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도서관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인구 100만을 훌쩍 넘는 내가 사는 고양시는 어린이 도서관을 포함하여 모두 17개의 도서관이 있다. 이 정도면 집에서 걸어가거나 마을 버스 1번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거리에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청소년 시절, 남산도서관에 다니기 위해 새벽부터 도시락을 싸들고 여러 번의 버스를 갈아타고 가서도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때에 견주면 나 같은 사람은 요즘 늘어나는 도서관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집 옆에 무수한 도서관을 두고 나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김포시 양곡 도서관에 4회의 강연을 다녔다. 처음 강연 요청이 왔을 때 “김포까지?” 싶었지만 4회에 걸친 강연을 마치고 나는 이 지역 주민들의 공부 열기가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내가 지난 5월 한 달 동안 네 번에 걸쳐 강연한 것은 ‘2019 양곡도서관 야간문화 프로그램’으로 '해외에서 조국독립을 외친 부부독립운동가들'을 포함하여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 ‘우리풀꽃이름이 일본말로 오염되었다고?', '일본속의 한국문화를 찾아서' 등이었다.
강연을 듣는 사람들은 30명 정도로 강연 시간이 저녁 7시부터였으므로 직장인이 주종을 이뤘다. 직장 일을 마치고 피곤한 시간일 텐데도 끝나는 9시가 넘어서까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안하고 열띤 질의를 하는 모습에서 나 역시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4회에 걸쳐 강연을 한 양곡도서관은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도서관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강좌를 마련하여 지역주민들에게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기획이 참신해 보였다.
어떻게 이 작은 도서관에서 이러한 강좌를 마련했나 살펴보니, 김포시 관내 도서관이 매우 독특한 운영을 하고 있음을 알고 놀랐다. 김포시 관내 도서관은 모두 8곳이다. 그런데 이 8곳이 모두 제각각 특징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잠시 소개해보면,
장기도서관 청소년(청소년자료실), 중봉도서관 생태·환경, 향토자료(특화자료코너), 양곡도서관 독립운동(독립운동마당 운영), 고촌도서관 영어(스마트영어도서관 운영) , 풍무도서관 메이커스페이스(3D프린터), 통진도서관 농업(농업자료실 운영) , 마산도서관 여행(여행주제코너, ‘21. 3. 개관예정), 운양도서관 문화·예술(문화·예술 자료실, ‘24. 3. 개관예정) 등이다.
도서관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김포시의 여러 도서관처럼 각 도서관별로 특화된 운영을 한다면 선택과 집중이라는 차원에서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통진도서관의 농업 관련 특화나, 양곡도서관의 독립운동 관련, 중봉도서관의 향토자료 특화는 타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도 흥미 넘치는 주제다.
종이책을 읽지 않는 세상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경제발전과 함께 늘어나는 각 지역의 도서관에서는 특색 없이 그저 그런 종래의 도서관이 아닌 ‘따스한 인간미 넘치는’ 사람책(휴먼북)을 많이 활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결국 강연이라는 것도 ‘사람책’이니까 말이다. 지난 5월, 4회에 걸친 김포시 양곡도서관 강연은 지역주민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열망과 관심을 읽어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