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물일곱 가지 낱말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사람을 몸으로만 보면 누리 안에 잠시 머무는 한낱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야 옳다. 그러나 사람은 온 누리를 모두 받아들여 갈무리하고도 남을 만한 크고 넓고 깊고 높은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태어나는 그날부터 몸으로 온 누리를 받아들여 마음에 갈무리하면서 끝없이 자란다. 그러고는 스스로 ‘작은 누리(소우주)’라 뽐내기를 서슴지 않는다. 사람이 누리를 받아들이는 몸의 창문을 다섯 가지로 꼽는다. 얼굴에 자리 잡은 네 구멍 곧 눈과 귀와 코와 입에다 온몸을 덮고 있는 살갗 하나를 더해서 다섯이다. 이들 다섯 가지 창문이 누리를 받아들일 적이면 눈은 ‘보다’, 귀는 ‘듣다’, 코는 ‘맡다’, 입은 ‘맛보다’, 살갗은 ‘느끼다’ 같은 노릇을 한다. 이들 가운데서도 ‘보다’는 가장 많은 것을 받아들이는 창문이라는 사실을 세상 학자들이 두루 밝혀 놓았다. 게다가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 하는 속담은 ‘보다’가 가장 또렷하고 알뜰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열어 보면 움직씨 ‘보다’의 뜻풀이를 스물여덟 가지나 내놓았다. 게다가 ‘보다’가 다른 움직씨를 돕는 도움움직
- 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 2025-03-08 1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