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어느덧 한 해가 기울어 12월도 중순에 이르고 있다. 이 무렵이 되면 일본사람들은 새해맞이로 바쁘다. 특히 설날을 음력이 아닌 양력으로 쇠는 까닭에 백화점이나 편의점 등에는 설날 선물을 미리 준비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선물 코너를 따로 마련해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백화점 입구 같은 곳에는 설날 가족들이 먹을 “오세치요리(お節料理)”를 미리 주문 받기 위한 임시 접수처도 분주하다. 한국인들이 설날에 해먹는 음식이 있듯이 일본도 설날을 맞아 먹는 음식이 있는데 이를 오세치요리(お節料理)라고 한다. 요즈음은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집 보다 백화점이나 인터넷 등에서 주문해서 먹는 가정이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주 후쿠오카의 한 백화점에는 오세치요리의 견본품을 즐비하게 선보여 고객들의 주문을 받고 있었다. 오세치요리에 쓰는 재료는 대부분 연기(緣起)라고 해서 음식 자체보다는 장수, 부자, 자손번영 같은 것을 의미하는 재료가 쓰인다. 새우는 허리가 굽을 때까지 장수하라고 쓰며, 검은콩은 인생을 성실하게 살고, 노란 밤조림은 황금색이 의미하듯 부자를, 청어알은 자손 번성을 뜻하는 식으로 재료 하나하나에 깊은 상징성을 새기고 있는 것들이 대부
범=[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지난주에는 벽파대상을 놓고 겨룬 제4회 전국국악경창대회가 지닌 의미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순수하게 경서도 좌창(坐唱)과 입창(立唱)만을 위한 대회였음에도 많은 출전자들이 모여 성황을 이루었다는 점, 전통성악 분야의 경창대회로는 시조와 판소리 분야가 비교적 활발한 편이고 경, 서도소리 쪽은 다소 침체되어 있다는 점, 벽파 이창배 선생을 기리는 학술모임을 계기로 추모 사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선생의 동상은 작년에 건립이 되었고, 벽파 경창대회는 올해로 4회째가 되었으며 기념관 건립 등은 남은 숙제라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벽파 대회는 상장의 훈격이 높거나 상금, 해외 연주여행이나 개인 발표회 등의 특전도 없음에도 출전자들이 대거 참여하였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벽파라고 하는 근대 경서도 민요의 대 사범을 기리는 상징성이 주요하게 작용되었고 아울러 대회의 운영이 비교적 공정하고 깔끔했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본 대회의 학생부와 명창부는 각각 9명의 심사위원들이 채점을 하였고, 대상 선정시에는 15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하여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를 했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경창대회야 말로 공개적으로 나타나는 채점 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오늘은 기모노를 입어 보는 날입니다. 저희는 사가여자단기대학(佐賀女子短期大學) 2학년입니다. 기모노 입는 것은 공부의 하나입니다만...” 형형색색의 기모노를 입은 어여쁜 여학생들이 재잘거리면서 구코가가(舊古賀家)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기에 무슨 날인가를 묻는 필자에게 여학생들은 그렇게 답했다. 구 코가가(舊古賀家)는 사가시(佐賀市)에 있는 옛 일본집으로 지금은 역사민속관으로 쓰고 있는데 사가지방의 옛 주택 형태를 보여주는 한편, 기모노 교실 등 공간이 필요한 일반인들에게 장소를 빌려주고 있다. 구 코가가(舊古賀家)는 코가은행을 세운 메이지시대의 실업가인 코가젠페이(古賀善平)가 살던 집이다. 코가 씨는 메이지 18년(1885)에 환전상을 시작한 이래 코가은행을 설립하여 큐슈의 5대 은행으로 키울 만큼 큰 규모로 성장시켰다. 지금은 민속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 집은 금융업으로 돈을 번 코가 씨가 은행 옆에 지은 주택으로 무사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당시로서는 고급 주택이다. 사가시역사민속관은 서울의 남산한옥마을처럼 사가시의 옛 집을 개보수하여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집으로 현재는 코가가(古賀家)를 비롯하여, 구우시지마가(牛島家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지난주에는 서해안 여인들이 부르는 갯가노래에 관하여 이야기 하였다. 