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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서도소리 본 바닥의 맛을 살린 공연 열려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두고온 소리, 보고픈 산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도소리는 황해도와 평안도 지방(서도지역)에서 전승되던 소리로  이제 북한 지역에 속해버린 지역적 특성 때문에 더는 본고장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 아쉬움을 달래려는 시도가 어제 39일 밤 8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있었다. 국립국악원의 대표적인 정통 국악 공연 <목요풍류>의 하나로 열린 두고온 소리, 보고픈 산하공연이 그것이다.

 

공연은 130석 규모의 풍류사랑방을 가득 메운 가운데 뜨거운 열기로 시작되었다. 사회와 공연의 두 가지를 함께 한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유지숙 명창은 먼저 이 공연을 열게 된 배경을 소개한다.

 

서도소리 본고장의 소리를 들려드리고픈 일념에서 이 공연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서도소리 1세대 선생님들이 이제 거의 고인이 되고 살아계신 분들마저도 고령이라 어려운 면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선생님들이 의욕적으로 참여해주셔서 성사되었습니다. 중국 연변에서 힘들게 서도소리를 전승해나가시는 전화자최성룡 교수님과 고령임에도 소리의 끈을 놓지 않으시는 박기종김경준 선생님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공연의 시작은 연변 동포들의 몫이다. 연변대학 예술학원 전화자 명예교수와 연변대학 예술학원 최성룡 부학장이 나와 긴난봉가자진 난봉가삐른 난봉가사설난봉가풍구타령 등을 부른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난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난다. 이십리 못가서 불한당 만나고 삼십리 못가서 되돌아 오누나.” 신명이 난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에 대한 악담이 아니라 되돌아오라는말에 방점을 찍은 해학이다.

 

원래 연변은 북한과의 교류가 잦아 북한쪽 소리를 많이 닮았다고 하는데 이 두 사람 모두 한국에 와 서도소리를 공부했기에 전혀 그런 맛은 나지 않는다. 전화자 교수는 한중 수교 이전에 벌써 한국에 와 공부를 했고 최성룡 부학장은 서울에 와 공부를 하고 서도소리 1호박사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들의 서도소리는 남한 동포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손뼉을 받는다.

 

이번엔 유지숙 명창이 나와 공명가를 부른다. 서도잡가를 대표할 만한 이 노래는 꿋꿋하고 씩씩한 느낌이 드는데 서도소리 시김새가 많이 들어있어 공력이 남다른 사람이 아니면 부르기가 까다롭다는 평가대로 명창다운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서 유지숙 명창은 제자 김민경, 장효선과 함께 나와 영웅호걸들의 기상과 기개를 표현한 날 찾네’, 어민들의 노래 배치기’, 그리고 황해도 지방의 부녀자들이 조개를 캐며 불렀다는 소박한 노래 연평도 난봉가를 연이어 부른다. 유지숙 명창은 서도소리 2세대 대표 명창으로서 제자들과 함께 기막힌 호흡을 자랑한다.


 


그 뒤 황해도무형문화재 제2호 예능보유자 박기종 선생 차례다. 기침을 한다며 옆에 찻상까지 대령했지만 끝까지 찻잔에는 입을 대지 않고 직접 장구 장단을 쳐가며 수심가를 소리한다. 93살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동안인 얼굴처럼 끝까지 힘을 놓지 않으려는 선생의 열정이 기가 막힌다. 공연이 무르익고 청중들이 추임새가 거듭되자 청중들에게 한 소절 가르쳐주는 노익장을 과시한다.

 

그리고 무대에 오른 김경준 선생. 역시 고령이라 할 88살의 목에 아직도 힘이 남아있다는 걸 증명하듯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무대를 울린다. 수심가엮음 수심가서도 긴소리산염불자진염불로 이어진다. 아직 선생의 소리는 무대를 장악하려 노력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지막 무대는 출연자 모두 나와 사설 난봉가를 함께 부른다. 90대의 소리와 30대의 소리가 기막히게 어울린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전승이 이루어진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연변대학 예술학원 전화자 명예교수는 연변과 서울을 오가며 집념으로 소리를 공부하고 연변에서 제자들을 길러낸 전설적인 인물이다. 공연 전 잠시 만남에서 전 교수는 이런 자리에 초청해주어 매우 기쁘다. 수십 년 공부하고 불렀던 노래를 서울 무대에서 부르려니까 가슴이 설렌다. 오늘 경험을 바탕으로 연변에 가서 더욱 열심히 전승해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그 소감을 말했다.

 

그리고 황해도무형문화재 제2호 예능보유자 박기종 선생(93)요즘 젊은 사람들은 원래의 창법이 아닌 짝퉁으로 소리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류에 휩쓸려 우리 소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양소리도 닮지 않은 어정쩡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앞으로 내가 힘이 남아 있는 동안 올바른 서도소리를 제대로 전승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밝힌다.

 

김경준 선생은 서도소리가 좋아 박상옥 선생님께 공부했다. 나는 이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라고 겸손한 얘기를 했다.



 

이날 청중으로 함께 한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는 서도소리 원래의 맛을 찾고자 한 이런 공연 자리를 갖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획하고 무대를 만든 유지숙 명창에게 손뼉을 친다. 다만 연로한 분들의 소리라 힘이 부치고 역동성이나 뻗어나는 느낌이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라고 말한다.


음향기기를 배제한 소리에 반주가 약간 가린다는 느낌을 주기도 해 이 부분은 고민할 숙제라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우리음악의 음향적 특성을 고스란히 살렸다는 풍류사랑은 그야말로 청중들에게 소리의 참맛을 느끼게 해줄 좋은 공연장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봄이 다가오는 어젯밤, 우리는 서도소리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