 바쇼 (松尾芭蕉, 1644~1694)가 길 떠날 준비를 마친 모습이다. 하이카이(俳諧)란 에도시대(1604~1868)에 유행한 5.7.5조의 일본전통 시이다. 근세에는 하이카이로 불렸으나 메이지 시대에 하이쿠(俳句)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하이쿠는 상류층이 즐기는 와카(和歌)와는 달리 골계(滑稽, 익살을 부리는 가운데 어떤 교훈을 주는 일)를 표현한 시로 서민층에서 크게 유행했다. 하지만 마츠오 바쇼는 언어의 유희로 기울었던 하이쿠를 풍류와 풍자가 담긴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인물이다. “언제부터인가 조각난 구름이 바람에 떠밀려 가듯 자연의 흐름을 따라 길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항상 맴돌아 멀리 땅 끝에 있는 해변을 방황하며 걷다가, 작년 가을에 스미다(隅田) 강 언저리의 초라한 집으로 돌아와 한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퉁소 명수들의 음악놀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였는데, 함경남도 광천은 마을마다 즐겨 불 정도로 보편적이고 일반화 되어 있었던 악기가 바로 퉁소였다는 이야기, 마을을 대표하는 최고의 퉁소잽이들이 모여 겨루기 마당이 열리면, 멀리 다른 지방까지 가서 명인들을 초빙해 온다는 이야기를 했다. 두만강 넘어 연변 조선족 사회는 퉁소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여 자체적으로 <퉁소예술절>을 개최할 정도라는 이야기, 함경도의 옛 명수들은 신아우를 잘 불었는데, 그 선율이 활달하고 전투적이어서 용사들의 우렁찬 개선가와도 같이 들린다는 이야기, 사자놀이는 퉁소음악에 맞추어 가가호호 방문하며 액운을 쫒아내고, 가정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이야기, 김진무의 점받치 역할은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재담꾼, 김진무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기로 한다. 그는 80년대 초부터 원래 대학의 탈춤반 활동을 하던 탈꾼이었다. 당시 모 대학 축제장에서 신나게 탈춤을 추었는데, 이를 지켜 본 북청사자 놀이의 원로 보유자의 눈에 들어 본격적으로 이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인연으로 80년대 중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은 지금 생활고에 시달리다 음료수나 주먹밥 같은 물건을 편의점 따위에서 슬쩍 훔쳐 나오다가 걸리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와카야마현(和歌山県) 경찰은 올 3월부터 물건을 훔친 고령자를 행정기관에 연결하여 먹거리를 챙겨준다거나 하는 특별 관리를 하기로 했다. 그런 결론을 내린 까닭은 대부분 이러한 고령자들의 배경이 빈곤하거나 고립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기에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보살핀다는 것이다. 와카야마현(和歌山県)의 경우 지난해에 범법자로 검거된 1941명 가운데 65살 이상은 503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285명이 편의점 같은데서 물건을 훔치는 좀도둑이었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지 오래지만 형무소 안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일본 전국적으로 보면 65살 이상의 수형자는 전체의 12%를 넘었고 효고현 아카시시(兵庫県明石市)에 있는 고베형무소는 고령 수감자가 전국 평균보다 높은 16%나 된다. 바야흐로 형무소 안도 고령자들로 북적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형무소 측에서는 수형자의 건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출소한 고령자가 또 다시 형무소로 돌아오지 않도록 하는데 힘을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함경남도 광천마을의 마당놀이 이야기를 하였다. 마을 한 복판에 달집을 세우고, 달맞이 준비를 하며 풍물패, 퉁소꾼들과 함께 마을 별 춤과 노래, 무동춤과 칼춤 등의 원율놀이가 벌어진다는 이야기, 원래 이 지역의 칼춤은 미소년 2명이 여자 옷차림을 하고, 양손에 칼목이 꺾이는 칼을 쥐고 춤을 추며 반주음악은 퉁소잽이 약간명과 북잽이가 <영산회상>으로 반주한다는 점을 얘기했다. 칼춤의 민활성이나 용감성, 전투적 기백으로 보아 타지방과는 비교가 된다는 점, 여타의 다른 무용수들도 긴 손수건을 들고 장삼을 늘인 손목을 상하좌우로 피거나 젖히고 돌리기도 하는 손목 동작이 주가 되는 춤이라는 점, 이러한 춤사위는 함경도 지방 사람들의 용감한 성격에 어울리는 진취적인 형태라는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셋째 마당, 퉁소 명수들의 음악놀이 관련 이야기가 되겠다. 