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효곤 기자]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자주 쓰는 말 가운데 막상 정확한 뜻을 따져 보자면 알쏭달쏭한 것이 제법 있습니다. 오늘 얘기하려는 ‘나절’이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흔히 ‘한나절’, ‘반나절’, ‘아침나절’, ‘저녁나절’ 등으로 쓰지요. 이런 말들은 아예 한 단어가 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띄어 쓰지 않습니다.
그러면 한번 생각해 봅시다. ‘한나절’은 도대체 얼마쯤 되는 시간일까요? 반나절은?
보통 ‘나절’은 낮 시간의 절반 정도를 뜻하니까 ‘낮의 절반’이 줄어든 말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하루 중 낮이 12시간이라면 한나절은 6시간쯤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름에는 이보다 좀 길어지고 겨울에는 짧아지기 때문에 정확히 몇 시간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 ‘한나절 동안 갈 수 있을 정도 넓이의 밭이나 논’을 ‘나절갈이’라 한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
그러나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던(日出而作 日入而息)’ 농경사회에서는 시간의 단위로 유용했을 겁니다. ‘나절갈이’ 같은 말이 남아 있는 걸 보면 그걸 알 수 있습니다. ‘나절갈이’란 ‘한나절 동안 갈 수 있을 정도 넓이의 밭이나 논’을 뜻합니다.
그런데 요즘 ‘한나절’을 쓸 자리인데 ‘반나절’이라고 쓰는 것을 종종 봅니다. ‘나절’을 ‘하루 낮 전체’로 착각한 데서 온 실수이지요. 사실 국어사전에도 '나절'의 뜻풀이가 오락가락하는 부분이 엿보이긴 하지만, 농경사회를 겪지 못한 세대들에게는 이 말 자체가 생소할 듯싶기도 합니다.
김효곤/서울 둔촌고등학교/ccamy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