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며느리밥풀꽃에 얽힌 이야기

[정운복의 아침시평 113]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요즘처럼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 역사는 없었던 듯합니다.

지금은 극단적 핵가족화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같이 사는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예로부터 참 묘했던 것 같습니다.

아들을 빼앗겼다는 서운함일까요? 아니면 질투일까요.

 

특히 홀로되어 자식을 지극정성으로 기른 어머니일수록

갈등의 깊이가 깊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같은 여인으로 가장 가까워야 할 관계인데….

고부간의 갈등은 풀리지 않은 영원한 숙제인 것 같습니다.

 

꽃엔 며느리가 들어간 이름을 가진 것들이 있습니다.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며느리밥풀꽃이 그러한데요.

이들 모두 구박당하는 며느리의 현실과 관계가 깊습니다.

반면에 꽃 이름 가운데 시어머니가 들어가는 예는 없지요.

 

 

‘며느리밥풀꽃’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집니다.

옛날 어느 가난한 집에 며느리가 들어왔습니다.

흉년이어서 끼니를 잇기 힘들었는데.

시아버지 생신이 되어 며느리는 귀한 쌀 한 줌으로 밥을 짓습니다.

 

며느리는 솥을 씻으려다가 솥뚜껑 안에 붙은 밥알 두 알을 보고

얼른 입에 넣었는데, 마침 시어머니에게 걸렸습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괘씸하게 여겨 내쫓아 버립니다.

억울한 며느리는 결백을 보이기 위해 자결합니다.

 

그 며느리 무덤가에 하얀 밥알을 입에 문 것 같은 꽃이 피었답니다.

사람들은 그 며느리의 넋이 꽃으로 화했다 하여

며느리밥풀꽃이라 불렀다고 하지요.

 

며느리에 관련된 속담이 있습니다.

‘미운 열 사위 없고, 고운 외며느리 없다.’

‘고양이 덕과 며느리 덕은 알지 못한다.’

‘동정 못 다는 며느리 맹물 발라 머리 빗는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이 달걀 같다고 나무란다.’

‘못생긴 며느리 제삿날에 병난다.’

‘죽 먹은 설거지는 딸 시키고 비빔 그릇 설거지는 며느리 시킨다.’

 

많은 속담이 며느리를 포함하고 있지만, 긍정적이나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현대는 가족관계의 이합집산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것을 반분 사회라고 이야기하지요.

곧 결혼한 사람의 절반이 이혼하고

이혼한 사람의 절반이 재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진득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덥지 않더라도,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더라도

응원하고 함께해주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꽃이 되었든 풀이되었든, 사회적 약자가 더는 이름짓기의 한가운데

나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