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한국화에는 매화ㆍ난초ㆍ국화ㆍ대나무를 소재로 하여 수묵으로 그린 사군자
(四君子)라는 그림이 유난히 많습니다. 이는 수많은 식물들 중에서도 이 매난국죽
(梅蘭菊竹)의 의미가 남다르며, 그 생태적 특성이 모두 고결한 선비의 인품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매화는 눈 속에서 맑은 향기와 함께 봄을 제일 먼저 알리고, 난초는 깊은
산골짜기에서 홀로 은은한 향기를 퍼뜨리며, 국화는 늦가을 찬서리를 맞으면서 깨끗한
꽃을 피우고, 대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푸른잎을 계속 유지하는 등입니다.
이 사군자는 그림뿐 아니라 글에도 수없이 등장하는 선비의 벗이고 목표였습니다.
지금이야 꽃 가운데서 일시에 폈다가 일시에 지고 마는 벚꽃놀이에 푹 빠진 사람들
천지이지만 예전 우리 겨레에게 벚꽃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데도
정체성이 있다면 지나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