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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북두칠성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북두칠성과 북극성은 늘 그 자리에 있어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89]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정말 봄이구나! 아침 산책길에 진달래가 어느새 방긋한다. 산수유도 못 참고 노란 꽃을 활짝 피었다. 입춘, 우수, 경칩을 지났으니 절기상으로는 당연히 봄이지만, 여전히 밤이 낮보다 길었는데 드디어 이번 주말이 춘분이고 이제 내주부터는 낮이 더 길어지니, 이거야말로 진짜 봄이 아니겠는가?

 

 

 

 

 

아니 그렇지 않아요. 춘분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오늘(17일) 수요일에 이미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내일부터는 낮이 더 길어진다고 천문학자들이 예고하고 있다.​

 

사실 오늘 수요일은 봄의 분수령인 것은 맞다. 다만 춘분이라고 꼭 이날 낮밤의 길이가 같은 것이 아니고 그 전에 이미 같아진다고 하니 춘분 사흘 전에 낮밤이 같다고 놀랄 일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그렇다면 오늘부터 진짜 봄이다.​

 

봄이 되면서 밤하늘에 달라지는 것이 있단다. 겨우내 북쪽 지평선 근처에 머물던 북두칠성이 북동쪽 하늘로 높이 올라오는 것이다. 북두칠성이 올라오면서 큰 국자 형상의 이 별이 약간 기울어지고 그러면 그 국자에 담겨있던 하늘 샘물이 봄비가 되어 내린다고 생각했단다. 며칠 전 봄비가 오긴 했지만, 이번 주말 춘분에 다시 비가 온다면 이 대지 위에 생명의 물이 넘칠 것이니 비를 기대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겨우 내 일었던 온갖 먼지와 잡스런 공기들, 공중에 떠다니는 병균들이 다 씻겨 내려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그런데 북두칠성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우리가 그냥 북두칠성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사실 일곱 개 별마다 이름이 따로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2008년 사이에 우리나라에 와있던 중국대사 이름이 닝푸쿠이(寧赋魁)였다. 이 중에 쿠이라고 발음하는 魁(괴)라는 끝 글자가 특이해서, 예전 특파원 모임에서 만날 때에도 어찌 저런 글자를 이름에 쓰나 했는데, 알고 보니 이 괴라는 글자는 북두칠성에서 국자의 머리 부분을 일컫는 글자였다. 그리고 우리가 사람 이름에 많이 쓰고 흔히 자루라고 훈을 다는 柄(병)이란 글자는 북두칠성의 자루 부분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 북두칠성을 머리 부분부터 번호를 매기고 1번부터 7번까지 각각 정성(正星), 법성(法星), 영성(令星), 벌성(伐星), 살성(殺星), 위성(危星), 응성(應星)이라고 불렀고 이 별들이 각기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을 맡고 영향력을 미친다고 생각해 왔다. 도교나 민간 신앙에서는 이 별들을 각각 탐랑성(貪狼星), 거문성(巨門星), 녹존성(祿存星), 문곡성(文曲星), 염정성(廉貞星). 무곡성(武曲星), 파군성(破軍星)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북두칠성을 하늘의 목구멍과 혀(天之喉舌)에 해당하기에, 하늘을 상징하고 나아가 천체 기상을 관장하는 신으로 생각되는 데 따라 이름이 붙여진 것임을 말해준다. 따라서 하늘이 인간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생각에서, 인간의 운명ㆍ숙명, 그리고 인간의 재수를 관장하고 농사와 관계있는 비를 내리게 하는 신으로도 생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1번 정성(正星), 곧 탐랑성은 첫 번째 별인 만큼, 하늘이 된다. 주로 양의 덕을 맡으며 천자의 상이다. 두 번째 별 법성(法星), 곧 거문성은 땅의 개념이어서, 주로 음(陰)과 관련된 일과 형벌을 주관하고 황후의 상이다. 설날에 복주머니를 차고 다니고 복조리를 돌리는 풍습은 이 별과 연관이 있다.

