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친구랑 왔으면 그냥 떠들다가 그냥 갔을지 몰라요. 하지만 엄마랑 와서 보니까 더 찬찬히 꼼꼼하게 보게 되어 좋았어요. 일본의 침략사를 실감하게 된 것 같아요” 인천 고잔고등학교 2학년 임시연 양은 인천관동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일제침략사전시회’를 둘러본 소감을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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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로 보는 일제침략전시관 내부 |
“텔레비전이나 드라마 등을 통해서 일제침략의 이야기를 대충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침략의 증거물들을 딸과 보게 되어 의미 깊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임시연 양의 어머니 김춘미 씨 역시 공출, 징집, 징용을 중심으로 한 이번 <자료로 보는 일제 침략사전>을 본 느낌이 남달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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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쇠뇌에 쓰인 구호성 표어와 포스터 |
지난 8월 14일부터 인천관동갤러리에서는 인천근대박물관 주관으로 일제침략기에 조선인의 삶을 멍들게 한 공출과 징집, 징병 자료전을 열고 있다. 공출의 경우는 쌀을 비롯하여 놋그릇, 수저, 솥단지 따위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목화솜이나 소나무 송진까지 공출 품목에 들어 있으며, 충청도의 한 기록에는 공출용 소나무 가지 숫자까지 기록해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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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신민임을 암기해야하는'황국신민서사(왼쪽)'와 시골집에 일장기가 꽂혀 있는 모습 |
좋은 송진을 얻기 위해서는 튼실한 소나무 가지를 꺾어야 할 것이므로 조선의 산은 점점 민둥산이 되어갔다. 그래서 일제는 “산에 나무를 심는 것도 애국”이라는 포스터를 만들어 곳곳에 뿌렸다. 그런가하면 어린이들이 배우는 국어(일본어) 책이나 여성용 계몽잡지 표지에도 “한반도 요새화” 라거나 “오늘도 결전, 내일도 결전” 같은 구호는 기본이고 천황의 충실한 국민임을 맹세하는 황국신문의 서사(誓詞)를 소학교 애들에게 집중적으로 강요했던 자료등도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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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미츠코시 백화점에 선보인 포스터 |
황국신민의 서사는 어린이의 학교 성적통지표는 물론이고 일장기를 담아두는 봉투를 비롯해 납세용 소책자나 조합통장 따위에도 새겨져 있다.
이번 전시물 가운데 눈에 자꾸 밟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어린이가 그린 널뛰기 그림이다. 어린 두 소녀가 널뛰기를 하는 이 그림 한쪽에는 일장기가 펄럭이고 있다. 어린이가 그린 그림에 일장기가 등장한다는 것은 강요된 학습 결과가 아니고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초가집 앞에 꽂혀있는 일장기 아래 앉아 있는 촌로의 모습도 당시 일제의 ‘일장기 강요’를 엿볼 수 있게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일제침략기 일본의 ‘조선인 길들이’에 혈안이 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어제 28일 국치일을 맞아서 그런지 학생 관람자가 많이 전시장을 찾았다. 지나간 역사지만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당시의 실상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이 올바른 역사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료로 보는 일제 침략사전>은 인턴관동갤러리에서 오늘(31) 5시까지 열린다.
<자료로 보는 일제 침략사전>
주최 인천관동갤러리
주관 인천근대박물관
*전시기간 : 8월14일(금)~8월30일(일) 금토일 10:00~18:00 개관
*인천시 중구 신포로31번길38 (관동2가4-10)
*전화:032-766-8660, www.gwand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