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은 오는 5월 4일부터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공연한다. <사랑의 묘약>은 시골마을에 사는 젊은 남녀 간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한다. 이번 공연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탈리아의 연출가 크리스티나 페쫄리(Cristina Pezzoli)와 함께 온 가족이 감상할 수 있는 동화 같은 오페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국내 대표 베이스 양희준 교수를 비롯해 퀸 엘리자베스 콩쿨에서 동양인 최초로 성악 부분 우승을 차지한 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활약해온 소프라노 홍혜란과 독일 하노버 극장을 비롯한 유럽 극장에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테너 허영훈 등 세계 각국에서 활약 중인 한국의 젊은 성악가들이 출연하며 오스트리아에서 활동 중인 민정기 지휘자가 음악을 이끈다. 연주는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합창은 스칼라오페라합창이 맡았다. 입장권: 2만원~12만원, 문의: 02-39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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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주인공의 아리아 ‘남 몰래 흘리는 눈물’로 유명
이 작품은 ‘외젠 스크리브’의 대본 <미약 (Le philtre)>을 바탕으로 1832년 대본가 ‘펠리체 로마니’가 일주일 간 대본을 완성하고 벨칸토 오페라의 대가 ‘가에타노 도니제티’가 일주일 만에 곡을 붙이며 순식간에 탄생시킨 걸작 중에 걸작이다. 당대 최고의 스타급 작곡가가 발표한 이 작품은 완숙한 극작법과 작곡법이 경지를 이룬 단계에서 발표한 작품으로 칭송받으며 지금까지도 국내에서는 물론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오페라다.
또한 낭만적이며 사랑스러운 극에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이 담긴 이 작품이 더욱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극 중 후반부에 남자 주인공 ‘네모리노’가 부르는 아리아 ‘남 몰래 흘리는 눈물 (Una Furtiva Lagrima)’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아리아만큼은 금세 알아차릴 수 있는 명곡 중에 명곡이다.
아름다운 음악, 동화적 스토리 등 온 가족이 감상하기에 적합
서울시오페라단은 오는 5월 가정의 달,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이 있을지 기획 단계에서부터 작품 선택에 많은 고민을 거듭했고, 그 결과 갈등의 소재를 다루거나 비극적인 작품을 선택하는 것 보다는 밝고 신선한 소재의 작품인 <사랑의 묘약>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이건용 서울시오페라 단장은 “여러 번 되풀이 공연해도 좋을 만큼 견고한 음악적 가치를 가질 것, 특정한 계층이 아니라 모든 연령, 모든 계층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일 것, 적당한 규모의 작품으로 제작에 있어서나 관람에 있어서 부담이 없을 것 등을 고려했다.” 라고 했다. 또한 <사랑의 묘약>은 시골 남녀의 순박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스토리로 어린이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인 만큼 동화적인 느낌의 가족 오페라로 제작하게 되었다.
섬세한 심리표현에 탁월한 여성 연출가 ‘크리스티나 페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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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출 크리스티나 페졸리 |
이번 작품의 연출은 이탈리아 연극계에서 저명한 여성 연출가이자 이탈리아 모데나 시립극장에서 푸치니의 삼부작 <일 트리티코>를 성공적으로 연출하고 작년 국내에서도 공연한 바 있는 ‘크리스티나 페쫄리(Cristina Pezzoli)’가 맡았다. 그녀는 이탈리아 피스토이아 연극협회와 피스토리아시의 만쪼니 극장의 예술감독을 역임했고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인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잔니 스키키>, 루카의 질리오 극장에서는 <토스카>, <일 트리티코> 등을 연출해 찬사를 받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여성 연출가이다.
크리스티나 페쫄리는 <사랑의 묘약>의 원작과 도니제티의 오페라를 다시 연구하여 오늘의 서울에 맞는 작품을 새롭게 구상하고자 하였고 작품제작 회의를 위해 국내에 방문했을 때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연출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당시 한국 박물관에서 김홍도 작품들을 보고 16세기 유럽 화가 ‘브뢰겔’의 그림을 떠올리며 동서양의 고전미가 조화될 수 있음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에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데스키 (Leonardeschi, 레오나르도 스타일을 따르던 유행으로 이탈리아 롬바르디주에서 발생) 기법을 통해 독특하면서도 환상적인 세계를 표현할 예정이다. 그에 따라 서울시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에서는 한국의 고전미와 이탈리아의 창의적 예술성을 기반으로 그 위에 동화적 색채를 더해 독특하면서도 환상적인 세계를 표현할 예정이다.
크리스티나 페쫄리와 함께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일 이탈리아 제작진
무대디자이너 ‘자코모 안드리코’ 와 의상디자이너 ‘로잔나 몬티’
크리스티나 페쫄리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무대디자이너 ‘자코모 안드리코 (Giacomo Andrico)’와 의상디자이너 ‘로잔나 몬티(Rosanna Monti)’도 이번 제작에 함께 참여하여 동서양의 고전미가 적절히 조화된 독창적인 무대와 의상을 선보이게 될 예정이다.
무대 디자이너 자코모 안드리코는 1986년부터 이탈리아와 유럽 전역에서 수많은 오페라와 연극의 무대장치를 디자인하며 제작하고 있다. 그의 작품 가운데 특히 토리노의 레죠극장과 마드리드의 레알극장에서 연출 마우로 아보가드로와 제작한 <몽유병의 여인>은 수작으로 손꼽힌다.
