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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그리고 행사

《삼국유사》, 세계기록유산의 가능성을 묻다

한국국학진흥원, 《삼국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전문가 학술대회 연다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원나라가 거대 제국을 꿈꾸며 세계를 정복해 들어올 때,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스님(1206~1289)은 여전히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후예들로 쪼개어져 있는 고려의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의 민족’으로 단합하여 원나라 제국기를 이겨나가야 할 ‘민족지民族知’의 탄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단군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민족’ 의식을 갖게 만들려는 일연선사의 노력이 바로 《삼국유사》 저술로 이어졌다.

 

이후 《삼국유사》는 일제 강점과 같은 국가적 위기가 닥쳐올 때나 ‘단일 민족’으로서의 공통된 인식을 가져야 할 때마다 호출되었으며, 이를 통해 한민족의 역사도 ‘반만년의 역사’가 되었다. 이처럼 한민족의 정신을 대표하는 《삼국유사》는 특정 민족이 어떻게 동일한 ‘민족지’를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기록물이다.

 

경상북도(도지사 이철우)와 군위군(군수 김영만)은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과 함께 《삼국유사》가 가진 이러한 기록유산적 가치를 기반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올리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특히 이번 8월 30일(금)~31일(토) 양일간에는 국내 《삼국유사》관련 전문가 30여 명이 모여 《삼국유사》의 기록유산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그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전문가 학술대회가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 강의동 2층에서 연다.

 

《삼국유사》, 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새로운 가치 발굴

 

《삼국유사》의 고장을 표방하고 있는 군위군은 한국국학진흥원과 함께 《삼국유사》가 가진 현대적 가치를 조명하고, 그 원형을 복원하는 데 오랫동안 힘을 기울여 왔다. 《삼국유사》는 일연스님에 의해 집필된 뒤 조선왕조 개창 후 2년 쯤 뒤인 1394년 처음 목판으로 판각되어 펴냈을 것으로 추정(이 목판을 조선초기본이라고 해서 ‘선초본’으로 부른다)되고 있다.

 

 

현재 이 목판에 의해 인쇄된 《삼국유사》는 완질이 존재하지 않고 연세대학교 박물관과 범어사 등에서 각각 소장하고 있다. 이후 1512년(조선 중종 7년, 임신년) 경주 부윤 이계복이 다시 《삼국유사》 목판을 판각해서 책을 찍었는데, 이 때 펴낸 판본을 판각된 연도를 따서 ‘임신본’이라고 부른다. 현재 목판은 남아 있지 않지만, 그것을 인쇄한 책들은 몇 질 남아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판본이다.

 

군위군은 한국국학진흥원과 함께 조선 초기본과 임신본의 목판을 복원하는 사업을 통해, 《삼국유사》의 원형을 찾아가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더불어 《삼국유사》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조선 초기본에 기반한 교주 작업을 진행함으로써 학술적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반 위에서 군위군은 《삼국유사》가 가진 기록유산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의 민족지를 형성했던 《삼국유사》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제고시키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른바 2018년부터 진행되었던 《삼국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선초본인 연세대학교 소장 <《삼국유사》 파른본>과 부산 범어사 소장 <《삼국유사》 범어사본>, 그리고 임신본 가운데 보존 상태와 문화유산적 가치를 고려하여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본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중심 역할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군위군은 한국국학진흥원과 함께 2018년부터 전문가 중심의 워크숍을 진행하여 등재를 위한 새로운 논리를 만들고, 《삼국유사》가 가진 기록유산적 가치를 발굴해 왔다. 더불어 지난 1월에는 삼국유사를 소장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박물관과 부산 범어사, 그리고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및 추진 주체인 군위군과 한국국학진흥원이 업무협약을 통해 공동으로 등재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번 학술대회는 이러한 과정들을 우선 《삼국유사》 전문가들과 공유하고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좀 더 탄탄한 등재 논리를 만들어 가기 위한 자리이다. 이 자리에서 《삼국유사》 연구자 및 전문가들은 그것이 가진 기록유산적 가치에 주목하고, 향후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의 가능성과 의미를 탐색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학문분야, 《삼국유사》의 기록유산적 가치에 주목하다

 

《삼국유사》 주요 판본은 대부분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어 국내에서는 그 가치가 인정되고 있다. 한국인이 보존해야 할 중요 유산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삼국유사》가 ‘왜 세계인들이 기억해야 할 기록물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좀 더 강화된 논리를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 《삼국유사》 전문 연구자들에 의해 수천 편의 논문이 집필되었지만, 이와 같은 물음에 답하는 논문은 많지 않았다. 《삼국유사》의 가치를 ‘세계’의 관점에서 찾을 필요가 지금까지는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이번 학술대회는 ‘《삼국유사》가 왜 세계인이 기억해야 할 기록물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마당이 될 것이다. 오랫동안 《삼국유사》를 연구해 온 노중국 계명대학교 명예교수의 <《삼국유사》, 특징과 세계기록유산으로서의 가치>라는 주제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삼국유사》가 가진 세계문화사적 가치와 그것이 가진 역사적 배경 등에 대한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더불어 한문학과 불교, 고고미술, 국문학 등에서 본 《삼국유사》의 가치 이해 및 《삼국유사》가 가진 문화유산과 무형유산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논의까지 폭넓게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토론이다. 학술대회 2일차인 8월 31일(토요일)에는 각 주제별 2인의 전문 토론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치들을 재검증하고 전문가들이 동의할 수 있는 등재 논리를 확보해 가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 토론에는 고대사 전문가와 서지학, 역사콘텐츠, 기록유산 전문가 등이 참가하여 등재 가능성과 등재를 위한 논리를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연구된 《삼국유사》의 가치를 좀 더 확장한 《삼국유사》의 세계기록유산적 가치를 추출하게 될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러한 논의를 기반으로 이후 전문가 워크숍을 통해 최종적으로 등재를 위한 논리적 기반을 확정할 예정이다. 더불어 등재 대상 판본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한ㆍ영 도록 제작을 끝내고 영문누리집 구축까지 진행할 것이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2020년부터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 또는 지역목록(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등재 신청서를 작성함으로써 본격적인 등재 과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국국학진흥원 조현재 원장은 “《삼국유사》의 기록유산적 가치에 대한 발굴은 지금까지 연구된 가치를 기반으로, 왜 《삼국유사》가 세계인이 기억해야 할 기록물인지를 밝히는 작업이 될 것이다.”라면서, “이를 기반으로 《삼국유사》에 대한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이 본격화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