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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딱새’ 소리 들리는 숲길

평창강 따라 걷기 7-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김삿갓 시비를 떠나 강 따라 조금 더 가자 작은 언덕이 나타났다. 이정표가 보인다. 언덕은 흙계단을 만들어 놓았지만, 경사가 급했다. 이어서 한적한 숲길이 나타난다. 숲에서 뻐꾸기 소리가 들려왔다. 4박자 울음이 독특한 검은등뻐꾸기 소리였다. 속칭으로는 ‘홀딱새’라고 부른다. 숲속에서 새 소리를 잘 들어보면 ‘홀-딱-벗-고, 홀-딱-벗-고’라고 들린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검은등뻐꾸기는 철새다. 중부지방에서는 5월에 잠간 머물다가 날아가 버린다. 아래 인터넷 주소에서 홀딱새의 울음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

검은등뻐꾸기(홀딱새) 울음소리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GvPjhUqxhXM

 

산길을 따라 조금 가자 왼편에 쉼터가 나타나고 그 옆에 안내판이 하나 서 있다. 강 건너편 마을이 마지리다.

 

 

안내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마지리는 읍의 남부 동남쪽에 위치하며, 본래부터 龍(용)물이에서 말(馬)이 났다고 하여 마지리(馬池里)라 불려졌다고 전하여 온다. 연대는 미상이나 마지마을이 생길 때, 高山골에 나주(羅州) 羅씨가 살았는데 어느 날 어린 아기가 태어났다. 태어난 지 사흘 뒤 아이의 어머니가 산후(産後) 빨래를 갔다 돌아와 보니 방안에서 군사훈련 시키는 소리와 병정 소리가 들려 방문을 여니, 아이가 어른 키 높이의 선반 위에 앉아 있었다. 집안에서는 장수가 났으니 망하였다 하여 그 어린아이를 죽이기로 하였다. 당시에는 장수가 태어나면 정권을 노린다고 두려워하여 삼족까지 멸하기 때문에 가족들의 안전을 위하여 어린아이를 마당에 눕혀놓고 떡안반과 팥 석섬을 올려놓아 압사시켰다고 한다. 그 후 3일 뒤 마지리에서 강 건너 응암리로 가는 길 벌판에 흙먼지가 일어나며, 말울음 소리가 들려서 가보았더니 용마 한 마리와 커다란 못(龍물이)이 생겼고, 사람들이 말을 붙들려고 하였으나 사납기 이를 데 없어 붙들지 못하였다. 이 말이 사흘 동안 진도(마지1리)에서부터 시동(마지2리)까지 오르내리며 울부짖었고, 사흘 뒤에 어린 장수가 묻힌 시동에서 말이 죽어버리자 부락민들이 무덤을 만들어 주었으며 그곳이 현재 시동골 말무덤이며, 용마 한 마리와 커다란 못이 생겨났다는 곳이 현재 이곳 마지리 연못이다. 출처: 《평창읍지》

 

그런데 마지리 연못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답사 후에 강 건너편 마을인 마지리를 찾아가 보았다. 마을로 들어가 강 쪽으로 가보니 커다란 연못이 나타났다. 연못 옆에 말의 동상과 정자가 서 있다.

 

 

 

연못에서 응암리 쪽을 바라보니 마지리 연못 안내판이 있음직한 자리에는 나무가 울창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안내판에서 마지리 쪽으로 나무를 조금만 베어내면 안내판이 있는 산길에서 강 건너 연못과 말 동상이 보일 것 같다. 예산이 많이 들 것 같지도 않다. 평창군 관계자의 선처를 기대한다.

 

산길을 계속 따라가다가 표지판이 있는 작은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갔다. 거의 수직의 절벽 위에 아담한 정자가 하나 서 있다.

 

 

 

선조 때인 1580년에 지대명, 이인노 등이 세웠다는 정자의 이름은 아양정(娥洋亭)이다. 아양이라고 하니 먼저 아양을 떠는 기생의 모습이 떠오른다. 더구나 ‘娥’자도 계집 女 변이 있는 예쁠 ‘娥’ 자가 아닌가? 어떤 기생과 관련이 있을까?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곳을 다녀간 양승국 변호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답사기를 보면 그게 아니다. 중국 적벽강 기슭에 있는 정자 이름에서 따온 것이란다.

 

정자 바로 밑의 절벽이 평창강에서 30m 정도 솟아올랐기에 중국처럼 적벽이라 부르고, 적벽을 적시며 흐르는 이 부분의 평창강을 적벽강이라고 불렀단다. 그러니 이곳 정자도 중국 적벽강의 정자 이름을 본 따 아양정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중화주의에 물든 조선 양반들의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양정은 풍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임진왜란 때에는 의병을 모집하는 은밀한 연락처로 이용했다고 한다. 임진왜란을 견디어낸 아양정이 1950년 6.25 전쟁은 이겨내지 못하고 포화로 불타버렸다. 그 뒤 사라진 아양정을 애석히 여긴 지방 유지들이 뜻을 모아 1963년에 아양정을 복원하였다. 지금 보는 아양정은 1998년 평창군에서 보수하여 원형을 되찾아 놓은 것이라고 한다.