인천 근해의 아낙네들이 갯가에서 굴을 따거나 조개를 캐며 부르는 노래에는 <군음>과 <나나니타령>이 있는데, 군음이란 자신의 처지를 한탄조로 읊조리는 소리이고, <나나니타령>은 장단이나 선율선이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흥겹고 정겨우며 친근감을 준다는 이야기, 선소리꾼이 선창을 하면 나머지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간단한 소리로 받는 메기고 받는 형식이란 이야기, 단순한 작업요라기보다는 선율구조가 유희요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노랫말과 장단형이 8장단에 맞추는 규칙적인 진행이란 점도 이야기 하였다. 후렴구는 <나나나나 산이로다. 아니 놀고 뭘 할 소냐>를 굿거리 8장단에 부르고 메기는 소리도 노래말과 장단의 말 붙임이 후렴구와 동일해서 8장단에 부른다는 이야기, 메기는 소리의 가사는 상당수가 있으나 그때그때 분위기에 따라 적절한 가사를 인용하며 즉석에서 재치있게 만들어 부르기도 해서 즉흥성이 강하다는 점, 여성들의 노래로 평소 생활 속에서 빚어진 가족이나 이웃과의 불편한 관계를 슬기롭게 해소하고 서로 서로 손을 맞잡게 되는 좋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교토는 지금 단풍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동복사(도후쿠지, 東福寺)는 단풍의 명소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특히 츠텐쿄(通天橋)에서 바라다보는 경치는 관광객들에게 최고 인기 장소로 이곳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초만원이다. 밀려드는 사람들이 앞 다투어 사진을 찍으려고 하다 보니 사고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동복사 쪽에서는 지난해부터 아예 이곳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이러한 주의사항을 어기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동복사 쪽에서는 한숨을 쉬고 있다. 천년고찰 동복사는 서기 924년 후지와라(藤原忠平) 씨의 보리사로 중세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대가람으로 성장했으나 명치정부의 폐불훼석(廃仏毀釈, 불교탄압)으로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 하지만 경내에 2천 그루나 되는 단풍나무가 늦가을에 붉게 물들어 일본 최고의 단풍명소로 찾는 이들이 많다. 많을 때는 하루 3만 5천 명 정도가 동복사를 찾는다고 하니 비명을 지를 만도 하다. 교토의 단풍은 동복사 뿐만이 아니다. 천년 고도(古都)였던 만큼 청수사(기요미즈데라, 清水寺)를 비롯한 숱한 절들이 일일이 열거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인천 근해의 뱃노래 중에서 어선 뱃노래와 시선뱃노래에 포함되어 있는 <닻감는 소리>, <노젓는 소리>, <바디소리>, <배치기>, <쟁기소리>, <간닦는 소리> 등을 소개하였다. 닻감는 소리란 출항을 위해 닻을 감아 올릴 때 부르는 소리로 작업요의 빠른 손놀림을 위한 특징답게 2~3개의 주요음이 주 구성음이고, 2박 계통의 간결한 리듬과 메기고 받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 노젓는 소리는 2인, 또는 4인이 나누어서 메기고 받는데, 메기는 소리에는 다양한 노랫말이 나오며 상호 격려의 내용이나 신세 한탄조가 많다는 점을 얘기했다. 바디소리란 그물에 든 고기를 배위로 퍼 올릴 때, 부르는 소리로 빠른 동작에 맞추어 빠르게 부른다는 점, 배치기는 배위에서의 선상 배치기와, 선주(船主)네 집 마당에서 펼치는 마당놀이 형태의 배치기가 있다는 점, 후자의 경우에는 북이며 장고, 징, 꽹과리, 태평소 등 신명을 울리는 모든 타악기들이 노래와 춤과 함께 벌어지게 되고 메기고 받는 형태라는 점, 시선뱃노래의 노젓는 소리는 음악적 요소가 풍부하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추운 겨울에는 온천이 그만이다. 화산활동이 많은 일본은 그 만큼 온천도 많다. 겨울로 접어들면서부터 부쩍 여행사라든가 호텔 업계를 중심으로 각 지역의 선호도 높은 인기 온천을 앞 다투어 소개하는 코너가 많다. 특히 2016년부터는 일본 온천의 활성화를 위하여 일본정부의 환경성(環境省)이 직접 나섰다. 환경성에서는 전국 지자체의 협력을 얻어 ‘온천과 자연을 살리는 지역의 매력 향상’이라는 주제로 ‘2016 온천 총선거’를 실시했다. 전국 단위의 행사로 열린 이번 행사는 전국적으로 1,434개소의 온천이 참여하여 환경대신상(우리로 치면 환경부장관상), 부문별상, 미디어상 분야로 나눠 인기 온천을 뽑았다. 