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文)ㆍ무(武)ㆍ용(勇)ㆍ인(仁)ㆍ신(信), 오덕(五德)을 지닌 닭을 조명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살아온 닭을 문화적ㆍ생태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이번 전시는 ‘1부: 서쪽을 지키다’, ‘2부: 오덕(五德)을 품다’, ‘3부: 일상을 함께하다’로 구성되었다. 닭은 우리 민속에서 출세와 다산을 상징한다. 더불어 새벽에 홰를 치며 빛을 부르고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우리 민속에서 가까이 있었기에 몰랐던 닭에 대한 모든 것을 이 전시회를 통해 확인해 본다.



먼저 닭은 십이지지(十二地支)의 열 번째 동물이다. 달로는 음력 8월, 시간상으로는 오후 5~7시, 방위는 정서(正西)를 나타낸다. 닭의 해는 기유(己酉), 신유(辛酉), 계유(癸酉), 을유(乙酉), 정유(丁酉) 순으로 12년마다 돌아온다. 올해는 정유년으로 붉은 닭의 해라고 한다. 10천간(天干) 가운데 갑(甲)ㆍ을(乙)은 파랑, 병(丙)ㆍ정(丁)은 빨강, 무(戊)ㆍ기(己)는 노랑, 경(庚)ㆍ신(辛)은 흰색, 임(壬)ㆍ계(癸)는 검정을 상징하기에 정(丁) 자가 붙은 정유년은 붉은 닭의 해가 된다.
전시회는 “정유년 연도의 끝자리 수가 항상 7”인 까닭도 설명해준다. 간지 기년법의 앞 글자는 10천간이기 때문에 10진법의 원리가 적용되는데 간지기년법을 서력기원에 맞추어 ‘갑(甲)’이 들어간 해의 끝자리 수가 ‘4’가 되고 ‘을(乙)’은 ‘5’, 병(丙)은 ‘6’, 정(丁)은 ‘7“, 마지막 ’계(癸)‘는 3이 된다는 것이다.
1부에 들어가기 전 눈에 띄는 것은 문짝이다. 1904년에 중수(重修)된 강화 관제묘(關帝廟, 중국 삼국시대 관우의 위패를 모신 사당) 대문에 있던 것이라고 한다. 윗부분에는 까치를, 아랫부분에는 수탉 그림이 있다. 왼쪽 위에 “時時長鳴福自來(때때로 길게 우니 복이 저절로 오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관제묘에 그림이 들어갈 정도로 닭은 대우를 받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관람 순서를 알려주는 바닥 표시에 닭 발자국을 그려놓았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1부: 서쪽을 지키다’에서는 서쪽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오후 5시에서 7시를 가리키는 십이지동물인 닭[酉]의 역할과 의미를 ‘십이지 신장 닭 그림’, ‘오목해시계(보물 제845호)’ 등을 통해 살펴본다.





‘2부: 오덕을 품다’에서는 오덕을 지닌 닭을 조명한다. 조선 후기 하달홍(河達弘, 1809~1877)은 「축계설(畜鷄說)」에서 《한시외전(漢詩外傳)》의 고사(故事)를 인용하여 닭은 머리에 관(볏)을 썼으니 문(文), 발톱으로 공격하니 무(武), 적을 보면 싸우니 용(勇),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니 인(仁), 어김없이 때를 맞춰 우니 신(信)이라 하였다. 옛사람들의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는 변상벽의 ‘계도(鷄圖)’, ‘금계도(金鷄圖)’, ‘계명도(鷄鳴圖)’, ‘닭 모양 연적’ 등을 통해 오덕(五德)을 지닌 닭을 소개한다.
‘3부: 일상을 함께하다’에서는 ‘계이(鷄彝)’, ‘수젓집’, ‘닭 다리미’, ‘계견사호 목판(鷄犬獅虎 木版)과 닭 그림’ 등 여러 생활용품을 통해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근한 동물로서의 닭을 소개한다.
닭 관련 자료 외에도 이번 전시에는 닭의 해에 일어난 주요 사건, 설화, 속담 등도 소개되는 등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닭과 관련된 문화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전시회에 아쉬움은 있다. 전시물에 견주어 전시장이 좁다는 느낌을 주는데다 지나치게 어두컴컴하여 전시품을 자세히 보기가 어려웠다. 또 영상을 보여주는 방에 편하게 앉아서 볼 수 있도록 한 의자 겸 방석은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어디 설명도 없고 안내하는 사람도 없어 관람객들은 고개만 갸우뚱하고 그냥 나가버렸다. 게다가 전시장을 관리하는 사람은 등 뒤에 크게 영어로 “STAFF”라 쓴 옷을 입고 있어 어이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의 민속박물관이 영어에 목메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참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 특별전은 크게 손뼉을 쳐주고 싶었다.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삶 속에서 함께 했던 닭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는 큰 노력이 돋보인 전시였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면 닭의 해가 되었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이 특별전을 보고 닭이 우리의 겨레의 삶 속에 어떻게 비쳐졌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