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재즈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로 새 옷을 입은 전통 음악 ‘산조’의 국악관현악 협연 무대가 큰 호응과 성공적인 음악적 실험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 산조(散調): 민속음악에 속하는 기악 독주곡 형태 중 하나
국립국악원(원장 김해숙)은 지난 10월 15일(목)부터 17일(토)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피아니스트 로랑 권지니(Laurent Guanzini)와 기타리스트 함춘호,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이 협연하는 <산조하조(散調何造)> 공연을 김경희 숙명여대 교수의 지휘로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예술감독 류형선)이 창작 국악의 외연을 넓히고 국악관현악의 정체성과 세계화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피아노와 기타로 연주하는 ‘산조’를 비롯해 국악관현악으로 연주하는 ‘산조합주’ 무대 등을 선보여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최초로 국악관현악과 협연하는 로랑 권지니의 피아노, 함춘호의 기타 산조!
지난 2013년 한국에 머물면서 한 달 동안 명인들과 함께 ‘산조’ 학습한 로랑 권지니
▲ 피아노 연주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로랑 권지니
▲ 피아노 연주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로랑 권지니
2007년 '아리랑'과 '사노라면' 등 한국 노래를 담은 솔로 음반을 발표하면서 한국음악과 첫 대면을 시작한 로랑 권지니가 산조에 매료된 것은 2013년 여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 워크숍에서였다. 한 달 동안 한국을 방문하게 된 로랑 권지니는 오랜 기간 교류를 이어온 김선국 저스트 뮤직 대표의 주선으로 가야금의 김해숙, 거문고 이재화, 아쟁 김영길, 대금 안성우, 타악 유경화 등 국악계 명인들과 함께 산조와 시나위의 깊은 세계를 뿌리 깊게 섭렵하게 되었다.
그 때의 경험이 알려지면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올해 2월, 로랑 권지니에게 이번 공연에 대한 공동 작업을 제안했고 ‘산조’에 대한 음악적 교감을 차근차근 쌓아갔다. 한국 음악에 대한 깊은 관심과 높은 이해를 보인 그는 직접 작곡을 맡고 연주법도 고안해 8개월 만에 자신만의 피아노 산조를 무대에 올린 것이다.
로랑 권지니는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한국 관객들이 나의 음악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걱정이 앞서고 겁도 났지만, 연주가 끝난 뒤 객석의 환호와 갈채를 듣고 안심했다.”며 “산조를 통해 내 피아노가 새로운 옷을 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연주법 극복하며 기악 독주곡의 정점인 ‘산조’ 정신 살린
대한민국 어쿠스틱 기타의 전설 ‘함춘호’!
▲ 함춘호 기타산조 연주
어쿠스틱 기타의 거장으로 알려진 기타리스트 함춘호 역시 한국의 기악 독주곡으로 정점에 있는 ‘산조’의 장단과 선율 구조를 연구해 자신의 연주 내공을 총망라해 무대에 선보였다.
기타의 경우 기타의 프렛(Fret, 지판에 위치한 음정을 정하는 가는 막대)으로 인해 전통 현악기의 농현을 표현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어 함춘호는 손가락에 슬라이드바(Slide bar, 가는 금속 봉)를 끼워 음정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국악관현악 협연을 위해 각기 달리 조율한 세 대의 기타를 번갈아가며 연주했고 블루스와 컨츄리 스타일의 선율도 선보여 전통 국악 장단에 어울림을 더했다.
함춘호는 “기악 독주곡의 정점에 있는 ‘산조’의 멋을 기타를 통해 최대한 살리기 위해 애를 썼다.”며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서양악기의 국악연주와 국악기의 서양음악 연주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무대 역시 그 영역의 확장을 위한 의미 있는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악관현악으로 연주하는 최초의 ‘산조합주’
서양 오케스트라와 국악관현악의 차별성과 정체성을 찾는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협연 무대에 외에도 ‘산조합주’를 통한 국악관현악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모색하는 최초의 무대를 초연했다. 류형선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은 “국악이 우리 음악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악기와 음악적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세계화와 대중화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