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토)

  • 맑음동두천 23.4℃
  • 맑음강릉 29.9℃
  • 맑음서울 23.6℃
  • 맑음대전 26.4℃
  • 맑음대구 29.0℃
  • 맑음울산 25.9℃
  • 맑음광주 26.5℃
  • 맑음부산 21.8℃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22.8℃
  • 맑음강화 20.3℃
  • 맑음보은 25.6℃
  • 맑음금산 25.7℃
  • 맑음강진군 23.7℃
  • 맑음경주시 28.2℃
  • 맑음거제 22.3℃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전략의 장 38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소생이 천기를 조금, 아주 조금 엿보는 재주가 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몰락은 우리의 승리를 예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소생의 말을 믿어 주신다면 일본 수군을 전멸 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여러분은 소생을 신뢰하십니다. 그래서 전투에 대승을 거두게 되고, 아마도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 충격으로 울화병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 운명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조선의 원정돌격대에 의해서 참살(慘殺) 당하게 될 것입니다. 적병이 아무리 많다고 하여도 길목을 제대로 막아서면 능히 혼자서도 일천을 상대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우리의 남해바다에 그러한 요충지가 있습니다. 때문에 소생이 승리를 장담하는 겁니다.”

첨사 이순신이 영민한 눈동자를 반짝였다.

“군사(軍師)의 설명을 들으니 한 군데가 떠오르는 곳이 있습니다.”

나대용이 손뼉을 쳐가면서 거들었다.

“군사(軍師)라고? 그렇지. 아주 어울리는 직책이외다. 정군사! 좋습니다. 정도령, 아니 정군사! 이 사람도 군사가 지목하는 곳을 알 듯 싶습니다.”

“조선 수군과 남해 뱃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알 만 한 곳이지요. 어딥니까?”

“울둘목 명량(鳴梁)이 아니 옵니까!”

이번 대답은 송희립의 입술을 비집고 터져 나왔다. 정군사는 고개를 까닥거리면서 온유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합니다. 파도가 심란하고 암초가 예사롭지 않아서, 물결이 암초에 충돌할 때마다 바다가 우는 것처럼 크게 소리가 울려 울둘목이라 불리는 바로 그곳 해협(海峽)입니다. 명량해협의 폭은 좁습니다. 이곳으로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조류가 빠르고 때로는 회호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아무리 많은 적선(敵船)이 몰려온다 해도 한꺼번에 좁은 명량해협을 통과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만일 그 해협을 가로막고 적을 상대 한다면 적들이 아무리 많은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온다 하여도, 한꺼번에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판옥선 13척 이상을 동시에 통과 시킬 수 없기에 결국은 같은 동등한 입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군사는 본인이 그린 지도를 공개했다. 해남과 진도사이에 바다를 끼고 있는 해협은 마치 금방이라도 맞닿을 듯이 가까웠다.

“만일 적선이 일자진(一字陣)을 형성하고 내려온다면 30척 이상은 무리입니다. 자칫 하다간 자기들끼리 충돌할 염려가 있습니다. 선박의 크기와 노의 상태에 따라서 물론 더 많이 밀고 내려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방어하기에는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습니다.”

“우리가 뒤로 밀리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장소이기는 하오. 하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지 않소?”

전 통제사 원균이었다. 그런 질문이 나올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 군사 정도령은 지도의 다음 장을 넘겼다. 그곳에는 명량해협을 이루고 있는 해남과 진도의 육지였다. 바로 명량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육지. 야트막한 산과 바위로 이루어진 장소였다.

“바로 여기에 소생은 매복을 할 것입니다. 진도 측에는 이회와 이울 형제로. 해남 측에는 조헌 의병장의 부대로.”

조헌 의병장 부대라 함은 장승업과 박정량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해협의 좌우 기슭에 매복을 한단 말입니까?”

원균이 다시 물었고 정도령은 힘차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기슭이 아니라 상층부가 될 것입니다. 언덕위에는 판옥선에서 내린 천자포(天字砲)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대장선의 신호에 따라 울둘목으로 들어서는 적선을 판옥선과 육지에 매복하고 있던 포대에서 동시에 포탄을 퍼붓게 될 것입니다.”

원균이 벌떡 일어났다. 그의 눈빛은 존경과 감동으로 가득차서 금방이라도 감격의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