함경도 지역의 축제마당에는 어김없이 퉁소가 등장한다. 특히 명절 때가 되면 마을마다 퉁소를 즐겨 불 정도로 이 악기가 일반화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각 마을을 대표하는 최고의 퉁소잽이들이 모여 겨루기 마당이 열리는가 하면, 오락적이고 즉흥적인 음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학자이자 문인인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은 평소 매화를 사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죽 매화를 좋아했으면 세상을 뜨던 날 아침에도 ‘매화에 물을 주라’고 당부하고 떠났을까 싶다. 매화를 사랑한 퇴계는 손수 지은 91수의 매화시를 모아 ‘매화시첩’을 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도 매화를 사랑한 문인이 있을까? 동풍이 불거든 너의 향기를 보내다오. 매화여 ! 주인이 없다 하여 봄을 잊지 말아라. 이는 매화를 사랑한 문인이요, 학자인 스가와라노미치자네(菅原道真, 845~903)가 지은 시다. 매화를 사랑한 문인으로 널리 알려진 스가와라노미치자네는 다섯 살에 와카(일본 고유의 시)를 짓고 열 살부터 한시를 척척 짓던 신동이다. 교토의 기타노텐만궁(北野天満宮)에서 학문의 신이자 천신(天神)으로 받들어지고 있는 스가와라노미치자네는 그 조상이 신라계여서 더욱 우리의 관심을 끈다. 그 집안을 보면 신라왕자 천일창→ 일본 스모의 조상 노미네(野見宿禰)→하지(土師)→스가와라(菅原) 씨로 성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천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는 스가와라노미치자네는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간케분소(管家文草)》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보름달처럼 떠오르고 싶어라 당신의 눈물로 나의 손을 씻고 가끔씩 나의 창문을 두드리는 허전한 나뭇잎의 마음을 잡고 싶어라 새순은 돋아나는데 아장아장 봄볕이 걸어오는데 당신이 그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살고 싶어라“ 위는 원재훈 시인의 시 <춘분> 일부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넷째 춘분(春分)이지요. 봄이 열리는 춘분, 새싹이 돋아나고 아장아장 봄볕이 걸어옵니다. 당신이 그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살고 싶은 날입니다. 이날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해가 진 뒤에도 얼마간은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이 좀 더 길게 느껴지지요. 춘분은 겨우내 밥을 두 끼만 먹던 것을 세 끼를 먹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지금이야 끼니 걱정을 덜고 살지만 먹거리가 모자라던 예전엔 아침과 저녁 두 번의 밥 먹기가 고작이었지요. 보통은 음력 9월부터 이듬해 정월까지는 아침저녁 두 끼만 먹고, 2월부터 8월까지는 점심까지 세끼를 먹었습니다. 낮 길이가 짧은 탓도 있지만 일하지 않는 겨울엔 두 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춘분이 지나면 농번기가 닥쳐오기 때문에 일꾼들의 배를 주리게 할 수는 없었지요. 옛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퉁소신아우 보존회> 회원들이 남산 국악당 무대에서 재현한 정월 대보름 공연, 곧 함경도 광천지방의 마당놀이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함경남도 도민회장은 “실향민들의 전통문화가 분단이후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어서 다행이며 퉁소는 집안과 마을 마당에서 놀이형태로 이어졌는데, 이러한 전통이 남한 땅에서 전승, 보존된다는 것은 실향민들의 강인한 정신과 조상님들의 숨결이 같이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전국에서는 정월대보름에 달을 향하여 가족, 이웃, 마을의 평안을 빌며 주민의 화합을 도모하는 풍습이 전해오는데, 이러한 행사에는 고유의 노래, 음악, 춤, 연희가 중심이라는 이야기, 광천지방의 마당놀이 역시 주민들에 의해 연희되어 왔으며, 이를 ‘마당률’ 또는 ‘음률 논다’고 불렀다는 이야기, 퉁소신아우 보존회는 불놀이-원율-퉁소-사자마당, 등 네 마당으로 구분하여 연행하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각 마당별 내용들을 간단히 소개하는 이야기로 이어간다. 제1마당은 서막 형식으로 불놀이 마당이다. 지나간 해를 보내고 새해 농사를 준비하면서 온 동네 주민들이 모여 마을의 축제를 준비하는 마당이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