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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산과 나무가 비치는 평창강

평창강 따라 걷기 8-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은곡은 어디서나 막걸리를 즐겨 마신다. 술이 들어가자 기분이 좋아진 은곡은 주인장에게 허락을 받고서 판소리 춘향전의 한 토막을 무반주로 구성지게 하였다. 나는 단골메뉴인 사철가를 했는데, 은곡이 추임새를 적절하게 넣어주어서 소리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우리는 1시 45분에 식당을 출발하였다.

 

82번 도로를 따라 조금 가자 왼쪽으로 강 따라가는 좁은 길이 나타난다. 이 길은 도로표지판에 장충동길이라고 쓰여 있다. 영월군청 누리집에서는 장충동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장충동(長忠洞)은 영월군 서면 광전리 매운(梅雲)과 평창강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마을로서, 충주 지(池)씨가 개척한 지씨 집성촌이다. 원래 주녹골(朱帥谷)이라고 불렀는데 주녹골의 유래는 마을 뒷산에 예부터 노루와 사슴이 많았으므로 '주녹골'이라 하였다. 지계최(池繼崔) 장군이 병자호란 때 나라에 큰 공을 세웠으므로 '장충동(長忠洞)'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평창강 따라 나 있는 장충동길은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다. 넓이는 차가 한 대 지나갈 정도인데, 중간중간에 교차를 할 수 있도록 조금 넓은 지점을 만들어놓았다. 장충동길로 들어서자 바로 장충약수터가 나타났다. 매우 유명한 약수터인가보다. 사람들이 약수를 뜨려고 기다린다. 약수터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물맛을 보니 시원하고 맛있다.

 

 

약수터를 지나 계속 강 따라 소로를 걸어갔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매우 한적한 길이다. 길 중간에 판운리가 끝나고 한반도면 광전리가 나타난다. 길의 왼쪽은 강이고 오른쪽은 산으로 이어지는데, 여러 가지 야생화와 귀한 나무들이 나타났다. 나는 장충동길을 지나면서 고본, 초롱꽃, 개다래나무, 쉬땅나무 등을 볼 수 있었다. 잎 모양이 아카시아 비슷한 이름을 모르는 식물이 있었는데, 가양이 족제비싸리라고 가르쳐 준다. 꽃송이가 족제비 꼬리 같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한적한 길을 따라 한참 가자 드디어 마을이 나타난다. 장충마을은 크지 않다. 마을 가운데에 지계최 장군을 모신 사당이 있기는 한데 대문이 잠겨있다. 발돋움하고 비석을 사진 찍었다. 비석에는 인조조충공신사적비(仁祖朝忠功臣史籍碑)라고 쓰여 있다.

 

 

지계최 장군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았다. 지계최(1592~1636) 장군은 병자호란 때 서흥에서 청나라 군사를 크게 무찔렀으나 말에서 떨어져 팔뚝이 부러졌다. 적에게 포위되자 탈출할 수 없음을 깨닫고 칼을 빼 자진하였다. 후에 한성부판윤(지금의 서울시장)에 추증(죽은 뒤에 벼슬을 내림)된 것으로 전해진다. 장충이라는 마을 이름은 지계최 장군의 용맹과 기개를 이어 충신의 정신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라는 뜻에서 긴 ‘장(長)’, 충성 ‘충(忠)’ 자를 따서 만들었다.

 

장충 마을 가운데에 충주 지씨 제실이 있다. 지씨 문중에서 지계최 장군을 기리는 사당 충모원(忠慕院)을 설립하고 후손인 지휘정(池煇政) 씨가 관리하며 매년 제를 지냈다. 그러나 지휘정 씨가 죽은 뒤 부지가 개인에게 매매되면서 지금은 사유지 마당에 훼손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충모원을 조금 지나니 번듯한 건물이 왼쪽에 나타난다. 건물의 간판을 보니 ‘판운1리 마을회관’이라고 쓰여있다. 장충마을의 행정명칭은 영월군 주천면 판운1리다. 우리는 전형적인 시골길을 걷고 있다. 차는 거의 다니지 않는다. 사방은 고요하다. 강물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가끔 뻐꾸기 소리와 산비둘기 소리가 들릴 뿐이다.

 

마을회관을 지나자 길은 강 쪽으로 다가간다. 뽕나무 가지가 길에까지 늘어져 있다. 마침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검게 익었다. 손이 닿는 곳에서 오디를 따먹을 수가 있다. 가양은 가던 길을 멈추고 오디를 맛있게 따먹는다. 나도 오디를 따 먹었다. 가공하지 않은 오디가 먹을 만했다.


