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증왕 십삼년 섬나라 우산국 세종실록지리지 오십쪽 세째줄 하와이는 미국 땅 대마도는 몰라도 독도는 우리 땅”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며 자기네 땅이라고 우길 때 우리가 외치며 부르는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다. 이 노래 덕분에 우리는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를 잘 알게 되었다. 《세종실록지리지》는 일명 《세종장헌대왕실록지리지(世宗莊憲大王實錄地理志)》라고도 하는 것으로 1454년(단종 2)에 완성된 《세종장헌대왕실록(世宗莊憲大王實錄)》의 제148권에서 제155권까지 8권에 실려 있는 전국 지리지다.
▲ 1454년(단종 2)에 완성된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
조선에서 편찬된 지리지는 《세종실록지리지》 말고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은 ‘지리지의 나라, 조선’을 주제로 1월 1일(금)부터 4월 30일(토)까지 본관 6층 고전운영실에서 2016년 병신년 첫 고문헌 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 세계에 내놓아도 가장 훌륭한 지리지로 1530년 이행, 윤은보, 신공제, 홍언필, 이사균이 편찬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의 금속활자본, 목판본, 필사본 등 3종 52책을 비롯하여 총 30종 250책의 조선시대 지리지를 만나볼 수 있다.
나라땅 모두를 같은 항목과 서술 방식으로 편찬한 전국 지리지는 중앙집권국가에서만 발달하는 고문헌이다. 근대 이전 전통시대 나라 형태는 중앙집권국가ㆍ지방분권국가ㆍ도시국가 같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조선은 중앙정부가 온 나라 약 330개 모든 고을에 지방관을 파견하여 직접 다스린 철저한 중앙집권국가인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조선은 세계문명사에서 전국 지리지가 가장 발달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 1530년 이행, 윤은보, 신공제, 홍언필, 이사균이가 편찬한《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 1757년(영조 33)∼1765년에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만든 《여지도서(輿地圖書)》
조선과는 달리 이웃 나라인 일본은 중앙집권국가를 이룬 적이 한 번도 없으며, 그래서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과 같은 전국 지리지는 편찬된 적이 거의 없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에서 편찬된 다양한 지리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대와 종류별로 구분하여 ‘지리지의 나라 조선’의 새로운 모습을 조명하고자 기획되었다. 자세한 전시목록은 국립중앙도서관 누리집(www.nl.go.kr/nl/commu/libnews/exhibition_list.jsp)의 ‘<소통·참여>전시행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황해도 평산부읍지》, 《여지도서(輿地圖書)》와 내용이 거의 같다
▲ 국립중앙도서관, <지리지의 나라, 조선>전시장 모습
다만 기자가 가본 전시회는 기자가 관람하는 동안 한 명의 관람객도 볼 수 없었다. 그 까닭을 살펴보니 먼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탓이 가장 크지 않나 싶었다. 또 시민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고 정작 도서관에 가서 안내창구에 문의를 해도 알지 못했으며, 전시장인 6층에 올라가려면 국립중앙도서관에 회원가입을 한 다음 일일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접근성이 문제였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일반 박물관에 견주어 흥미롭게 전시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였다. 또 조명을 천정에 일반 형광등으로 한 탓에 그 형광등이 반사되어 관람에 불편을 주었다. 정말 국립중앙도서관이 “지리지 조선의 나라”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면 더욱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