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아내와 남편 사이, “여보ㆍ임자ㆍ이녘”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여보’라는 낱말을 모르는 어른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라도 너덧 살만 되면 그것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부를 때에 쓰는 말인 줄을 안다. 국어사전들은 “아내와 남편 사이에 서로 부르는 말”이라는 풀이에 앞서 “허물없는 사이의 어른들이 서로를 부르는 말”이라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여보’라는 말을 요즘에는 아내와 남편 사이에 서로 부르는 말로 많이 쓰지만, 지난날에는 ‘허물없는 사람끼리 서로 부를 적에 쓰는 말’로 더욱 많이 썼기 때문이다. ‘여보’는 본디 ‘여보십시오’, ‘여봅시오’, ‘여보시오(여보세요)’, ‘여보시게’, ‘여보게’, ‘여보아라’ 같은 낱말에서 ‘~십시오’, ‘~ㅂ시오’, ‘~시오’, ‘~세요’, ‘~시게’, ‘~게’, ‘~아라’와 같은 씨끝을 잘라 버린 낱말이다. 그런데 ‘여보’의 본딧말인 ‘여보십시오’, ‘여보아라’ 따위도 애초의 본딧말은 아니다. 애초의 본딧말은 ‘여기를 좀 보십시오.’나 ‘여기를 좀 보아라.’ 같은 하나의 월(문장)이었다. ‘여기를 좀 보십시오.’가 ‘여기를 보십시오.’로 줄어지고, 다시 ‘여기 보십시오.’로 줄어졌다가 마침내 ‘여보십시오.’로 줄어진 것이다. ‘눈을 돌려서
- 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 2025-04-12 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