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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색없는 화개장터, 새로눈 모습으로 거듭나길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꽤 오래전에 화개장터에 가 본 적이 있다. 사실 서울에 살면서 조영남의 ‘화개장터’ 노래 가사처럼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에 발걸음을 옮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주 때마침 하동에 볼 일이 있어 내려간 김에 화개장터 나들이 길에 올랐다.

 

밖의 날씨는 불가마처럼 달아오르는데 11시쯤에 도착한 화개장터 주차장은 벌써 만원이다. 화개장터 바로 앞의 주차장은 유명세(?)치고는 차량 삼십여 대도 댈 수 없는 좁은 공간이다. 간신히 한자리가 비어 주차하고 바로 코앞에 있는 화개장터 입구로 들어섰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와는 다르게 외견으로는 상당히 정돈된 느낌을 받아서 마음속으로 “와우 좋아졌네. 얼른 들어가서 빈대떡에 막걸리라도 한 잔 해야겠다” 싶은 생각에 아치형 출입구로 잽싸게 들어섰다. 몇몇 방문객들은 입구에 ‘화개장터’라고 세워둔 돌 안내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뿔사! 발걸음을 몇 발자국 옮기기도 전에 나는 그만 ‘아, 이게 뭐지’ 싶은 마음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화개장터’란 이름에 걸맞은 장터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토산품점’ 비슷한 가게들만 즐비했다. 나를 더욱 실망시킨 것은 그 ‘토산품점이 팔고 있는 물건들’이었다.

 

 

 

마른나물류라고는 곤드레, 취나물, 고사리 정도이고 나머지는 구기자, 오미자, 상황버섯, 산수유, 황기, 우슬, 천궁, 작약, 차가버섯, 겨우살이, 감초 같은 말린 한약재료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마치 서울의 경동시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문제는 화개장터 안의 점포들이 거의 쌍둥이 점포처럼 다루고 있는 품목들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오래전에 갔을 때 기억에 남아있던 ‘장터맛’을 느끼기 위해 찾아간 화개장터는 완전히 제 빛깔을 드러내지 못한 채 특색 없는 ‘무늬만 장터 이름’을 달고 있는 곳으로 변모해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요기라도 할양으로 찾아간 한 식당의 ‘재첩국’은 뚝배기도 아닌 멜라민 그릇에 약간의 재첩과 부추 조금 넣은 것을 1만 원이나 받고 있었다.

 

 

화개장터는 경상남도 화개면 쌍계로 15에 있는데 그 유래에 대해 하동군에서는 “지리산 맑은 물이 흘러 내려와서 섬진강과 만나는 곳에 자리한 화개,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이어주는 화개장터는 해방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 중 하나로 전국의 어느 시장보다 많은 사람이 붐볐던 곳이다. 이곳엔 5일장이 섰으며, 지리산 화전민들은 고사리, 더덕, 감자 등을 가지고 와서 팔고, 전라도 구례, 경남 함양 등 내륙지방 사람들은 쌀보리를 가져와 팔았다. 더불어 전국을 떠돌던 보부상들도 이 장을 놓칠세라 생활용품을 가지고 왔으며, 또한 여수, 광양, 남해, 삼천포, 충무, 거제 등지의 사람들은 뱃길을 이용하여 미역, 청각, 고등어 등 수산물을 가득 싣고 와 이 화개장터에서 팔았다.”라고 써놓고 있다.

 

이 설명대로라면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훈훈한 시골 전통 장터를 연상하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전혀 그런 분위기는 느낄 수 없다. 옛 장터가 주는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그야말로 '장터' 다운 점포 배치 등 여러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