 

 

길은 이제 강과 붙어있다. 오른쪽 산비탈에 근사한 펜션이 나타난다. 엘솔(El Sol)이라는 이름의 펜션이다. 건물이 여러 채 있다. 강가로 내려가 보았다. 상류 쪽으로 바라본 평창강이 매우 아름다웠다. 해는 정남을 지나 서쪽으로 가고 있다. 동쪽 하늘은 파랗고 파란 하늘이 비친 물도 파랗다. 물가로 다가가 사진을 찍었더니 멋진 사진이 나왔다.

 

 

강 따라서 산을 바라보며 가다 보니 강이 넓어진다. 평창강이 소(沼)를 만들어서 넓어진 부분이 나타난다. 물살이 없이 물은 조용하다. 소는 매우 길게 뻗어 있고, 물이 깊은 듯하다. 잠수하며 작살로 고기 잡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여기는 낚시하기에 좋은 장소인가 보다. 낚시꾼들이 주차할 수 있도록 도로를 넓게 만들었다. 차가 10대 이상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강이 넓고 고요해서 주변 산과 나무가 강물에 비친다.

 

 

여기서부터는 영월군 한반도면 광전리이다. 광전리는 일제강점기인 1914년에 '광운리(廣雲里)'에서 '광'자를 '전동리(錢洞里)'에서 '전'자를 취하여 '광전리'라 했다. 광전리는 평창강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마을로 콩, 옥수수, 고추, 담배를 재배하고 약간의 논농사도 짓고 있다고 한다.

 

녹음과 방초에 취해 계속 길을 걷자 누군가 “쉬었다 가자”라고 말했다. 시계를 보니 3시 15분이다. 점심 먹고 출발한 지 90분이 지났다. 종점이 멀지 않았지만 우리는 바쁜 사람들이 아니다. 이 구간에 쉼터로 이용할 정자는 없다. 길이 조금 넓은 부분에 주저앉아 쉬기로 했다. 은곡은 앉자마자 걸망에서 막걸리를 꺼낸다.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다가 우리는 다시 출발하였다. 동쪽을 향하여 걷는데 앞에 보이는 산이 매우 뾰족하고 모양이 특이하다. 카카오맵으로 확인해보니 배거리산이다. 이름이 배와 관련되어 있을 것 같다. 손말틀(휴대폰)로 검색해 보니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배거리산: 강원도 영월군 북면ㆍ한반도면ㆍ주천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고도 842m. 산의 형상이 배모양이어서 일명 석선산(石船山)이라고도 한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이곳에 큰 홍수가 났다. 뱃마을에 살던 마음 착한 부부가 가족과 함께 배를 타고 피난을 했는데, 물이 점차 불어나며 배가 이 산꼭대기에 걸렸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 산을 배거리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현재는 시멘트용 석회석을 채굴하는 노천광산이 있어서 점점 깎이고 있다.

 

좁은 길이 끝나면서 차가 교차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길이 나타난다. 강 건너편에 있는 마을이 매운마을이다. 근사한 다리가 보여서 가까이 가 보았다. 2008년에 준공된 매운교에는 지역 출신 조각가가 참여해 청동으로 만든 조각 작품을 올려놓았다. 조각품은 물놀이 뒤 귓속에 물이 들어가 조약돌을 귀에 대고 물을 빼내는 어린이 모습이다. 다리 입구에 ‘동강이와 서강이의 이야기’라는 시를 돌비석에 새겨놓았다. 시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동강이와 서강이의 이야기

 

江에서 놀다 보면 종종 귀에 물이 들어가곤 한다.

귀의 물을 빼는 방법은

넓은 돌을 귀에 대고

‘東江이 많나 西江이 많나’ 하면서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것이다.

 

‘나는 널 사랑해’를 가슴에만 담고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동강이!

언제나 사랑하기에

우리가 놀던

東江과 西江은

추억이 아니라 영원한 현재다.

 

*동강이와 서강이를 만지면 동강과 서강이 합수되는 영월에서 헤어진 연인과 만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넓어진 길을 따라 계속 갔다. 민가가 나타났다. 우리는 집으로 들어가서 주인장에게 물을 얻어먹었다. 조금 더 강 따라 내려가자 소오목2교가 나타난다. 다리 중간에서 본 평창강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다리를 건너자 길가에서 조금 들어간 공터에서 은곡의 트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시계를 보니 4시 20분이다. 오늘 평창강 제8구간 11km를 걷는 데 5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