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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사람도, 물질은 순환한다

평창강 따라 걷기 14-2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세경대학교 앞은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어 있었다. 가로수를 심었는데, 단풍이 들고 잎이 떨어져 있어서 그럴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홍 교수와 해당을 주인공으로 하여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시가지를 조금 걷다가 오른쪽 길로 빠지자 강이 보인다. 왼쪽으로는 엄청나게 넓은 체육시설이 나타나고 오른쪽으로는 제방 너머로 평창강이 보인다. 이곳에서 평창강을 가로지르는 고가도로의 이름이 서강대교다. 영월 사람들은 평창강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서강이라고 부른다. 영월읍의 동쪽에서 흐르는 강이 동강(東江)이니 서쪽에 있는 강을 자연스럽게 서강(西江)이라고 부른다. 평창군에서 발원했기 때문에 평창강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영월 사람들의 심리로 볼 때 이웃 군의 이름을 강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조금 께름칙한 면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걷는 길의 왼쪽에 외씨버선길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길 이름이 예뻐서 안내판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외씨버선길은 영월읍의 산책길이 아니다. 외씨버선길은 우리나라 대표 청정지역인 경북의 청송, 영양, 봉화와 강원도 영월의 4개 군이 협력하여 만든 둘레길이라고 한다. 외씨버선길은 모두 15개 구간(연결구간 2개 포함)으로 나누어지는데, 전체로 합쳐지면 그 모양이 조지훈 시인의 유명한 시 <승무>에 나오는 ‘보일듯 말듯한 외씨버선’의 모습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외씨버선길은 청송군의 주왕산에서 시작하여 영월읍의 관풍헌에서 끝나는데 길이는 240km나 된다. 중간에 김주영객주길, 오일도시인의길, 조지훈문학길, 보부상길, 김삿갓문학길 등이 있어서 인문학적인 이야깃거리가 많을 것 같은 길이다. 갑자기 멋진 생각이 떠올랐다. 평창강 따라 걷기 220km가 끝나면 외씨버선길 따라 걷기 240km를 한번 도전해 볼까? 국문과 교수 출신인 석영과 한번 의논해 보아야겠다.

 

둑길을 걷다가 강변 둔치로 내려갔다. 둔치는 엄청나게 넓었는데, 지도상에는 동강둔치공원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둔치에서 보이는 강이 동강이다. 둔치에서 남서쪽을 바라보면 서강과 동강이 만나는 지점이 짐작은 가는데 보이지는 않는다. 동서강 합류지점을 잘 보려면 강 건너편으로 가야 한다.

 

둔치에는 넓은 갈대밭이 있었다. 갈대 사이에 커다란 버드나무가 서 있다. 해당 말에 따르면 이처럼 큰 버드나무는 드물다고 한다. 해당은 버드나무 사진을 찍었다.

 

 

나는 멀리 보이는 동강대교를 사진 찍었다.

 

 

위 사진에서 동강대교 왼쪽에 보이는 산이 봉래산(고도 802m)이고, 꼭대기에 ‘별마로 천문대’가 있다. 산꼭대기를 확대하면 천문대가 보인다.

 

둔치공원을 걸은 뒤에 우리는 동강대교를 건너갔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긴 의자 3개가 나타난다. 우리는 1시간 정도 걸었기 때문에 쉬었다 가기로 했다. 나의 예쁜 각시가 배낭에 넣어준 군고구마를 꺼내어 하나씩 나누어 먹었다. 열네 번의 답사를 하는 동안 매번 각시는 군고구마를 준비해 주었다. 각시의 내조가 고맙다.

 

짧은 휴식을 끝내고 우리는 동강의 남쪽 둑길을 걸었다. 시멘트 포장이 안 된 둑길이었다. 풀밭 사이로 길이 나서 걷기에 좋았다. 동강의 남쪽 지역은 영월읍 군내면 덕포리(德浦里)다. 1914년 행정 구역 개편 때에 나루터(현재 동강대교 위치) 위쪽인 상덕촌(上德村)과 아래쪽인 밀적포(密積浦)에서 덕 자와 포 자를 따서 덕포리라고 하였다.

 

 

둑길 가까이에 철로가 있다. 마침 청령포역을 통과하여 영월역으로 들어가는 기차가 달려온다. 나는 얼른 손말틀(휴대폰)을 꺼내 기차 사진을 찍었다. 해당은 기차를 사진 찍고 있는 나를 사진 찍었다.

 

 

해당은 사진을 잘 찍는다. 해당이 동강의 남쪽 둑길에서 보이는 영월읍 사진을 찍어 나에게 보내주었다. 여기에 올린다.

 

<그림18>

 

둑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자 평창강(서강)과 동강이 만나는 지점이 뚜렷하게 보인다.

 

 

위 사진에서 오른쪽(동쪽)에서 가운데로 흘러드는 강이 동강이고 가운데에서 합류하는 강이 서강이다. 사진 가운데서 왼쪽으로 흘러가는 강이 남한강이다. 평창강은 220km의 긴 여정을 마치고 동강과 합류하면서 남한강으로 이름이 바뀐다. 지도에서 보면 세 강의 관계를 잘 알 수 있다.

 

 

평창강은 이제 남한강이 되어 낮은 곳을 찾아 계속 흘러간다. 평창강이라는 이름은 사라지지만, 평창강의 실체를 구성하던 물 분자(分子: 물질의 성질을 유지하는 최소 단위)들은 없어지지 않는다. 평창강 유역에서 모인 물 분자들은 남한강을 따라 흘러가고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난다. 양수리 합류 지점에서 한강이 시작된다. 한강은 수도권에 사는 2,000만 국민에게 식수를 공급한다. 평창강 물이 한강으로 흘러들어 서울에 사는 내 친구들의 식수가 되고 손 씻는 물이 된다.

 

물은 순환한다. 한강은 서해로 흘러든다. 바다에서 증발한 물은 육지로 이동하여 구름이 되고 비가 된다. 비가 땅으로 내리면 하천이 되고 강이 되고, 다시 바다로 흘러든다. 매우 느리지만 물의 순환이 이루어진다. 물이 순환해야 사람이 살고 나무가 자라고 곡식이 자란다. 물이 순환해야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단풍이 든다. 물이 순환해야 생명이 태어나고 문명이 유지된다. 물 분자(H2O)가 사라지지 않고 순환한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가 죽으면 나의 이름 세 글자는 사라지지만 내 몸무게 60kg을 이루었던 여러 종류의 분자와 원자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를 구성했던 원자들의 일부는 이미 나의 두 아들에게 전달되었다. 내가 죽으면 내 몸을 이루었던 분자와 원자들은 흩어져서 자연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어떤 것은 기체가 되어 대기로 들어가고, 어떤 것은 액체가 되어 강으로 흘러들 것이다. 대다수 분자는 고체가 되어 흙 속에 남아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쌀로 변하고 배추로 변하여 후손의 먹거리가 될 것이다. 느리지만 물질의 순환이 분명하게 이루어진다. 물질의 순환은 자연의 순리이다. 물질이 순환해야 인류가 살고 문명이 유지된다. 물질의 순환 역시 고마운 일이다.

 

우리는 오후 2시 50분에 ‘영월 드론전용 비행시험장’ 앞에서 제14구간 4.3km 걷기를 마쳤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