또한 우디네 C.S.S제작 <코펜하겐>과 마세라타 경기장 <노르마>, 볼로냐 극장과 빌바오 에스칼두나극장에서 <로엔그린>, 로마 오페라극장에서는 <마하고니 시의 흥망성쇠>등 수많은 작품을 디자인했다. 또한 2004년 프라하 무대미술 페스티벌에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무대디자이너로 초청되기도 했다. 밀라노 국립미술원 무대미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수많은 작품의 무대 디자인을 맡고 있다.
이탈리아 의상 디자이너 ‘로잔나 몬티(Rosanna Monti)’ 역시 크리스티나 페쫄리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온 디자이너로 이탈리아 루카 자글리오 극장 무대 및 의상감독을 역임한 바 있다. 로잔나 몬티는 이번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서양적 관점에서 재해석된 동양 의상을 디자인했다.
이탈리아 제작진이 함께 참여하는 이번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는 마치 황금색 논야를 연상시키는 금색의 비탈진 무대, 마을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거대한 금색 나무, 수많은 아름다운 등불 기둥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여주인공 ‘아디나’와 남주인공 ‘네모리노’가 하늘 위 구름 사이 달 위에 앉기도 하며, 약장사 ‘둘카마라’는 황금색 기구를 타고 오색찬란한 사랑의 묘약 전단지를 던지며 날라 오는 등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이고 때론 동화적인 연출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유럽, 미국 등지에서 솔리스트로 활약 중인 성악가 대거 출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테너의 아리아 ‘남 몰래 흘리는 눈물’로 더욱 유명하진 세기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그가 생전에 이탈리아에 오페라 가수들이 줄어들어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의 성악가들이 있어서 괜찮다”고 이야기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 만큼 많은 한국의 성악가들이 세계에서 활동하고 인정받고 있다. 세계의 일류 콩쿠르를 한국의 성악가들이 석권하기 시작한 것도 하루 이틀일이 아니다.
이번 <사랑의 묘약> 공연에서 국제 콩쿨 수상은 물론 극 중 배역에 정통한 캐릭터를 보여줄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특히 세 팀이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팀마다 색깔 있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극 중 ‘아디나’ 역에는 퀸 엘리자베스 콩쿨 성악부문 아시아인 최초 우승자이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활동 중인 소프라노 홍혜란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쿨 우승자 소프라노 박하나, 베를린 코미쎼오퍼에서 주역으로 출연한 소프라노 김민형이 출연한다. 특히 뉴욕에서 활동해 온 소프라노 홍혜란의 국내 오페라 데뷔 무대여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네모리노’역에는 독일 하노버 극장을 비롯한 유럽 극장에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테너 허영훈, 마리아 칼라스 국제 콩쿨 특별상을 수상한 테너 진성원, 베르디 국제 콩쿨 3위를 차지한 테너 윤승환이 함께 할 예정이다.
약장수 ‘둘카마라’ 역은 특별히 베이스 양인준 교수가 맡았다. 그는 독일 뒤셀도르프 오페라단에서 데뷔하고 이후 베를린, 빈, 로마, 스페인, 그리스 등 유럽 전역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한 세계적인 성악가다. 이 밖에도 스위스 제노바 콩쿨에 입상한 베이스 김철준, 독일 뉘른베르크 극장 전속 솔리스트를 역임한 베이스 전태현이 출연한다. 이 밖에도 ‘벨코레’ 역에 벨베데레 콩쿨 우승자 바리톤 한규원과 석상근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는 민정기 지휘자가 연주 이끌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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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휘 민정기 |
합창은 오페라 전문 합창단인 스칼라 오페라 합창단이 맡았고 연주는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하며 지휘는 민정기 지휘자가 맡았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 활동 중인 젊은 지휘자 민정기는 뮌헨필, 모차르테움, 린츠 브루크너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였다. 또한 미샤 마이스키, 바바라 보니 등과 작업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왔고, 현재는 오스트리아 모차르테움 국립음악대학에 출강 중이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젊은 남녀의 싱그럽고 따뜻한 사랑 이야기
작품 줄거리는 간단하다. 부유하고 아름다운 여인 ‘아디나’에게 사랑에 빠진 가난한 시골 청년 ‘네모리노’가 있다. 그런데 아디나와 결혼하려는 장군 ‘벨코레’가 나타나고, 가짜약을 파는 돌팔이 약장수 ‘둘카마라’까지 등장한다. 결국 우여곡절 속에 사랑이 이기고 네모리노와 아디나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게 되는 해피엔딩의 작품이다.
두 남녀가 우여곡절 끝에 사랑의 결합을 하게 된다는 평범한 그러나 영원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오페라는 위대한 진리가 아니라 스스로 안을 들여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지혜를 알려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새침을 떨면서 네모리노를 괴롭히던 아디나는 오페라 끝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당신의 약이 좋은 걸 난 알지만 난 더 좋은 걸 가졌어요. 사랑의 눈길과 부드러운 미소죠.” 엉터리 약을 참된 약으로 바꾸는 힘이 바로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우리는 아디나와 함께 행복해 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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