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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정가원은 학교의 기능을 지닌 자역 배움터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2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박금례 원장이 시조창, 경기 민요, 송서와 율창, 전통춤을 하나로 아우르는 소통의 장으로 정가원을 세웠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는 묵계월을 위시하여 여러 명인 명창에게 노래와 춤을 배웠는데, 특히 이동규의 정가는 그의 부친 이병성의 노래를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이주환 명인의 가락을 이어받은 국립국악원 정통의 가곡이어서 정가원 회원들이 부르고 있는 정가는 정통의 소리제라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박 원장은 인천시 부평구에 <미추홀 정가원>을 세우고, 시청이나 구청에서 지원하는 마을 공통체 사업이라든가, 또는 인천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고 있다. 특히 마을 공통체 사업의 하나로 시조와 민요를 중심으로 하는 “소리 밥상”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은 마을 주민들을 위한 봉사적 성격을 띠고 있는 공연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역의 유치원이나 초등학생들에게 시조나 민요 강좌를 꾸준히 열어 오면서 활성화를 꾀하여 왔고, 어머니 회원들의 경우는 그들 가슴속에 잠재된 여인의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동기를 제공해 줌으로 해서 더더욱 정가원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를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작년 겨울, <미추홀 정가원>은 비대면 공연으로 “렉쳐 콘서트 시리즈 1 ‘박금례의 정인가담(情人歌談)’을 영상제작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2020년 연초부터 현재까지 우리는 코로나19라는 괴질(怪疾)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는 질병으로 인해 우리 사회 각 분야가 심한 고통과 몸살을 안고 있으며, 모두가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무대 위에서 관객과 공감을 해야 하는 공연예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지만, 특히 사람들이 모여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전통음악 분야나 춤 분야는 고사 직전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매우 심각하다.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지역 예술인들의 활동을 지원해 주는 지방정부나, 공연 주체들은 비대면 공연을 위한 시스템의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실제로 대부분은 관객 없이 비대면 공연을 한 뒤, 방송이나 유트브 채널 등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겨울, 비대면 공연에 올려진 종목들은 비인기 종목의 12가사 가운데, 수양산가(首陽山歌)를 비롯하여, 평시조 합창, 남여창지름, 송서율창(誦書律唱), 경기좌창과 민요, 그리고 전통무용 등을 해설과 함께 공연한 것이다.

 

 

이 가운데 박 원장의 독창곡인 수양산가는 처사가, 양양가, 매화가와 함께 임기준(林基俊)이 후대에 전해 준 곡으로 알려져 있는데, 시작을 “수양산의 고사리를 꺾어 위수빈의 고기를 낚아 의적의 빚은 술, 이태백 밝은 달이 등왕각 높은 집”(아래 줄임)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노래의 제목도 수양산가로 정하고 있으나, 인생은 허무하니 풍류나 즐기자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정가원의 <렉쳐 컨서트 1>은 가사, 시조창, 또는 시창과 같은 느린 박자의 노래들을 통하여 전통예술에 담겨 있는 고고한 멋과 치유의 힘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미와 신명의 노래가 아닌, 곧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보고 절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재미없는 노래들, 그러나 우리의 감정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필요한 노래들이 주요 레퍼토리였기에 더더욱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박금례 원장은 이러한 공연 성과를 바탕으로 해서 앞으로는 학술모임이나 경연대회와 같은 본격적인 형태로 그 전승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전통 성악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렉쳐 콘서트 형식으로 인천 시민들을 만났고, 시민들에게 전통음악의 이해와 그 감상에 큰 도움을 주었던 것은 분명한 결실이었다. 다양한 장르를 겸비하고 있는 박금례 원장의 행보를 기대하며 그의 노력이 알찬 열매 맺기를 바란다. 전승의지의 끝이 보이지 않는 박 원장의 말이다.

 

 

“현대 사회는 의술의 발달로 인해 평균수명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네 가정은 저출산으로 인해 가족의 수가 줄고 있지요. 각 가정에서 가족수가 줄고 있다는 말은 곧 우리나라의 인구가 감소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자녀의 감소는 곧 우리 여성들의 중년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의미도 되는데, 이렇게 사회적인 변화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다양한 갈등이라든가, 또는 스트레스, 그리고 우울감을 느끼게 되지요. 정신건강이 매우 중요한 시기에 처해 있는 중년의 여성들에게 있어 이처럼 전통음악과 춤에 대한 이해와 실제의 참여 활동은 매우 큰 도움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삶의 질을 향상한다는 목적보다는 단순한 취미 생활이나 복지 측면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어 아쉽기는 하지만, 특히 노인의 다양한 취미생활을 위해서, 또는 그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한 방책의 하나로 한복(韓服)과 다도(茶道)문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정가원은 학교의 기능을 지닌 동네의 배움터로 인식을 넓혀 나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소리를 통해 우울감을 해소하고, 닫혀 있던 마음을 열게 되면서 전통성악의 감각을 살리게 되고, 전통무용으로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고맙고 다행한 일이다. 이러한 문화활동의 경험이 곧 다양한 삶의 변수들을 고려하게 된 것임을 확인하면서 회원들은 “우리는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다”라고 믿고 있고, 아울러 “정가원은 곧 살리는 공간이고, 나를 찾아가는 길목”이라는 확실한 목표의식을 지니기 시작하였다며 박 원장은 고운 미소를 내비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