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지금으로부터 근 140년 전 어느 한때 서울의 종각 인근에서 둥지를 틀었던 한 미국 청년이, 어둠에 잠겨가는 조선왕국을 바라보며 애상에 젖은 글을 남겼다. 밤이 오면 어두운 남산 꼭대기, 봉수대(烽燧臺)의 불꽃이 줄지어 신속히 꺼진다. 남산의 봉홧불은 이 나라의 가장 먼 곳으로부터 뻗어 있는 제4 봉수로(烽燧路) 의 마지막 봉화다. 그 신호로써 사람들은 오늘밤 온 나라가 평안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산 맞은편 궁궐의 임금은 왕국의 평화를 알리는 이 무언의 메시지에 안도하며 침전에 들 것이다. 잠시 뒤 도심의 큰 종에서 울려 나오는 부웅, 부웅, 부웅 소리가 나의 귓전에 닿는다. 사람들에게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는 뜻이며 밤에는 성문이 닫힌다는 신호다. 이 땅에 밤이 내리면 이처럼 봉홧불이 신호를 하고 큰 종이 밤공기 속에서 부웅부웅 소리를 내온 지 4백 년이 넘었다!( The signal has flashed out nightly, and the great bell has boomed thus in the night air nightly for more than four hundred years! ) 「출처: 카터 에커트(Cart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널리 알린 '한글맞춤법통일안'의 올바른 적용을 위한 표준어의 제정을 위해 조선어학회는 자주 쓰는 낱말 9,547개를 골랐고 1934년 온 나라 대표 40명으로 ‘조선어표준어사정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이를 통해서 조선어학회(지금의 한글학회)가 1936년 10월 28일 한글반포 490회 기림날에 표준어 낱말모음집 《조선어표준말모음》을 펴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말은 곳에 따라 다르고 신분에 따라 달라서, 이러한 말 가운데서 어느 하나를 가리어 표준말로 제정하지 않고서는 모처럼 규정한 맞춤법을 따를 수 없었지요. 본보기를 들면, ‘줍다[拾]’라는 말이 ㄱ이라는 곳에서는 ‘줍다, 줍고, 주워’로 쓰고, ㄴ이라는 곳에서는 ‘줏다, 줏고, 줏어’로, ㄷ이라는 곳에서는 ‘줏다, 줏고, 주어’와 같이 달리 쓰였습니다. 따라서 이 세 갈래의 말 가운데서 어느 하나를 표준말로 정하고, 이 표준말을 배움말 또는 공용어로 쓸 수 있게 하며, 이에 따라 맞춤법의 규정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그래서 펴낸 《조선어표준말모음》은 본문 122쪽, 찾아보기(색인) 117쪽 안팎으로 표준어 6,231개,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