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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한글을 사랑한 의사, 에비슨과 김필순

한글 의학 교과서를 통해 한국 근대 의학의 기초를 세우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은 110여 년 전 최초로 해부학 번역서를 만든 에비슨과 김필순의 한글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 기획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 - 개화기 한글 해부학 이야기>을 2018년 7월 19일(목)부터 10월 14일(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본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

 

한국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인 《해부학》은 김필순(金弼淳, 1878-1919)이 번역하고 에비슨(魚丕信, Oliver R. Avison, 1860-1956)이 교열하여 1906년에 펴낸 책이다.

 

 

 

한국 최초의 근대식 병원 제중원의 제4대 원장으로 부임한 에비슨(魚丕信, Oliver R. Avison, 1860-1956)은 한국인 의사 양성을 위한 의학교육에 특히 열정을 쏟았다. 에비슨이 한국 학생들에게 서양의학을 가르치기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한 책은 해부학이다. 해부학은 서양의학을 배우기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기초이자 전통의학과 차별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전통의학에 없던 새로운 개념을 조선인 학생들이 익히기 위해서는 한글로 된 알기 쉬운 의학 교과서가 필요하였다.

 

 

에비슨은 해부학을 번역을 시작하여 책으로 펴내기까지 무려 10여 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처음에는 그레이(Henry Gray, 1827-1861)의 《해부학》을 뒤쳤는데(번역), 에비슨이 연구년으로 고국에 다녀온 사이 조수가 죽으면서 완성본이 함께 사라져 버렸다. 황당한 속에서도 에비슨은 특별히 아꼈던 제자 김필순과 함께 1900년 두 번째 번역을 착수하였다. 그러나 힘들게 재번역한 두 번째 완성본마저 등사 직전에 불타 없어지고 말았다. 세 번째에는 번역 대상을 일본 해부학자 이마다(今田束, 1850-1889)의 《실용해부학》(1887-1888)으로 바꾸었다. 거듭된 실패와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세 번째 시도에서 최초의 하글 해부학 교과서가 드디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펴낸 관립 의학교의 실용(1907)이나 다른 기관의 생리학 교과서들은 국한문 혼용으로 되어 있어 한자를 잘 모르는 이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김필순과 에비슨이 펴낸 실용(1906)은 한글로 적고 낯선 개념을 쉬운 우리말로 풀어 설명하였기 때문에 한자를 잘 모르는 이들도 쉽게 배울 수 있었다. 그레이의 《해부학》 뒤침을 두 번이나 실패하고 세 번째에 원서를 일본의 《실용해부학》으로 바꾸면서 일본에서 만든 의학용어를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배우는 이를 배려해 번역한 것이다. 꼭 필요한 경우 한글 옆에 괄호로 한자를 적고 일본의 한자어를 우리식 한자어로 바꾸거나 새말도 만들어 번역하였다.

 

에비슨과 김필순의 한글 사랑

 

에비슨은 한글 의학 교과서 번역을 통해 사람도 함께 키워냈다. 김필순(金弼淳, 1878-1919), 홍석후(洪錫厚, 1883-1940), 홍종은(洪鍾㒚, ?-?) 등의 제자들과 함께 서양의학 책들을 뒤치고, 제중원과 이후의 세브란스병원 의학교에서는 1905년에서 1910년까지 《해부학》(1906)을 비롯한 30여 종의 한글 교과서가 발간되었다. 첫 결실로 1908년엔 김필순, 홍석후 등 처음으로 정규 과정을 마치고 최초의 의사 면허를 가진 조선인 의사 7명이 탄생하였다. 한글 의학 교과를 통해 더 많은 학생들이 쉽게 서양의학을 배울 수 있었다.

 

 

전시장에서는 어렵게 탄생한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 《해부학》 전질을 만날 수 있다. 권1은 뼈와 인대, 근육, 권2는 소화기를 비롯한 내장기관, 권3은 혈관과 신경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말로 서양의학 지식을 전하고자 했던 스승과 제자 에비슨과 김필순의 피나는 노력과 열정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한글을 사랑했던 의사 에비슨과 그의 제자 김필순. 제572돌 한글날을 맞이하여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개화기 한글 해부학 이야기>(2018.7.19.-10.14.)를 통해 110여 년 전 한글을 통해 새로운 근대 서양의학이 이 땅에 뿌리내리기를 갈망했던 에비슨과 김필순의 열정적인 삶과 한글 사랑 이야기를 만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