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 산타령>은 서서 부르는 형태의 노래로 여러 명이 소고(小鼓)를 들고, 대형을 갖추면서 부르는 합창곡이다. 이 <선소리 산타령> 전수교육조교 방명기 명창이 어제 12월 6일 늦은 4시에 성남시청 온누리대극장에서 소리인생 45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열었다. 공연에 앞서 《청산에 살으리랐다, 국악에 살으리랐다》라는 자신의 소리인생 45주년 기념 자서전 출판기념회도 가졌다.
▲ 공연에 앞서 인사말을 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 산타령> 전수교육조교 방영기 명창
▲ 축사와 공연 해설을 하는 서한범 한국전통음악학회 회장(단국대 명예교수)
방영기 명창은 성남의 문화예술인으로 전통문화 살리기에 앞장서 온 사람이다. 역시 성남의 내로라하는 대표 문화예술인답게 대극장은 성남은 물론 경기도 국악인과 예술인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공연 시작 전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단국대 명예교수)는 축사 겸 해설을 위해 무대에 올라선다.
서한범 회장은 “방영기 명창은 힘이 실려 있는 소리, 타고난 목청으로 고음을 무리 없이 질러내는 점이나, 어렵고 까다로운 기교와 창법, 그리고 사설의 이해가 정확한 점 등은 크게 인정을 받고 있는 국악인이다. 뿐만 아니라, 방영기 명창은 정성으로 국악을 지키고 이웃을 섬기는 소리꾼이다. 방영기의 무대를 통해 <산타령>을 비롯한 전통의 우리가락들이 얼마나 신명나고 건강한 노래인가를 재확인 시켜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의 시작은 방영기 명창과 그의 제자 50여 명의 금강산 타령으로 힘찬 방 명창의 장구소리에 맞춘 좌창 형태의 소리다. 이어서 열린 무대는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 산타령> 예능보유자 황용주 명인의 차례다. 78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공연장을 울리는 소리로 정선아리랑과 한오백년을 청중들에게 선사한다. 주진숙, 곽누림, 최정예 소리꾼도 황용주 명인을 뒤따라 무대에 올라 한오백년과 강원도아리랑을 흥겹게 불러준다.
▲ 방영기 명창과 그의 제자 50여 명이 금강산 타령으로 공연의 문을 연다
▲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 산타령> 예능 보유자 황용주 명창이 정선아리랑을 부른다
▲ 한오백연. 강원도 아리랑을 부르는 주진숙, 곽누림, 최정애
이제 방영기 명창과 그의 제자 40여명의 본격적인 <선소리 산타령> 공연이다. 소고를 치는 소리꾼들은 놀량, 앞산타령, 뒷산타령, 잦은산타령, 개고리타령을 부르며 줄을 지어서 돌고 또 돈다. 저 모습이 1960년대 말, 문화재로 지정될 당시까지만 해도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었다는 <선소리 산타령> 형태인가? 예전에 견주어 대중의 호응이 적어 힘들게 버텨나갈 수밖에 없기에 그들이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깜짝 출연이다. 김윤호 김민호 아이들 형제가 나온다. 이 아이들은 KBS국악대상을 받고, kbs 아침마당과 sbs 스타킹 등 많은 방송출연 경력이 있는 꼬마 스타이다. 나오자 마다 아이들은 “우리는 배뱅이굿 이은관 명창의 마지막 제자입니다.”라고 일갈한다. 과연 이은관 영창의 마지막 제자라 호기를 부릴 만큼 대단한 끼를 가졌다. 아이들은 아직 덜 익었지만 제법 맛깔스러운 솜씨로 청중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 방영기 명창과 그의 제자 40여명의 <선소리 산타령> 공연
▲ 김윤호 김민호 아이들 형제의 신배뱅이굿, 청중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 이향우 외 12명이 부르는 창부타령ㆍ사발가ㆍ태평가ㆍ방아타령 등 경서도민요
이후 이향우 외 12명의 창부타령ㆍ사발가ㆍ태평가ㆍ방아타령 등 경서도민요, 방영기 명창 외 2인의 산염불ㆍ잦은난봉가 등 서도민요가 펼쳐졌다.
마지막 무대는 방영기 외 50여 명 출연진 모두가 나와 “이무술 집 터 다지는 소리”를 불러 청중들을 더욱 흥겹게 만든다.
자손을 분가시키거나 이사 가서 새로 집을 지을 때 등은 집터를 튼튼히 자져야 하는데 이때 집을 지을 동안 안녕을 빌고 집을 지은 뒤의 복록도 비는 “집터 다지는 소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이무술”이란 성남시 이매동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이 “이무술 집터 다지는 소리“는 1982년에 발굴하여 재연하였고, 경기도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 산염불ㆍ잦은난봉가 등 서도민요를 부르는 방영기 명창 외 2인
▲ 방영기 외 50여 명 출연진 모두의 “이무술 집 터 다지는 소리”
▲ 특별한 사회자 방글(심봉사 역)와 박수영(뺑덕어멈 역)는 공연 내내 청중들을 꼼짯 못하게 하는 마력을 뽑냈다.
이번 공연에서 색다른 그러면서 청중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한 것은 두 사람의 사회자였다. 심봉사 역을 한 방영기 명창의 딸 방글 씨와 뺑덕어멈 역을 한 박수영 씨는 공연 중간중간에 나와 아니리(판소리에서 창자가 장단 없이 말로 내용을 펼쳐 나가는 부분)와 창으로 다음 공연될 내용을 소개해 공연에 활기를 불어넣어줬을 뿐 아니라 청중들의 큰 인기를 끌었다.
태평동에서 왔다는 채영주(48) 씨는 “성남에 대단한 국악인이 있다고 해서 와봤는데 역시 방영기 명창은 그런 평을 들을 만하다. 2시간 공연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선소리 산타령>이 예전 대중에게 큰 인기가 있었다니 다시 부활하여 어디서곤 볼 수 있는 공연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훌륭한 공연에 옥에 티라면 음향이었다. 노래를 시작한 뒤 마이크가 작동되지 않아 바꿔야 하는 일이 몇 번 있었고, 소리꾼이 노래를 시작했는데 음향기기가 작동되지 않아 잠시 소리가 안 들리는 불상사가 있는 등 매끄럽지 못한 음향 진행이 문제였다.
그럼에도 청중들은 어떤 때는 흥분하고 어떤 때는 숨죽이면서 공연을 지켜봤고, 큰 손뼉으로 화답했다. 방영기 명창의 진가가 여지없이 드러난 공연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