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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낙동강의 녹조라떼를 어찌할 것인가?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6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2021년 10월 19일 환경운동연합에서는 <녹조라떼로 키운 채소에서 발암물질 남세균 독소 검출>이라는 제목으로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같은 날 탐사 보도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에서는 환경운동연합의 발표를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dAf3GnHb3r8)로 보도하였다. 보도 자료의 내용은 필자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환경운동연합의 보도는 낙동강 녹조 물로 키운 상추잎에서 남세균 (Cyanobacteria)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9 마이크로그램(µg/kg)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나라 밖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의 농작물 축적 사례는 여럿 보고됐으나, 국내 검출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 부경대의 이승준 교수와 이상길 교수팀이 수행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성인이 낙동강 물로 재배한 상추잎 6장만 먹어도 마이크로시스틴의 WHO 기준치를 초과한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에서는 ‘녹조라떼’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대규모 녹조 창궐이 해마다 발생한다. 낙동강은 부산과 대구 등 영남권에 사는 1,000만 국민의 생활용수가 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녹조가 섞인 물을 취수하더라도 정수과정에서 독소가 제거되므로 상수도로 이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처지를 밝혀왔다.

 

환경단체에서는 녹조가 심한 지역 부근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환경부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나라 밖 연구 사례와 다르게 작물 내 녹조 독소 축적을 부정해왔다. 환경부는 물환경정보시스템 ‘녹조 Q&A’에서 ‘Q: 녹조가 생긴 물을 농작물에 주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가능합니다. 과일과 채소의 독소 흡수 기작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남세균 독성은 햇볕과 물이 공급되는 논이나 밭 토양은 물론 농수로에서도 잘 자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 100배 이상의 독성을 지녔으며 국제암연구소에서 잠재적 발암물질로 지정한 독소 가운데 하나다. 또한 남세균 독소는 간 독성, 신경독성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전문가들은 독성 기준이 대부분 성인 위주로 정해지기 때문에, 체중이 적게 나가는 어린이나 노약자의 경우 독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보도가 나가자 환경부는 2022년 4월까지 7달 동안 ‘녹조 관리 선진화 방안 연구’ 용역을 통해 유해 남조류 독성의 농산물 안전성 영향을 분석한다고 발표했다. 4대강 사업 완공 이후 만 10년 동안 녹조 독성의 환경 위해성 문제를 외면하던 환경부가 뒤늦게 조사에 나선 것이다.

 

정부의 뒤늦은 조치에 대해 대구환경운동연합 곽상수 운영위원장은 “국가기관의 공식적인 조사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녹조 위해성 문제에 있어서 그간 ‘과소보호 금지 원칙’이라는 헌법상 국민 권리를 외면했던 환경부 등 정부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4대강사업 이후 만연한 녹조는 이제 독조(毒藻, 독이 있는 바닷말) 상태가 됐다”라면서 “독조에 가장 확실한 백신과 치료제는 막혀 있는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그런데 녹조는 왜 낙동강에서 그렇게 문제가 되는가? 2,000만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인 한강에서는 왜 녹조가 나타나지 않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녹조가 발생하는 조건에 대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녹조가 발생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녹조 생물이 성장하기에 적당한 수온, 둘째는 녹조 생물에게 필요한 영양성분 그 가운데서도 특히 인(燐) 성분, 그리고 셋째는 느린 체류시간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체류시간이다. 녹조가 발생하더라도 물이 빨리 흘러서 녹조생물이 하류로 흘러내려 가면 녹조는 번성할 수가 없다. 간단히 말하면 흐르는 물에서는 녹조가 생길 수가 없고, 녹조는 고여 있는 물에서만 발생하는 것이다.

 

녹조 발생의 관건이 되는 체류시간은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체류시간 = 저류량 / 유입량

 

그러므로 유입량이 같을 때 체류시간은 저류량이 증가하면 늘어나게 된다. 4대강 사업을 끝낸 남한강의 경우, 팔당댐에서부터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를 거쳐 충주댐까지의 저류량이 2.43억 톤에서 2.83억 톤으로 3,990만 톤 늘어났다. 비율로 계산하면 저류량과 체류시간은 14% 증가하였다. 체류시간이 소폭으로 늘어난 것은 남한강에 건설된 3개 보는 높이가 낮아서 전체 저류량이 조금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동강의 경우 낙동강 하구둑에서 안동댐까지 334km의 구간에 8개의 대형보를 건설하였고, 저류량은 2.245억 톤에서 8.964억 톤으로 6.719억 톤이나 늘어났다. 비율로 하면 저류량이 과거에 견줘 약 300%가 증가되고 따라서 체류시간도 적게는 3배가 늘어났다. 이처럼 체류시간의 차이 때문에 한강에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으나, 낙동강의 8개 보 곳곳에서는 해마다 여름에는 녹조가 번성하고 있다.

 

“녹조가 섞인 낙동강물을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로 계속 사용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낙동강 주민들이 제일 민감해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소수의 지역 환경운동가들만 반대의 목소리를 낼 뿐, 주민들은 뜻밖에 잠잠하기만 하다. 지역 출신 정치인들도 이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낙동강 유역의 주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가장 열렬히 지지하였다.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다. 여름이면 녹조로 뒤덮이는 낙동강의 오염된 물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이제는 4대강 사업의 잘못을 인정하고 낙동강 보의 해체를 요구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