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 종로구(구청장 김영종) 종로문화재단(대표이사 이건왕)은 12월 한 달 동안 모두 4번에 걸쳐 “해설이 있는 국악 무계원 풍류산방”을 연다. 매 공연마다 30명씩 관람 인원을 제한하는 소규모 공연으로 한옥 사랑방에서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던 것처럼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의 사랑채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 방석에 앉아 국악을 감상 한다.
▲ "풍류사랑방" 공연이 열리는 종로구 <무계원>, 무계원 제공
어제 12월 5일 늦은 4시에 무계원 사랑채에서 그 첫 번째 공연이 펼쳐졌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단국대학교 명예교수)은 “유서 깊은 무계원 사랑채에서 우리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던 것처럼 국악의 향연을 만들어보자고 종로구청과 한 마음으로 만들었다. 큰 공연장에서 만나는 공연과는 아주 다른 우리 전통음악의 정갈한 맛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은 선택된 행운을 차지한 분들이다.”라고 “해설이 있는 국악 무계원 풍류산방”을 열게 된 배경을 말했다.
이날 공연은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박문규, 황숙경 명인이 나서서 시조•가사•가곡 한마당을 펼쳤다. 먼저 박문규 명인이 평시조 “태산이 높다하되”로 청아하게 그 문을 연다. 이어서 황숙경 명인의 여창지름시조 “기러기 산이로 잡아”가 이어지면서 청중들은 정가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 풍류사랑방 공연에서 맛깔스러운 해설을 하는 서한범 한국전통음악학회 회장
▲ "풍류사랑방"에서 시조ㆍ가사ㆍ가곡 한마당을 펼치는 박문규(왼쪽)ㆍ황숙경 명인
중간중간 서한범 회장의 맛깔스럽고 쉬운 해설이 곁들여진다. 특히 시조와 가사 그리고 가곡을 한 소절씩 들려주며 그 특징을 명쾌하게 짚어준다. 이에 청중들은 전통성악의 맛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에 숨소리조차 죽이고 있다.
공연은 박문규 명인의 남창가곡 <언락> “벽사창이 어룬 어룬커늘”과 황숙경 명인의 여창가곡 <편수대엽> “모란은 화중왕이요”로 절정에 다다른다. 공연은 노랫말을 인쇄해 나눠준 덕에 청중들의 노래의 의미를 재대로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벽사창이 어룬 어룬커늘 임난 여겨 펄떡 뛰어 나가 보니 임은 아니 오고 명월이 만정한데 ~(창에 그림자가 어른어른하여 임이 온 줄 알고 뛰어 나가보니 임은 아니 오고 밝은 달만 뜰에 가득하다.)”는 박문규 명인의 아름다운 한편의 시 <언락>은 사랑방에 홀로 앉아 있는 엣 선비의 감정이 청중의 가슴에도 스며들게 한다.
또 “모란은 화중왕이요 향일화는 충신이로다 연화는 군자요(모란은 꽃 가운데 임금이요, 해바라기는 충신이로다. 연꽃은 군자요)”라며 온갖 꽃들에 대한 예찬을 하는 <편수대엽>을 황숙경 명인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부르며 가곡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끼게 한다.
▲ 박문규 명인의 지름시조 "바람아 부지마라" 듣기
▲ "풍류사랑방" 첫날 공연 모습, 공연장은 한옥 사랑채의 정겨운 모습 그대로다.
▲ 청중 속에는 김영종 종로구청장(왼쪽)이 공연 내내 함께 했다.
공연에는 김영종 종로구청장도 청중으로 함께 했는데 바쁜 일정에도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아 문화구청장으로서의 자세를 분명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풍류산방을 우리 종로구에서 하게 된 것은 영광으로 생각한다. 전통문화를 잘 지키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이 우리 전통을 살려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많은 주민이 함께 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참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청중들은 종로구문화재단 누리집에서 미리 신청을 한 사람들로 초등학교 3학년 학생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 했다. 효자동에서 왔다는 김서인(37) 씨는 “오늘 처음 가곡을 들어보았는데 친절한 해설과 청아한 목소리의 아름다움이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을 받았다. 전통 사랑방에서 명인들의 노래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준 종로구청에 감사한다.”라고 말한다.
이날 이후의 공연 일정을 보면 12일은 서울시무형문화재 제38호 재담소리 전수조교 최영숙의 경기민요 한마당과 국립창극단원 김미나의 판소리, 19일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이수자 정경옥의 가야금병창 “춘향가 중 사랑가”와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7호 송서율창 이수자 이기옥의 송서율창 “계제지서”, 26일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의 서도소리 한마당과 전국국악대전 기악현악 최우수상을 받은 이민영의 25현 가야금과 옥류금 연주, 성남시립국악단 부수석 장은정의 해금산조와 창작곡 연주가 이어진다.
▲ 청중은 서안(사랑방 책상)과 방석에 앉아 사랑방의 풍미를 느낀다. 전통차와 과즐이 준비되어 잇다.
▲ "풍류산방" 청중 모습
▲ 무계원 공연장에 불이 켜진 모습
12월 한 달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열리는 이 풍류산방은 사랑방이란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자의 숨소리까지도 들릴 듯 무대와 가까이 앉아 30여 명의 작은 인원이 즐기는 공연이다. 청중은 서안(사랑방의 책상)을 놓고 방석에 앉아 감상하는데 전통차와 과즐(한과)도 제공하는 등 품격이 함께 한다. 선착순 접수로 관람료는 1만원이며 종로구민은 30% 에누리 해준다.
참고로 공연을 하는 “무계원”은 조선 말기 서화가 이병직의 집이었던 전통한옥으로 그 희소성과 보존가치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7•4남북공동성명이 탄생한 역사적인 장소였다. 그런데 2010년 관광호텔 신축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을 때 종로구가 사들여 지난해 전통문화 공간으로 다시 문을 연 장소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02)379-7131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