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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30살 이상 나무 베어내고 어린나무를 심는다?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없는 산림청의 정책
[이상훈 교수의 환경 이야기 56]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요즘 자동차를 타고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나무를 베어내고 묘목을 심은 넒은 구간을 쉽게 볼 수 있다. 묘목의 크기는 10~20cm에 불과하여서 나무를 베어낸 구간은 멀리서 보면 거의 민둥산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는 산림녹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인데, 숲의 나무를 왜 베는가?

 

2021년 1월 21일 산림청은 정부대전청사에서 ‘2050년 탄소 중립 30억 그루 나무 심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가 목표인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 30살 이상 된 나무를 베어내고 30억 그루의 어린나무를 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하여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그러므로 나무를 심는 일은 화석연료(석탄ㆍ석유ㆍ천연가스)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나무를 많이 심겠다는 목표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산림청의 정책을 반대했다. 왜 그랬을까?

 

나무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빈 땅에 나무를 심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나무를 심을 만한 놀고 있는 땅이 많지는 않다. 빈 땅이 없으므로 산림청에서는 기존의 숲에서 30살 이상 된 나무를 베고 어린나무를 심겠다고 발표했다. 산림청장은 “30억 그루 가운데 27억 그루는 국내에 심는데, 벌기령(나무 베기를 허용하는 나무의 나이)을 대폭 단축해 새로 조림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나머지 3억 그루는 북한에 심을 것이다.)

 

큰 나무를 베어내면 목재로 팔 수 있어서 산주에게는 당장 이익이 될 것이다. 산림청의 정책에 따르면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묘목을 심는 비용의 90%를 정부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주로서는 나무를 베어내어 팔아서 이익을 남기고, 그 자리에 정부 지원금을 받아서 묘목을 심으면 된다.

 

나무를 베어내더라도 벌목하는 방법에 따라서 산림을 파괴할 수도 있고 산림을 보존할 수도 있다. 벌목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완전 벌채이다. 크고 작은 모든 나무를 기계톱을 이용하여 일제히 베어내면 땅이 노출된다. 노출된 땅에 묘목을 심고 비료를 뿌리고 해충 방제를 위해 농약을 살포하면 토양침식과 영양물질의 유실 등의 생태적인 피해가 나타날 수가 있다.

 

두 번째 벌채 방법은 선택적 벌채이다. 선택적 벌채에서는 나무를 일제히 베어내는 것이 아니고 목재로 이용할 수 있는 큰 나무만 선택적으로 베어낸다. 이 방법을 채택하면 맨땅이 노출되지 않고 생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선택적 벌채는 산림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어서 환경주의자들이 찬성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므로 가시적인 이익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벌목업자는 반대한다.

 

산림청의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30살 이상의 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묘목을 심으면 이산화탄소가 줄어들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산림청에서는 30살 이상 된 나무는 탄소흡수능력이 떨어지며 어린나무의 탄소흡수량이 30살 이상 나무의 탄소흡수량보다 더 많다고 주장했다. 과연 사실일까?

 

전문가들은 나무의 종류에 따라 탄소흡수량이 정점에 이르는 수령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잣나무와 낙엽송은 45살, 소나무는 45~50살, 상수리나무와 신갈나무는 70살에 탄소흡수량이 정점에 도달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나무의 탄소흡수량은 완만하게 커졌다가 완만하게 작아지므로 정점을 지났다고 탄소흡수량이 0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묘목은 오히려 탄소흡수량이 아주 적다. 그러므로 30살 이상의 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묘목을 심으면 이산화탄소의 흡수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줄이는 셈이 되어서, 원래 정책의 목표와는 반대 결과가 나타나고 말 것이다.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는 30살이 넘으면 나무가 늙어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산림청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현장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벌목한 나무의 나이테를 조사해보니 30살까지는 나이를 세기 어려울 만큼 나이테 간격이 아주 촘촘했다. 그런데 30살이 넘어가자 나이테 간격이 더 넓어졌다. 나이테가 넓다는 것은 나무가 왕성하게 자라고,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했다는 증거이다. 산림청의 주장과는 달리 30살이 넘어도 대부분 나무의 탄소흡수 능력은 여전히 왕성하다.


 

 

최병성 목사가 목재 산업 현장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30살의 나무는 목재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한옥 목재로 쓰려면 최소한 60살 된 나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목재로 사용하려면 나무의 벌기령을 외국처럼 최소 60~70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그는 주장하였다.

 

2014년 1월 네이쳐 논문에 따르면 대형 고목 나무 한 그루가 작은 나무로 이루어진 중형 숲만큼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한다. 이산화탄소 흡수는 광합성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광합성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는 나무 숫자가 아니라 나뭇잎의 숫자가 결정한다. 100년 된 서어나무 한 그루의 나뭇잎 숫자는 작은 나무 수백 그루와 맞먹는다. 그러므로 큰 나무를 베어내고 묘목을 심는 일은 이산화탄소 흡수 측면에서는 엄청난 손해이다.

 

완전 벌채에서는 벌목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숲에 있는 모든 나무를 베어내는데, 부작용이 크다. 숲에는 큰 나무는 물론 작은 나무와 초본류가 공생하고 있다. 또한, 표층 흙의 탄소흡수량도 매우 크다. 전기톱과 포크레인을 이용하여 모든 나무를 제거하게 되면 숲의 탄소 저장 능력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는 “소나무 숲 아래에는 다양한 생태적인 기능을 가진 나무와 풀이 많고, 자연숲에서는 표층 흙의 탄소흡수량도 엄청나게 크다.”라고 지적했다. 2014년 과학 학술지 <네이쳐>의 연구 결과를 보면, 자연 숲의 탄소흡수량이 인공 숲보다 2배 이상 크다. 200년 동안 자연 상태로 둔 숲과 50년마다 모두 베고 심기를 반복한 숲의 탄소흡수량을 비교 연구한 결과이다.

 

생태적인 부작용이 큰 완전 벌채는 산림청에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산림청 고시 제2018-4호(2018.4.25.) <친환경 벌채운영요령>에 따르면 벌채 면적이 5ha 이상이면 벌채지 내 10% 이상을 원형 및 정방형의 나무 집단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또한, 벌채구역과 다른 벌채구역 사이에는 폭 20미터 이상의 수림대(樹林帶)를 남겨두어야 한다. 이러한 규정이 있음에도 사유림의 경우에는 벌채기준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산림청은 2021년 1월에 발표한 산림 부문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이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당황한 산림청은 지난 6월 3일, 최근에 보도된 쟁점들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통해 원점에서부터 논의해 수정ㆍ보완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모든 선진 국가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였다. 우리 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2020년 12월에 선언하였다. 정부의 모든 부처는 국가 목표인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여 발표하였다. 산림청은 1년 동안 심사숙고한 끝에 “30살 이상의 나무를 베어내고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라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막상 그 내용을 살펴보니 산림청의 정책은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가 없는 부실한 정책임이 드러났다. 환경단체에서 제동을 걸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의 산이 민둥산으로 변할 뻔했다. 천만다행이다. 삼림청은 크게 각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