 

아양정 오른쪽 옆으로 작은 샛길이 나 있다. 이 길은 지도상에는 나오지 않는데, 우리가 묵었던 펜션 주인장이 알려준 길이다. 나도 처음 가는 길이었지만 일행을 안내하여 내가 앞장서서 산길을 걸어갔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이었다. 잡풀을 헤치면서 겨우겨우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좁고 험한 길을 따라 15분쯤 걷자 드디어 82번 도로를 만났다. 도돈교를 지나 삼거리에 있는 용봉휴게소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20분이다. 용봉휴게소에 점심을 예약해 두었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서 뒷모습을 보이며 앉아 있는 웬 사내가 있는데, 자세히 보니 시인마뇽이다. 그는 지난번 제6구간을 개인 사정으로 걷지 못하였다. 그는 이날 일찍 와서 자기가 못 걸은 제6구간과 우리가 걷는 제7구간을 한꺼번에 걷겠다고 나에게 말했었다. 그의 기개와 체력이 부럽다.

 

그는 새벽에 군포에 있는 집에서 출발하여 지하철을 타고 동서울 터미널로 가서 평창읍으로 오는 시외버스를 탔다. 아침 9시 30분에 평창 터미널에 도착하여 제6구간 출발점으로 가서 걷기 시작하였는데, 운 좋게도 우리와 만난 것이다. 그는 약 3시간을 혼자 걸은 뒤에 우리를 만났다.

 

우리는 용봉휴게소에서 두부찌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주류(酒流) 3명은 막걸리를 시켜 먹었다. 은곡, 석영, 그리고 내가 주류다. 나는 주량이 많지는 않지만 엄연한 주류에 속한다. 나물과 두부 등 반찬이 맛있었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모든 재료를 직접 재배해서 반찬을 만든다고 한다. 여름에는 앞에 있는 평창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도 끓인다고 한다. 다시 가고 싶은 식당이었다. 가양이 점심을 사겠다고 하면서 카드로 먼저 계산을 해버렸다. 돈은 이렇게 써야 허는디... 가양, 고마워요!

 

점심을 마치고 1시에 다시 출발했다. 이제부터는 힘든 코스 없이 강 따라서 가면 된다. 서울은 벌써 덥다지만 여기 평창은 덥지 않고 상쾌한 봄 날씨다. 붉은색 꽃이 피는 진달래와 철쭉은 다 지고 이제는 꽃이 하얀 이팝나무와 아카시아가 피기 시작하였다. 아카시아는 꽃향기가 매우 진하고 꿀이 많은 꽃이다. 그러나 이제 막 피기 시작해서 그런지 아카시아 향기를 맡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평창읍 도돈리를 걷고 있다. 도돈리는 평창군 남면의 지역으로서 《조선지지》 등에서 도돈리(道敦里)라고 표시되어 있다. 굽이굽이 휘돌아 흐르는 평창강이 퇴적 지형을 만들었는데, 마치 버선같이 둔덕이 되어있어서 도두니라고 하다가 한자로 바뀌면서 도돈리가 되었다. 도돈리와 마지리를 휘감고 흐르는 평창강 부분은 1921년에 펴낸 《조선환여승람》에서는 적벽강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82번 도로는 평창읍에서 주천면을 거쳐 영월로 가는 국도이다. 그러나 평창읍에서 영월읍으로 가는 31번 도로가 새로 나는 바람에 82번 도로에는 차량이 많지 않았다. 4~5분에 한 대 정도로 차가 드물게 지나간다. 찻길을 걷는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다.

 

우리가 걷는 길 왼쪽에 있는 산이 옥녀봉(590m)이다. 산세가 옥녀(玉女, 仙女와 같은 말)가 머리를 풀어 헤친 것 같다 하여 옥녀봉이라 한단다. 산봉우리 모양이 위에서 볼 때 옥녀가 거문고를 타는 형상이라고 한다. 나는 옥녀봉을 아직 등산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옥녀봉 아래에 있는 등산로 입구까지는 가보았다. 입구에 있는 옥녀봉 등산안내도 사진을 여기에 올린다. 꼭 등산하고 싶은 산이다.

 

 

등산 안내도에 있는 옥녀봉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평창군의 최남단에 위치한 거슬갑산 옥녀봉은 높지는 않지만 남부 지역의 들녘과 평창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조망이 탁월한 곳이다. 가파른 오르막길과 완만한 내리막 능선을 따라 다양하고 특색 있는 소나무 군락과 참나무 군락지가 이어지고 곳곳에 굴참나무 서식지, 진달래 군락지가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산행 중 한눈에 들어오는 평창강의 전경은 한반도 지형과 흡사하여 산과 들을 끼고 U자형으로 굽이치는 모습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필자 주: 답사가 끝난 뒤 6월 7일 석주와 함께 옥녀봉을 등산하였다. 출발지점의 표고가 300m 정도니 정상이 높지는 않지만, 경사가 몹시 심하여 등산하기 매우 힘든 산이다. 옥녀봉 정상을 지나 조금 내려가다가 오른쪽 절벽 쪽으로 조망이 매우 좋은 지점을 발견하였다. 그곳에서 바라보니 평창강이 S자 모양으로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우리 선조들은 이 경치를 보며 수태극(水太極)이라고 표현하였다.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영월의 한반도지형전망대에는 나도 가본 적이 있다. 거기서 바라보는 경치는 물이 한번 휘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옥녀봉에서 바라본 평창강 지형은 물이 두 번 휘돌아가기 때문에 더 멋있는 경치라고 생각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