 

세 번째 별 영성(令星)은 재난과 해로운 일을 맡는다. 사람으로 상징되고 오행으로는 화(火)를 맡는다. 네 번째 별은 벌성(伐星)으로서, 하늘의 법으로 무도한 것을 치는 일을 한다. 다섯 번째 별이 살성(殺星), 곧 염정성(廉貞星)으로서 가운데를 맡아서 사방을 도우며 죄 있는 자를 벌하는 일을 한다. 북두칠성의 중심을 잡아주는 별이기에 옥형성이라고도 한다.​

 

신격화된 북두칠성은 구체적인 어떤 신체(神體, 신령을 상징하는 신성한 물체)를 상징한다. 중부지방의 무속에서는, 무녀들이 신체로 삼고 있는 거울에 칠성을 그리거나 문자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구리로 만든 이 거울을 무녀들은 명도(明圖)라고 부른다. 때로는 칠성단이라는 단을 쌓고 그 위에 정화수를 놓아 신체로 삼기도 하는데, 그것은 물(비)의 신으로서의 특징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는 뱀이나 용으로 상징되기도 하고, 불교 절이나 무녀의 신당 안에 인격신으로 그림으로 표현되어 모셔진 것이 있다.

 

하늘을 상징하는 뜻에서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신으로 생각되어 ‘칠성님께 명을 빈다’라는 말이 있고, 또 단명으로 태어난 아이의 운명을 북두칠성이 고쳐 주어 장수하였다는 신화가 있어 수명과 인간의 운명을 관장하는 기능을 말해준다. 또 비를 내려 농사를 풍년들게 하는 점에서 재물의 신으로도 모셔진다. 이들 칠성신앙은 반드시 하늘에 있는 칠성신의 개념이 일상생활로 내려와 뿌리를 내린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용재총화에 보면 고려 시중(侍中) 강감찬(姜邯贊)이 한양 판관이 되었는데, 그때 경내에 호랑이가 많아 관리와 백성이 많이 물려 피해를 당하여 부윤(府尹)이 걱정하자, 강감찬이 종이에 글을 쓴 첩(貼)을 만들어 북동(北洞)에 가서 늙은 중을 불러와 꾸짖으니 중으로 변한 그 호랑이가 식구들을 데리고 가버려 그 뒤부터 한양부에는 호랑이에게 당하는 걱정이 없어졌다는 설화를 전하면서 이어서​ 강감찬의 처음 이름은 은천(殷川)이며, 복시(覆試)에 장원 급제하여 벼슬이 수상에 이르렀다고 한다.

 

강감찬은 몸집이 작고 귀도 조그마했다. 용모가 아주 크고 위엄스럽고 가난한 어떤 선비 한 사람 있었는데, 그는 관대(冠帶)를 단정히 하여 앞줄에 서고, 강감찬은 헌옷을 입고 그 밑에 있었는데, 송나라의 사신이 가난한 선비를 보고, “용모는 비록 크고 위엄이 있으나 귀에 성곽(城郭)이 없으니, 필연코 가난한 선비다.” 하고, 강감찬을 보고는 두 팔을 벌리고 엎드려 절하며, “염정성(廉貞星)이 오랫동안 중국에 나타나지 않더니, 이제 동방(東方)에 있습니다.” 하였다​ 라고 전하고 있다.

 

여기에 북두칠성의 별 하나가 인간화된 형상으로 등장한다. 강감찬을 염정성이라고 한 것이다. 북두칠성의 일곱 개 별 중에 한가운데에 있기에 중심을 잡아주는 이 염정성은 하늘의 형벌을 주관하면서 매우 공정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경계해주는 별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별일지 모르겠다. 어찌 보면 사회의 지도층들은 이러한 염정성의 정기를 받아서, 곧고 올바른 성품을 가져야 할 것인데, 요즈음 많은 우리 사회의 지도층들이 눈앞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파렴치한 일들을 그야말로 식은 죽 먹듯이 해 왔고 또 하고 있으니 그 옛날 강감찬이 중국에서 가져온 이 별이 혼탁한 공기오염 때문에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봄을 열어놓는 춘분에 즈음하여 북쪽 하늘에 높이 떠오르는 북두칠성이 인간의 모든 운명과 길흉화복을 주관한다고 하지만 적어도 북두칠성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좋은 교과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우리 조상들은 하늘의 별에서 삶의 모든 것을 보았다. 밤하늘의 별은 눈에 보이는 단순한 경치가 아니라 우리에게 삶의 길을 가르쳐 준 스승이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는 더는 하늘을 보지 않기에 북두칠성도 잘 볼 줄 모르고 살고 있지만 아무리 구름이 끼어도 북두칠성과 북극성은 늘 그 자리에 있으니, 우리가 이 별들이 과거부터 현재로 이어지며 말해준 인간세상의 됨됨이를 무시하지 않고, 잊지 않고 배우는 일이 오늘 우리들게 가장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