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0 (금)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어르신 무대에서 캉캉춤으로 날았다

[공연] “하하! 호호! 우리 어머니 예술가 만들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가을 깊어가는 오는 1117일 저녁 530분 서울 중랑구민회관 대극장에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무대에서 날았다. . 서울특별시 주최, 서울문화재단즉흥프로젝트 르뽀엥(Le Point, 대표 문정온) 주관으로 하하! 호호! 우리 어머니 예술가 만들기 즉흥움직임 행복프로젝트공연이 열린 것이다.

 

   
▲ 60~75 살의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혼신을 다한 아름다운 "현대판 소고춤" 공연

최근 뉴스를 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고급 아파트에서 75살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문 앞에는 일주일치 신문이 쌓여 있어서 노인은 혼자 죽은 뒤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왜 돈 많은 이 노인은 홀로 죽어야 했을까? 노인들에게 돈만 있다고 행복한 건 아닐 테다. 아니 보통의 노인들처럼 생활비와 건강 문제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아마도 가장 어려운 것은 홀로 살고, 아무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그 문제는 그들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껴안아야할 사회적 과제이다. 그런 사회적 과제의 한 축을 맡으려고 출발한 즉흥프로젝트 르뽀엥(Le Point, 대표 문정온)”은 서울특별시서울문화재단과 함께 지난 2011년부터 노인들을 대상으로 꿈꾸는 청춘예술대학”’이란 이름을 걸고 통합적인 예술체험 교육과정을 통해 노년층 삶에 활력을 심어주는 프로젝트를 꾸려왔다. 이 공연은 바로 그 과정의 하나였다. 

무대가 열리자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의 몸짓 "현대판 소고춤"이 시작된다. 어떻게 보면 귀엽고 어떻게 보면 아름다운 몸짓들. 누가 교육 강사인지 누가 어르신인지 구분이 잘 안 간다. 그만큼 그들은 8달 동안의 과정을 혼신의 힘을 다해 받아들였다는 증거다. 또 젊은 교육 강사나 나이 드신 어머님이나 함께 몸매 자랑이 아닌 진정한 춤을 위한 드레스를 입은 덕분도 있을 게다   

 

   
▲ 젊었을 때 소망했던 직업에 대한 꿈으로 각 개성을 발굴하는 작품 만들기 춤 "미래 나의 직업관"
 

   
▲ “즉흥프로젝트 르뽀엥(Le Point) 문정온 대표가 독무로 직업관을 풀어낸다 

무대에 오른다는 건 전문 춤꾼들도 쉽지 않은 일이건만 나이 60이 넘어 70대 중반까지의 어르신들로서 용기 있게 오르고 혼신의 힘을 다해 공연을 했기에 객석에서는 아낌없는 손뼉 소리가 우렁차다. 샹송과 아프리카 토속음악이 어울린 음악이 이들의 공연을 더욱 아름답게 꾸며준다 

소고춤이 끝나자 젊었을 때 소망했던 직업에 대한 꿈으로 각 개성을 발굴하는 작품 만들기 춤 "미래 나의 직업관"이 시작된다. 각양각색의 꿈을 춤으로  묘사하는 동작이 이어진다. 그리곤  문정온 대표의 독무로 그 직업관들을 아름답게 묘사하는데 관객들에게 전문 춤꾼의 매력도 한껏 느끼게 해주는 배려다. 

이어서 등장한 춤은 신세대 캉캉 춤이다. 어르신들에겐 무리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들은 무대에서 한껏 물이 올랐다. 오펜바하의 캉캉음악을 쓰지 않고, 파리꼼보의 음악을 가지고 멋지고 세련된 타악기의 리듬이 어우러진 스윙음악을 통해 팔과 엉덩이춤으로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낸다. 일껏 우스꽝스럽기도 한 코믹 동작과 풍자적인 움직임을 신세대 못지않게 잘 소화해 냈다 

 

   
▲ 팔과 엉덩이춤으로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 어머니들의 신세대 캉캉 춤

모든 공연이 끝난 뒤 문정온 대표는 프로젝트 동안 어머님들이 정말 따뜻하게 대해주고 잘 따라와 줘서 오늘의 공연이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며 어머니들께 깊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어머니들은 함께 고개를 숙이고 큰 손뼉으로 화답한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  

경기도 남양주 덕소에서 왔다는 김옥련(67) 씨는 관절 수술을 받은 언니가 공연하다기에 와서 걱정스럽게 지켜봤지만 정말 훌륭한 공연이 된듯하여 참으로 기쁘다. 나도 다음에 저 무대에서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또 구의동에서 온 이금옥(67) 씨는 참 아름답다. 나이 든 사람들이 뭘 할까 하는 마음에 객석이 차지 않은 것 같은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진리인 듯하다.”라고 부러운 듯 말한다.  

공연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온 출연자 김옥자(69) 씨는 사는 것이 힘들다가도 여기 와서 춤만 추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힘든 줄 몰랐다. 이 프로젝트를 만들고 지도해주신 문정온 대표님께 정말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공연 소감을 말했다. 

 

   
▲ 공연이 끝난 뒤 출연한 어머니들께 머리 숙여 인사하는 문정온 대표의 모습이 아름답다.

   
▲ “하하! 호호! 우리 어머니 예술가 만들기” 무대에 오른 출연진들

어느 멋진 가을날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신명나는 공연에 내 자신 진한 치유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어르신들이여, 사는 것이 어렵거든 즉흥프로젝트 르뽀엥(Le Point)”의 문을 두드려 보라. 저 세상에 가는 그날까지 멋진 나날을 살 수 있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