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강남역 묻지마 살인”에 대한 추모물결 뉴스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에 대한 뉴스가 요즘 신문을 뒤덮고 있다. 어찌 세상이 이렇게 되었을까? 지지난해는 세월호 참사, 지난해는 메르스 사태가 사람들의 가슴에 구멍을 뚫었고, 최근엔 조선해운산업의 엄청난 부실과 경제 악화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이때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이 “기원과 덕담”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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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메기 비나리" 공연 모습, 유지숙 명창 외 9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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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를 보는 세한대학교 이상균 전통연희학과 교수(왼쪽), 특별출연으로 피리를 연주하는 최경만 명인 |
어제 5월 19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삼성동 한국문화의 집(코우스)에서 서도소리연희극보존회, HnH컴퍼니 공동주최와 (사)향두계놀이보존회 후원으로 “유지숙의 무(巫), 기원과 덕담” 공연이 열렸다. 세한대학교 이상균 전통연희학과 교수의 구수한 사회로 공연은 시작되었다.
무대를 여는 것은 유지숙 명창과 그 제자들이 함께 부른 ‘반메기 비나리’다. ‘반메기 비나리’는 부처님의 덕으로 모든 액운을 몰아내고 가정의 안녕과 개인의 평안함을 빌고 축원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관객들을 편안하게 달래준다. 원래 불교 염불조의 소리를 기원의 형태로 불러낸 노래다. 꽹과리와 북 반주 속에서 들리는 소리는 차분하면서도 신명을 잃지 않는다.
이어서 “강화고사소리”가 무대를 사로잡는다. 유지숙 명창의 고향인 강화도에서 일 년 열두 달의 액운과 살을 풀어내는 소리를 일정한 장단에 얹어 부르는 이 노래는 경서도민요의 맛과 멋이 진하게 살아나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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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고사소리"를 하는 유지숙 명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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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갯가지방을 중심으로 한 "배치기소리"를 부르는 황근하, 김지원, 이승우, 이재득 |
다음으로 인천 갯가지방을 중심으로 한 ‘배치기소리’다. 어부들이 고기 잡으러 나갈 때나 들어올 때 만선풍어의 기쁨을 노래하는데 북, 장구, 꽹과리 그리고 징과 함께 남자 소리꾼들의 진한 소리에 담긴 멋과 흥겨움이 객석에 그대로 전달된다.
이번엔 본격적인 굿소리로 “황해도 굿 소리-부정거리, 영부정, 쑹거타령”과 “평안도 굿소리-다리 굿” 가운데 “고축, 긴염불, 자진염불, 십종장엄, 술타령, 돈타령” 차례다. 유지숙 명창이 굿거리 가운데 공연의 형태로 올릴 수 있는 것을 골라 만든 것이다. 유 명창의 떨고 뻗는 서도소리의 진수를 청중들은 그대로 맛보았다. 그러면서 유 명창은 청중에게 질펀하게 복과 돈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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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해도 굿 소리-부정거리, 영부정, 쑹거타령”를 부르는 유지숙 명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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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안도 굿소리"를 신명나게 하는 유지숙 명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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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도중 청중들이 앞다투어 유지숙 명창에게 복돈(재수돈)을 준다. |
굿소리가 끝나자 유 명창의 풋풋한 학생 제자들이 나와 영변가를 부른다. 이렇게 어린 제자들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다. 나이가 어린데도 사설 하나 틀리지 않고 씩씩하게 서도소리의 맛을 잘 표현해 청중들의 큰 손뼉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유지숙 명창의 제자 이나라, 류지선, 김유리, 박남주의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개성난봉가, 사설난봉가가 건들어진다.
양평동에서 온 정희선(57) 씨는 “요즘 마음이 참 심란하고 일이 안풀려 굿소리를 들어볼 량으로 왔다. 한국전통의 굿거리를 무대작품으로 승화시킨 작품들은 마치 어린시절 어머니를 따라 가 보았던 굿거리를 연상케했다. 올해가 2회째로 어렵게 무대에 올랐다는 이번 공연이 내년 3회에도 발전된 모습으로 꼭 무대에 오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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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숙 명창의 학생 제자들이 "영변가"를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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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숙 명창의 제자 이나라, 류지선, 김유리, 박남주가 긴난봉가 등을 흥겹게 부른다. |
“돈 실러 가자 돈 실러 가자 연평바다에 돈 실러 가잔다. 지화자자 좋다 동해바다도 열두나 바다 서해바다도 열두나 바다 동서양 바다에 오르고 나리는 재물 모두 다 실어다가 대한민국으로 드리자누나. 동해바다도 열두나 바다 서해 바다도 열두나 바다 동서양 바다에 오르고 나리는 재물 모두 다 실어다가 여러분들에게 드리자누나. 돈이야 돈 봐라 돈 나를 내기에 왼편궁뎅이에 자개바람이 일어나누나”
이날 청중들은 동서양 바다에 오르내리는 재물을 몽땅 받아간다. 그러면서 왼편 궁뎅이에 자개바람이 일어난단다. 이날 유지숙 명창의 기원으로 대한민국 국민 아니 적어도 이날 공연장에 온 청중은 큰 복을 받아 가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