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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아내와 남편 사이 부름말은 ‘임자’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64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요즘 텔레비전 방송을 보면 연예인들이 나와서 ‘내 와이프가 어쩌구“ 하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분명히 우리말 ’아내‘가 있는데도 영어를 쓰는 것을 보면서 참 답답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우리 겨레가 아내와 남편 사이에 쓰는 부름말(호칭어)은 ’여보‘와 함께 ‘임자’를 썼습니다. 알다시피 ‘임자’는 본디 ‘물건이나 짐승 따위를 제 것으로 차지하고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요즘에는 ‘주인’이라는 한자말에 밀려서 자리를 빼앗겼지만, 우리 겨레는 아내와 남편 사이에 부름말로 쓴 것이지요.

 

 

아내는 남편을, 남편도 아내를 “임자!” 이렇게 불렀는데 서로가 상대를 자기의 ‘임자’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서로가 상대에게 매인 사람으로 여기고 상대를 자기의 주인이라고 불렀던 것이고, 아내와 남편 사이에 조금도 높낮이를 서로 달리하는 부름말을 쓰지는 않았고 ‘임자’라는 말로 평등한 사이였음을 드러냈습니다. 요즘도 가끔 남편이 아내에게 낮춤말을 하면서 이른바 ‘남존여비’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지만, 이것은 일제 침략 기간에 남긴 일본 사람들 말법의 찌꺼기라고 합니다.

 

아내와 남편 사이에 높낮이가 없다는 사실은 가리킴말(지칭어)로도 알 수 있는데 우리 겨레가 아내와 남편 사이에 쓰는 가리킴말은 ‘이녁’이었습니다. 알다시피 ‘녘’은 자리를 뜻하고 ‘쪽’은 방향을 뜻하여 ‘이녘’이란 말은 ‘이쪽’과 비슷한 뜻인데, 아내가 남편을 가리키며 ‘이녁’이라 하고, 남편도 아내를 가리키며 ‘이녁’이라 하는 것은 서로가 상대 쪽을 가리키며 자기 스스로라고 하는 셈입니다. 아내와 남편 사이는 둘로 떨어지는 남남이 아니라 서로 떨어질 수 없는 한 몸, 곧 한 사람이니 ‘그쪽’이나 ‘그녘’으로 부를 수는 없다고 여긴 것이지요. 역시 내외(부부) 사이 평등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