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계속 오대천의 왼쪽 언덕을 따라 내려가자 마평1교가 나타났다. 마평1교는 세월교(洗越橋)다. 세월교는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기도록 만들어진 다리를 말하는데, 잠수교라고도 한다. 평상시에는 다리를 건널 수 있으나 홍수가 나서 다리가 잠기면 건널 수가 없다.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교 아래에 있는 잠수교를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마평1교를 건넌 뒤에 마평 삼거리로 올라가지 않고 왼편으로 걸어가 둑길로 들어섰다. 이제는 오대천의 오른쪽 둑길을 걷는다. 길 오른쪽으로는 감자밭, 배추밭, 파밭이 이어진다. 배추를 벌써 수확한 밭도 보인다. 배추를 수확하면 다른 작물을 심을 것이다. 이곳 진부에서도 이모작을 할 수 있다.
오대천의 오른쪽 언덕을 걷다가 다시 59번 도로로 올라왔다. 이제는 수항리로 접어들었다. 수항리(水項里)는 진부면 소재지 남쪽에 있는 마을로 오대천의 물목(물이 흘러서 들거나 나는 어귀를 말하는 토박이말)이 되므로 물목, 수항, 물항이라고 하였다. 《조선지지》에 수항리로 나왔고, 현재도 수항리라고 한다. 본래 강릉에 속했던 지역인데 1906년에 평창군에 편입되었다.
도로를 따라 걸어 낮은 고개를 넘어갔다. 낮 2시 30분 수항보건진료소 앞에 있는 수항편의점에 도착하여 잠시 쉬었다. 아이스크림콘을 하나씩 사서 먹었다. 우리는 가게 앞 공터에서 커다란 양산을 세워놓은 탁자에 둘러앉아 은곡이 주고 간 막걸리와 석영이 가져온 참외를 먹었다. 비 오는 날 막걸리에 파전을 곁들이면 제격일 터인데, 파전까지는 준비하지 못했다.
석영이 정선댁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오늘 일이 있어 답사에는 참석 못하였는데, 저녁 식사에는 참석하겠다며, 저녁 식사 시간과 장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봉평면 유포리에 있는 다키닥팜이라는 오리 식당을 카톡으로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저녁 6시로 예약한 식당으로 전화를 걸어 참석자가 1명 늘었다고 말했다.
가양이 말하기를 정선댁이 등장한 이후 우리 답사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자기가 참석하는 테니스팀에도 여자가 한 사람 나오자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남자들의 모임에 여자가 한 사람이라도 끼면 예외 없이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일반화한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틀림없이 여자들의 모임에 남자가 한 사람이라도 끼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긍정적으로 달라질까? 부정적으로 달라질까? 내 생각으로는 긍정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정선댁 등장 이후 대화가 많아지고 활발해졌다. 웃음소리도 더 잦아졌다. 그렇다면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음양이라는 세상의 이치는 신비한 것이다. 모든 동물이, 포유동물은 물론 새와 물고기와 곤충 그리고 심지어는 지렁이까지 암컷과 수컷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모든 식물이 수술과 암술이 있어서 수분작용이 이루어져야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사람이 태어날 때 남자와 여자로 구별된다는 것이 신기하다. 남자와 여자가 성적으로 결합해서 아기가 태어난다는 것도 신기하다.
화제가 풍부한 가양이 말을 꺼냈다. 자기의 초등학교 동창생 중에 비구니 스님이 있단다. 그 스님은 학승으로서 유명한데 속리산 법주사의 어느 암자에 있다고 한다. 그 스님은 초동학교 동창 모임에도 잘 나오는데 자기가 만나는 가장 나이 많은 여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 연배의 남자들이 부담 없이 만나는 가장 늙은 여자는 초등학교 동창생이라고 일반화시켜 말했다.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 그렇다면 거꾸로 말해 보자. 우리 연배의 여자들이 부담 없이 만나는 가장 젊은 남자 역시 초등학교 동창생이 아니겠는가?
40분 동안 휴식을 취한 뒤에 낮 3시 10분에 출발하였다. 왼쪽으로 나타나는 다리가 아차골교이다. 다리를 건너가면 국립 두타산 자연휴양림으로 갈 수 있다. 휴양림에서 찻길은 끝나고 등산로로 연결된다.
카카오맵으로 검색하면 강원도에 두타산이 두 개 나온다. 첫째는 동해시 삼화동에 있다. 유명한 무릉계곡에서 올라가는 두타산인데 높이가 1,353미터다. 두 번째 두타산은 평창군 진부면 수항리에 있는 두타산으로서 높이가 1,391미터다. 이 두타산에 국립 두타산자연휴양림이 조성되어 있다.
아차골교를 지나자 찻길의 왼쪽에 인도를 만들었는데, 절벽인데도 안전 난간이 없다. 엉뚱하게 길 쪽으로만 난간이 있다. 가양이 말했다. 이것은 개선되어야 한다. 행정관청에 민원으로 넣어서 시정되어야 한다고. 이 답사기를 읽는 강원도 도로관리사무소 공무원은 참고하기를 바란다.
찻길을 따라 걷자 오른쪽으로 화의리로 들어가는 삼거리가 나왔다.
화의리는 내가 전에 한번 들어가 본 적이 있다. 게르마늄이 풍부한 약수터가 화의리 안쪽에 있다고 해서 한번 가본 적이 있다. 이 약수터 물은 신장병 환자에게 좋다고 소문이 나서 서울에서도 사람들이 내려와서 약수를 받아 간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약수물을 먹고서 신장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나는 이과 출신이어서 그런지 민간요법보다는 의사의 말을 믿는 편이다.
길 따라 계속 내려가자 왼쪽으로 수항리로 들어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차를 운전하면 수항리로 들어가지 않고 수항터널을 통과하는데, 우리는 걷기 때문에 소음이 요란한 수항터널을 택하지 않고 (구)59번 길을 따라 걸어갔다. 이 길로 차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차단기를 설치하였다. 나는 사전답사를 통하여 차단기를 우회하여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