말 그대로 ‘우리지역에서는 우리 온천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진 쟁쟁한 온천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2016년 일본 최고의 온천으로 뽑혀 환경대신상을 수상한 온천은 시마네현 마츠에시(島根県 松江市)의 다마즈쿠리온천(玉造溫泉)이다. 다마즈쿠리온천의 역사는 나라시대(710~794)까지 거슬러 올라가며。《이즈모국풍토기(出雲国風土記, 733년 완성)》,에도 나올 만큼 역사가 깊다. 다마즈쿠리온천은 숙박과 식사 2끼를 합쳐 1박당 1인요금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시월은 초겨울 되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소리 높이 난다 /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 다했구나 (중간줄임) 방고래 청소하고 바람벽 매흙 바르기 / 창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 수숫대로 울타리 치고 외양간에 거적 치고 / 깍짓동 묶어세우고 땔나무 쌓아 두소.” 농가월령가 10월령에 나오는 노래입니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무째로 첫눈이 내린다고 하는 “소설(小雪)”입니다. 소설 무렵 아직 따뜻한 햇살이 비치므로 “소춘(小春)”이라고도 부르지만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날씨가 많이 추워집니다. 따라서 곧 한겨울에 들 것이므로 서둘러 문에 문풍지도 바르고, 외양간에 거적 치고, 땔나무도 해놓습니다. 또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나 호박을 썰어 말리기도 하며 목화를 따서 이불을 손보기도 하지요. 또 겨우내 소먹이로 쓸 볏짚도 모아두면서 미처 해놓지 못한 겨울준비를 마저 합니다. 이때 감이 많이 나는 마을에서는 줄줄이 감을 깎아 매달아 곶감을 만드느라 처마 밑이 온통 붉은빛으로 출렁이기도 하지요. 한편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지난주에는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어 있는 <인천근해 갯가노래와 뱃노래>에 관하여 이야기 하였다. 서해안에는 어류자원이 풍부해서 인천 근해에도 어선들의 고기잡이가 활발했고, 썰물에는 마을 아낙네들이 갯가에서 조개 등 어패류를 채취하였는데, 육체적 노동의 과정을 노래와 춤으로 함께 하면서 이겨냈다는 점, 이러한 현상은 어업뿐 아니라 어초(魚樵)에서부터 논밭을 경작하거나 김을 매는 경운(耕耘)을 생업으로 삼는 민중들의 반려가 되었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인천을 중심으로 한 서해안 지역의 어업 관련노래에는 남정네들의 <어선 뱃노래>와 <시선 뱃노래>가 있고, 아낙네들의 <갯가노래> 등이 대표적이란 점, 어선 뱃노래에는 <닻감는 소리>를 비롯하여 <노젓는 소리>, <바디소리>, <배치기>, <쟁기소리>와 <간닦는 소리> 등이 포함되고, 시선뱃노래에는 <노젓는 소리>, 그리고 여성들이 부르는 갯가노래에는 <군음>과 <나나니타령>이 대표적이란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인천 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거리는 온통 은세계다. 들에도 산에도 나뭇가지에도 온통 흰 눈 세상인 나가노에 시마자키 도송(島崎藤村, 1872~ 1943)은 지인의 초대로 여행을 한다. 때는 크리마스 무렵이다. 나가노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일본의 지붕 나가노 지방은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다. 시카자키 도송은 그곳의 측후소에서 기사로 일하는 지인의 초대로 그곳에 머물면서 눈 덮인 마을과 그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스케치하듯 그려나간다. 물론 펜으로 말이다. 하루에 두 번이나 눈을 치워도 쌓이는 눈은 어쩔 수가 없다. 마을사람들의 일과는 마을 안팎에 쌓인 눈을 치우는 일이다. 여기저기서 눈을 쓸 때 휘날리는 눈보라가 마치 자욱한 안개 같다. 마을이 온통 흰 안개로 뒤덮이는 저녁 무렵, 작가는 방안에서 밖의 움직임에 귀를 종긋한다. 다각다각다각...일본의 나막신인 게다 발자국 소리가 나서 자신의 집에 찾아오는 손님인가 하고 예의 주시해보면 한갓 스쳐지나가는 행인들의 발자국 소리다. 작품에 나오는 짚신, 게다(일본 나막신), 마부, 마차, 호롱불, 측후소, 기차... 같은 낱말들이 정겹다. ‘치쿠만강의 스케치’를 읽고 있자면 메이지시대(1868~1912)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