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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업의 우리말은 서럽다

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뽑다’와 ‘캐다’

[우리말은 서럽다 32]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뽑다’는 박힌 것을 잡아당겨서 빼내는 노릇이다. ‘박힌 것’이란 온갖 풀이나 나무나 갖가지 남새(채소), 곡식의 뿌리라든지 짐승이나 사람의 이빨같이 자연히 박힌 것을 비롯해서, 못이나 말뚝같이 사람이 박은 것까지 싸잡아 뜻한다. 게다가 뜻넓이가 더욱 번져 나가면서 몸에서 피를 뽑듯이 땅속에서 기름도 뽑고 물도 뽑는다. 게다가 거미 꽁무니에서 줄을 뽑고, 사람의 목에서 노래 한 가락을 뽑고,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버릇을 뽑듯이 속에 있는 것을 나오게 한다는 뜻으로도 쓴다.

그뿐 아니라 반장이나 대표를 뽑듯이 골라잡는다는 뜻, 장사에서 밑천을 뽑듯이 거두어들인다는 뜻으로까지 넓혀서 쓴다. ‘뽑다’를 본디 제 뜻, 곧 푸나무와 남새와 곡식같이 땅에서 싹이 나고 자라는 것을 빼낸다는 뜻으로 쓸 적에는 비슷한 낱말이 여럿 있다. ‘캐다’, ‘솎다’, ‘찌다’, ‘매다’가 그런 낱말들이다.

 

   
▲ 무를 뽑고, 모를 찌고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캐다’는 쓸모가 있으나 흔하게 널려 있지 않아 찾고 가려서 빼내는 것인데, 맨손이 아니라 칼이나 호미를 비롯한 갖가지 연모의 도움을 받아서 빼내는 노릇을 뜻한다. 봄철이면 뫼나 들에서 아가씨와 아낙들이 나물을 캐고, 사내들도 철 따라 깊고 높은 뫼를 뒤지면서 약초를 캐고 산삼을 캔다.

‘캐다’는 이런 푸나무(풀과 나무)뿐만 아니라 쓸모가 있으나 땅속에 묻혀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찾아서 빼내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금을 캐고, 은을 캐고, 구리를 캐는 노릇은 아득한 예로부터 하던 것이지만, 사람의 슬기가 밝아지면서 땅속에서 석탄을 비롯한 온갖 것들을 캐내서 삶의 모습을 산업 사회니 기술 사회니 하는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솎다’는 남새나 곡식이나 과일같이 사람이 씨앗을 뿌리고 심어 일부러 키우는 것에서 잘못 자란 것을 빼내는 것이다. 잘난 것을 끝까지 더욱 잘 키우려고 못난 것을 가려서 빼내 버리는 노릇인 것이다.

어떤 남새나 곡식은 모판에 씨앗을 뿌려 모를 키우다가 알맞게 자라면 본바탕으로 옮겨 심어서 끝까지 가꾸어야 한다. 이때 모판에서 본바탕으로 옮겨 심으려면 먼저 모판에서 모를 뽑아야 하는데, 이렇게 모를 뽑는 노릇을 ‘찌다’라 한다. 이는 모가 더욱 잘 자라도록 넓고 기름진 곳으로 옮겨 심으려는 노릇이므로, 어린모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정성을 다해서 뽑아야 한다.

‘매다’는 남새나 과일이나 곡식을 키우는 논밭에 함께 자라나서 남새나 곡식이나 과일을 못살게 구는 풀, 곧 김을 빼내는 노릇이다. ‘매다’는 다시는 자라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장 함부로 빼고 뽑는 노릇이라 하겠다. ‘찌다’가 행여 다칠세라 정성을 다하면서 빼내는 것이라면, ‘매다’는 살아날까 봐 걱정을 다하면서 빼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