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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혀 있던 나라 조선, 개항 이후 벌어진 일들

조선시대 사람들이 경험했던 신문물 이야기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4월호 펴내
고질병 앓는 남편을 두고 가게 해달라는 상소도 올라와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은 지난 1일, “신문물”이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4월호를 펴냈다. 급속히 변화하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환경에 놀랍도록 적응하는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은 이 시대의 것만은 아니었다. 조선시대를 살아왔던 선인들의 일기장에는 낯설고 생경한 문화를 접하고 그에 대한 생각과 혼란스러움을 기록으로 남기곤 하였는데, 이들이 경험하고 기록했던 ‘신문물’을 통해 이 시대의 다양한 시선을 담아보고자 기획되었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같은 전란을 통하거나,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오면서 신문물을 접하는 것이 유일한 기회였던 조선시대 사람들은 외세의 개항 요구에도 나라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쇄국정책을 단행한다. 여러 차례의 양요를 겪으며 저항했지만, 1876년 불평등조약인 강화도조약을 일본과 맺으면서 결국 개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이를 계기로 조선에는 신문물이 쏟아져 들어오게 되고, 개화기라는 새로운 경향이 등장하게 된다.

 

이 시기를 살아간 이들의 기록으로는 함양박씨(咸陽朴氏) 6대의 한문초서일기인 《저상일월(渚上日月)》을 들 수 있다. 이 일기는 1834년(순조 34)부터 쓰기 시작하여 6·25가 발발한 1950년까지 쓰였으며, 아무리 자질구레한 일이라도 직접 보고 들은 것은 모두 적으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에 따라 개항 이후의 시기 《저상일월》을 기록한 박주대는 경북 예천에 살고 있는 영남 유림의 입장에서 개화기의 신문물 이야기들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상소문, 여성에게도 관직을 주고, 쓰개치마를 없애달라

남편이 고질병으로 신음할 때는 남편을 버릴 수 있게

 

 

1897년 2월, 《저상일월》의 저자 박주대는 예천에도 개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나라에서 소매통이 넓은 옷을 입지 말라고 금지하였으며, 의복은 입기 편한 대로 하라는 훈령이 떨어지자 양반 중에도 좁은 소매 옷을 입고 다니는 자들이 생겼다. 박주대는 여전히 소매가 넓은 옛 두루마기를 입었으며, 새로운 풍토를 괴이하게 여겼다.

 

나라에서는 향교에서 문묘에 올리는 제사에 대해서도 비용을 줄이고 제도 또한 신식으로 바꾸라고 하는데, 정작 고을 양반들의 반응은 이전처럼 격하게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통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박주대의 놀라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1898년 8월 《저상일월》의 저자 박주대는 서울에 여학당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기록하며, 여학당의 당수가 천 명으로 늘어났으며 그들이 올렸다는 상소를 구하여 읽어보고 몹시도 통탄하고 있다. 상소문에는 여성에게도 관직을 열어 줄 것, 쓰개치마를 없애줄 것, 내외를 나누는 법을 없애줄 것, 남편이 고질병으로 신음할 때는 남편을 버리고 가도록 허락해 달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1906년 6월 상주에서도 서당교육을 폐하고 신식교육을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는데, 박주대는 한때는 유학자를 자처하던 정하목이라는 자가 “나는 지금까지 공맹의 학문에 속아왔다.”고 했음을 얘기하고 있다. 1912년 8월에는 공동묘지를 설치한다는 소식을 듣고 천인공노할 소식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일상의 변화를 가져온 두려움이자 희망이었던 신문물

선인들의 기록을 기반으로 한 역사 콘텐츠가 창작되길

 

신문물의 물결 속에서 변화하는 조선에 대한 기록들, 서양의 종교와 문화를 바라보는 유학자의 시선, 조선사신단의 눈에 비친 중국문물 등 신문물에 대한 조선시대 사람들의 두려움과 호기심을 다룬 창작소재들은 선인들의 “일기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에는 조선시대 일기류 244권을 기반으로 4,872건의 창작소재가 구축되어 있으며, 검색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매월 한 가지의 주제를 선정하여 웹진 담(談)을 발행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일기류를 소재로 하지만 주제의 선정은 지금의 일상과 늘 맞닿아 있다.

 

이번 달 편집장을 맡은 김용진(월간 <싱클레어> 편집장, 뮤지션)은 “신문물은 두려움인 동시에 기대이고 희망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소진된 삶의 무게를 의미 있는 땀방울로 바꿔주기도 하였다.”면서, “신문물을 둘러싼 급격한 변화를 겪어낸 선인들의 기록들을 기반으로 한 역사 콘텐츠가 창작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