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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진해 《웅천왜성 정밀측량 보고서》 펴내

한반도 남부의 왜성은 ‘일본의 문화재’가 아니다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최영창)은 2019년부터 진행한 진해 웅천왜성(경상남도기념물 제79호)에 대한 정밀측량을 끝내고, 디지털 보고서를 누리집에 공개하였다. 국내 유일의 임진왜란 전문박물관인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최영창)은 2017년 남해 선소왜성을 시작으로 임진왜란 당시 남해안 일대에 축성된 왜성에 대한 정밀 측량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왜성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에 쌓은 일본식 성으로, 경남과 전남 일대에 30곳 이상 있다. 곡륜(曲輪, 방어진지)로 불리는 다중 방어진지, 높게 솟은 천수각, 경사진 성벽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곡륜을 통과하여도 잇대어 있는 여러 성곽을 함락시키기 어려워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두 차례에 걸친 울산왜성 전투(1597 ~ 1598)와 사천왜성 전투(1598), 순천왜성 전투(1598)에서는 조명(朝明)연합군의 공격을 막아내기도 하였다.

 

왜군의 보급기지이자 주둔지로 활용되었던 왜성은 동으로는 울산, 서로는 순천에 이르는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남해안의 거점 확보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기에 선박의 출입이 편리한 강이나 바다를 끼고 해발 10~250m 안팎의 독립된 언덕에 자리 잡은 특징이 있다.

 

 

왜성은 16세기 일본 축성(築城)기술의 알맹이가 담겨 있고, 임진왜란 이후, 큰 증ㆍ개축 없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성곽연구의 매우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특히 일본은 에도막부(江戸幕府)가 1615년 시행한 일국일성령(一国一城令)에 따라 수많은 성이 헐리고 사라졌으며, 증ㆍ개축에 의해 전국시대 당시 왜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 때문에 수많은 연구자와 관광객이 우리나라에 있는 왜성을 방문하고 있다.

 

한반도 남부의 왜성은 ‘일본의 문화재’가 아니다. 왜성 축성에 있어 설계와 감독은 일본군이 담당하였지만, 동원된 인부는 조선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우리나라의 자재를 이용하였다. 또한, 임진왜란 이후, 조선군이 활용하기도 했기에 ‘일본의 문화재’라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특히 왜성은 임진왜란 이후, 우리나라의 읍성과 산성의 축조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수원 화성과 남한산성 등에는 왜성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인 경사 있는 성벽, 큰 돌의 사용 등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왜성은 아픈 과거의 산물이라는 이유로 연구가 등한시되고 있다. 개발에 의해 성곽 자체가 파괴되거나, 지형이 바뀌어 입지환경 자체가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왜성은 본래 많은 수가 사적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었으나 1997년 일제지정문화재 재평가와 관련, 일괄 해제되어 몇몇 왜성만이 시도지정문화재 등으로 관리되고 있다. 또한, 그 범위마저도 전체 규모에 비하면 작게 설정되어 있다. 이번 측량조사 대상지인 웅천왜성은 경상남도기념물 제79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지만, 문화재로 지정ㆍ관리되지 않는 많은 왜성들은 방치되어 성벽의 유실 등 문화재 훼손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에 국립진주박물관은 왜성의 정밀측량과 3D 스캔을 통해 자료를 축적하는 한편 연구 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아울러 축적된 데이터는 첨단 디지털 장비를 활용한 복원 등을 통하여 연구와 관광 상품화를 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훼손이 발생할 시 복원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웅천왜성 측량 보고서는 국립진주박물관 누리집에 올렸으며, 측량 내용과 도면, 3D 스캔 데이터, 항공촬영 영상과 사진, 조감도 및 VR 등이 수록되어있다. 누리집의 학술조사 탭을 이용해 웅천왜성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VR을 체험을 할 수 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17년 남해 선소왜성과 ’19~‘20년 창원 웅천왜성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30개의 왜성에 대한 정밀 측량조사를 전수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왜성의 전수 조사로 만들어진 데이터와 연구 성과가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염원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물론, 관광 상품으로도 활용되어 문화향유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