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프랑스 파리를 홀린 옹녀가 서울로 돌아온다.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의 인기 레퍼토리 <변강쇠 점 찍고 옹녀(Madame Ong)>가 오는 5월 4일(수)부터 22일(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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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웅 연출・한승석 작창의 이 작품은 창극 최초 ‘18금’을 표방하며 2014년 초연과 2015년 재공연 당시 대중과 평단의 굳건한 지지를 받았다. 국내에서의 성과에 힘을 얻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지난 4월 14일부터 17일까지 현대 공연예술의 최전선인 프랑스 파리 테아트르 드 라 빌 대극장 무대에 올라 파리 관객을 단단히 홀리고 돌아왔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테아트르 드 라 빌의 이번 2015-2016 시즌 프로그램으로 정식 초청됐다.
에마뉘엘 드마르시 모타 극장장은 “유서 깊은 프랑스 문학과 극 장르에서도 코믹함과 섹슈얼리티가 이렇게나 조화를 이루는 작품은 드물다. 또한 한국어의 발성이 갖는 고유성, 판소리만의 발성은 다양한 예술장르를 접하고자 하는 프랑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며 작품 선정의 배경을 밝혔다. 창극의 첫 프랑스 진출 무대를 지켜본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일본의 가부키, 중국의 경극이 있듯이 이제 우리의 창극이 아시아의 대표적인 음악극으로서 자리 잡을 발판이 마련됐다.”며 소감을 밝혔다.
프랑스 관객을 매료시키고 온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오는 5월 한국 관객 앞에 다시 선다. 주요 장면의 밀도를 높이고 무대미술을 보다 감각적으로 보완하는 등 업그레이드된 프랑스 버전 그대로를 한국 관객에게도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성(性)에 대한 얘기가 유머와 섞인 것이 신선했다.” “삶을 개척하는 옹녀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 등 프랑스 관객도 인정한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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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 테아트르 드 라빌 공연사진(국립극장 제공) |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지금은 더 이상 불리지 않는, 잃어버린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타령’을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고선웅 연출은 마초 색골남 변강쇠에만 맞춰져 있던 시선에 ‘점’을 찍고, 박복하지만 당찬 여인 옹녀를 주인공으로 부각시켰다.
또한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전국 방방곡곡의 장승들, 옹녀 부부가 도방살이를 하면서 만나는 민초들을 통해 정력 남녀의 사연을 오늘날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해학적 이야기로 그려냈다. 작창과 작곡을 맡은 한승석(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은 판소리・민요・가요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흥겨운 유전자를 자극하는 다양한 음악을 유쾌한 극과 딱 맞아떨어지게 배치시켜 관객의 어깨를 절로 움직이게 했다.
초연 그리고 재공연과 마찬가지로, 국립창극단 김지숙과 이소연이 옹녀 역, 김학용과 최호성이 변강쇠 역을 맡아 다시 무대에 오른다. 해를 반복할수록 주역뿐만 아니라 전 출연진이 각자의 배역에 녹아들어 더욱 깊이 있는 연기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진하게 색(色) 밝히는 호색남녀 이야기를 넘어 뜻밖의 일편단심을 노래하는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연인과 부부가 함께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작품이다. 부모님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어버이날 선물로도 제격. 예매・문의 국립극장 누리집(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6).
창극사를 새롭게 쓴 역대 최고의 흥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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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공연 사진(국립극장 제공) |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여러 면에서 창극의 역사를 새롭게 장식한 작품이다. 2014년 6월 초연 때, 국립창극단은 이 작품을 통해 창극단 역사상 최초로 미성년자 관람을 제한하는가 하면 대부분 일주일 남짓했던 공연 기간을 26일로 대폭 늘려 역대 최장 기간 공연에까지 도전했다. 연령대가 제한적인 공연을 장기간 올리는 과감한 도전이었음에도 평균 객석점유율 90%, 6회분 만원사례 등이라는 유의미한 결과를 달성했다.
관객과 평단의 반응도 뜨거웠다. ‘격조 높은 18금 창극’, ‘유쾌한 성(性) 이야기’, ‘흥미로운 이야기와 흥겨운 판소리의 찰떡궁합’, ‘창극의 재발견’,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작품’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객석은 20~30대 젊은 관객부터 40~50대 중년 관객, 60~70대 노년 관객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로 연일 가득 찼고, 창극과 판소리 애호가는 물론 연극・뮤지컬 관객까지도 이 작품에 뜨거운 관심을 보내주었다.
대중의 호응은 2015년 5월 재공연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평균 객석점유율은 초연 때보다 더 늘어난 97%, 2년 연속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대중성뿐만 아니라 2014년 창극 최초로 제8회 ‘차범석 희곡상’ 뮤지컬 극본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판소리 원작의 약점인 스토리 라인을 강화하고, 변강쇠와 옹녀 등 여러 캐릭터를 생생하게 재탄생시켜 외설이 아닌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로 재해석했다는 평가와 함께 한국적 음악극, 우리 뮤지컬로서의 가능성까지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와 흥겨운 음악!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흥행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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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녀역 김지숙(왼쪽)과 ·이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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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강쇠 역 김학용(왼쪽)과·최호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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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본·연출 l 고선웅(왼쪽), 작창·작곡 l 한승석 |
고선웅은 유쾌하고 기발한 고전의 재해석과 신선한 연출력으로 평단과 객석으로부터 두루 인정받고 있는 극작가 겸 연출가다. 고전을 비트는 그의 장기는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도 잘 나타났다. 그는 지금은 더 이상 불리지 않는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타령’을 희곡으로 다시 쓰고 여기에 휴머니티를 가미해 18금 창극으로 새롭게 연출했다.
색골남녀 이야기로 저평가된 이 작품에 내제되어 있는 생명력과 휴머니티를 새롭게 부각하고, 오늘날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재기발랄하게 풀어낸 것이다. 또한 색골남 변강쇠보다 박복하지만 누구보다 당차게 살아가는 여인 ‘옹녀’를 새로운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18금 창극을 표방하지만 결코 선정적인 작품은 아니다. 고선웅 연출 특유의 유쾌함으로 원작의 해학미를 격조 높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또한 변강쇠와 옹녀 외에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드러내는 각양각색의 장승들과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변강쇠와 옹녀의 첫 관계를 두 눈 뜨고 구경할 수밖에 없는 청석골 남녀장승 커플, 호색 할매와 순정 할배 커플, 마을의‘신년(센 여자)’과‘야간놈(약한 놈)’등 매력적인 캐릭터가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톡톡 튀는 대본과 연출은 다양한 우리 음악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이 작품의 작창과 작곡을 맡은 한승석은 소리꾼이자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교수다. 국악그룹 ‘푸리’ 멤버이자 ‘바라지’ 예술감독이며 2014년 음악가 정재일과 함께 월드뮤직 프로젝트 음반 「바리abandoned」를 발표해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을 수상하며 폭넓은 스펙트럼의 우리 음악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한승석과 고선웅은 동갑내기인데, 이들은 이 작품을 준비할 때 수일을 합숙하며 대본의 처음부터 끝까지 토씨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음악을 만들어냈다. 고선웅 연출이 원하는 극의 전개 방향과 한 작창이 원하는 음악적 구성을 하나하나 맞춰가며 장면별로 딱 들어맞는 다양한 소리, 즉 판소리면 판소리, 민요면 민요, 혹은 정가와 비나리, 가요를 배치해 뮤지컬 무대에서는 누릴 수 없는 한국적 흥겨움을 확실히 선사했다는 평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