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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아무리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 '영산회상(靈山會相)'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4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시조창은 <시절가>, <단가>, 또는 <시절 단가>라고도 했는데, 영조 때 이세춘이 처음으로 장단을 배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시조라는 명칭에서 <평(平)>은 가곡 <평거(平擧)>와 같이 보통의 높이로, 중허리시조는 <중거(中擧)>와 같이 중간부분을 들어내는 곡조, 지름시조는 <두거(頭擧)>와 같이 머리 부분을 높이 내는 곡조, 사설시조는 농(弄)시조, 또는 엇시조로, <언롱(言弄)>의 형태와 유사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시조창보(時調唱譜)』를 펴낸 이양교(李良敎)는 김진홍(金眞紅), 장사훈, 김태영, 한창환 등을 통해 추교신, 임기준, 최상욱 등의 시조가락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전통성이 인정된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주에는 기악합주곡으로 널리 알려진 <영산회상(靈山會相)>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영산회상>은 넓은 의미로 석가의 교설(敎說)이다. 홍윤식은『한국불화의 연구』에서 이 말은 불교자체를 의미할 뿐 아니라, 불교의 상징적인 표상으로서의 뜻을 지닌 말이라고 했다. 의미를 좁혀 영축산에서 석가의 법화경(法華經)을 설한 법회의 모임을 뜻하는 말이라고 해도 불교와 깊은 관계가 있는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

 

 

예컨대, 1700년대 초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전남 구례의 천은사 <영산회상> 그림이나 승주 송광사의 <영산회상> 그림을 보면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석가의 설법 장면이 묘사되어 있는데, 그 곳에 악기를 들고 음악을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영산회상이 음악용어로 쓰이기 시작한 시기는 그리 오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순수하게 음악으로 전해오는 영산회상은 조선조 성종 때,『악학궤범(樂學軌範)』에 전하는 바와 같이, 또는『대악후보 大樂後譜』에 <영산회상불보살(靈山會上佛菩薩)>이라는 7글자의 가사를 노래 부르던 성악곡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당시의 영산회상은 현재 전하는 9곡의 구성이 아니라, 그 중 제 1곡에 해당하는 <상령산-上靈山>이라는 악곡이었다. 이 영산회상, 즉 지금의 상령산은 점차 세속화 되었고, 또한 7글자의 가사를 잃고 순수하게 기악곡화 되면서 조선 말기쯤 내려오면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곧, 상령산에서 제 2곡인 <중령산-中靈山>과, 제3곡인 <세령산-細靈山>, 그리고 제4곡인 <가락덜이> 등등의 악곡들이 변주되었고, 그 이후에는 제 5곡인 <삼현도드리-(三絃還入)>와 제6곡인 <하현(下絃)도드리>가 첨가되는 것이다. 하현도드리는 앞 곡인 삼현의 변주곡이다. 제7곡인 <염불도드리>는 나무아미타불의 여섯 글자(六字)로 이루어진 육자염불이고, 그 뒤로 제 8곡 <타령>과 제9곡 <군악> 등등이 첨가되어 현재는 모두 9곡으로 이루어진 모음곡(組曲) 형식의 음악으로 연주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과정은 차치하더라도 현재 국악연주회나 개인발표회에서 가장 빈번하게 연주되고 있고, 또한 가장 널리 연주되고 있는 유명한 악곡의 이름이 바로 <영산회상>이란 점은 분명하다. 왜 이렇게 영산회상이 유명한 악곡으로 자리를 잡은 것일까? 이 악곡 속에 어떠한 음악적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전문 연주자들이 이 곡을 연주해 오고 있으며, 또한 많은 애호가들이 이 음악을 생활속에서 감상하며 명곡으로 꼽고 있는 것인가?

 

한 마디로 해답을 얻기는 어렵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 음악을 들어 왔거나 특히 연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예외없이 영산회상을 좋아하며 생활속의 명곡으로 꼽고 있는 것이다. 글쓴이도 <영산회상> 음악을 피리나 단소와 같은 악기로 연주하기 시작한지 60년이 넘고 있지만, 지금도 가장 애호하고 있는 음악이어서 자주 듣고 있다. 특히, 피리나 대금 독주로 연주되는 평조회상의 첫 곡, <상령산>의 연주는 언제 들어도 좋고, 관악영산회상의 자유로우면서도 각 악기들이 주고 받는 문답형의 시원한 <상령산>도 일품이다.

 

 

영산회상은 아무리 자주 듣는다 해도 또는 자주 연주한다 해도 싫증이 나지 않는 음악이다. 우리가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또한 목이 마르면 언제든지 물을 마시듯, 마음의 안정이나 평화를 위해서 자주 듣는 음악이 곧 영산회상이기 때문이다. 심신이 극도로 피곤해 있을 때, 관악 영산회상을 들으면 생기가 돋고, 주체하기 힘든 욕망이 끓어오를 때, 현악영산회상을 들으면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다.

 

영산회상에는 연주 형태나 악기편성이 다르게 편성되는 세 종류의 음악이 있다. 첫째는 현악기 중심으로 편성된 현악영산회상이고, 둘째는 관악기 중심으로 연주되는 관악영산회상이며, 셋째는 현악 영산회상을 낮게( 4도) 이조시킨 평조회상 등이다. 현악영산회상은 9곡의 모음곡이고 관악영산회상은 8곡, 셋째는 평조회상이 8곡이어서 도합 영산회상의 구성곡들은 25곡이다.

 

세 갈래 영산회상은 각각의 음악적 특징이 있고, 이론 정립을 위한 자료로서의 가치도 크다. 그러나 영산회상의 존재는 무엇보다도 개인의 수양(修養)이나 세상을 교화(敎化)시켜 나가기 위함에 있는 음악이라 하겠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