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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아니라 ‘셈갈’이다!

서양말 매스매틱스(mathematics)’는 우리말 ‘셈갈’로
김두루한 배움이야기 6

[우리문화신문=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초등 교과서로 본 셈본, 산수, 수학

 

초등학교에서는 ‘셈본’을 1946년부터 1955년까지 펴낸 일이 있다. ‘산수’는 1941년부터 써 온 이름인데, 우리말 도로찾기 차원에서 셈본으로 바꾼 것이었다. 셈본은 셈하는 방식. 또는 그것을 전하는 책을 말한다. 1954년 4월부터 제1차 교육과정이 시작되는데, 1955년부터 교과서 이름은 산수로 다시 바꾸었다. 또 제6차 교육과정(1992~1997)에 따라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뀌고, 1994년부터 '산수'가 '수학'으로 바뀌었다. 이전까지 수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배웠던 과목이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두산백과사전》, 고등학교 《수학》 (박교식 외, 동아출판) 교과서에서는 ‘수학’을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숫자와 기호를 사용하여 수량과 도형 및 그것들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민족》

물건을 헤아리거나 측정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수(數)ㆍ양(量)에 관한 학문이다. 다른 학문의 기초가 되기도 하며, 인류의 역사상 가장 오래전부터 발달해 온 학문이다.《두산》

자연 현상 및 사회 현상의 탐구와 과학기술의 개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적인 도구. 수학을 공부하면서 문제 해결 능력, 추론 능력, 창의*융합 능력, 의사소통 능력, 정보 처리 능력, 수학적 태도 및 실천 능력을 기를 수 있다《수학》

 

셈하기와 수학은 산수와 무엇이 다를까?

 

계산이란 말에서 계(計)가 지닌 뜻은 하나, 둘, 셋 말하면서 열 개씩 묶어 가며 센다는 뜻이다. ‘산’(算)은 대나무를 갖춘다는 뜻이다. 나무젓가락과 같은 막대기(산가지)로 셈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계산이란 수식에 따라 산가지를 가지고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하며 움직여 수를 헤아리는 것이다.

 

영어로 셈(계산)은 ‘칼큘레이션(calculation)’인데 칼큘리(calculi)는 숫자 구실을 한 돌멩이로 진흙을 구워 만들었다. 모양과 크기에 따라 나타내는 셈(숫자)의 크기는 달랐다고 한다. 위 산가지와 소재만 다를 뿐 셈하기 방식은 같은 셈이다.

 

왜 ‘수학’이란 말을 들으면 숫자나 계산만 떠오를까? 우리가 일본말 ‘스우가쿠(數學)’나 ‘수리’(數理)를 앞으로도 꼭 써야 할까? 옛 그리스말 ‘mathematikos’에 뿌리를 둔 ‘mathematics’란 ‘배우는 모든 것’, ‘아는 것’을 뜻한다. 피타고라스에겐 정수, 기하, 천문, 음악은 모두 한 학문이었듯 기계, 역학, 광학 등 여러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며 맞닥뜨린 셈하기(수학)는 배워서 어디에 쓸까? ‘보이는 답’을 셈하기에 그칠 뿐인가? 셈갈(수학)이 생명학과 어우러진 셈생명(‘Mathematical Biology’,수리생명) 분야처럼 복잡한 생명 현상을 현미경 보듯이 들여다보게도 한다. 미리 셈하고 헤아려 본뜨기(모델링)와 컴퓨터 모의실험 틀을 만들어 두면 여러 가지 조건에서 결과를 얻기에 임상시험 짐을 엄청나게 덜어준다.

 

우리가 아침이면 눈을 뜨고 밤이 되면 잠들 수 있는 것은 골(뇌) 속에 있는 시각교차상핵이 생체시계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24시간 주기로 펄(per)이란 단백질을 분해할 때 온도 변화에 따라 알맞게 속도를 조절하는 분자 스위치로 끄고 켜짐을 밝힌 셈생명 연구(김재경 카이스트 교수)도 셈갈(수학) 힘이다. 수면장애를 비롯한 만병 뿌리인 ‘일주기 생체리듬 장애 질환’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생체시계(Bio-Clock): 동식물의 생리, 대사, 발생, 행동, 노화 등의 주기 리듬을 나타내는 시계.

 

 

 

윤동주 ‘별 헤는 밤’과 정철 ‘장진주사’와 ‘관동별곡’에 나온 ‘헤다’와 ‘세다’

 

①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아래 줄임) <‘별헤는 밤’>(윤동주)

②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세어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장진주사>

③ 天텬中듕의 티ᄯᅳ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하늘에 치솟아 뜨니 터럭도 셀 수 있도다.<관동별곡> (정철)

 

 

①은 시 ‘별 헤는 밤’(윤동주)의 일부다. 여기서 ‘헤다'는 함경도 고장말인데 '세다(count)'를 뜻한다. 입천장소리되기로 ‘ㅎ’이 ‘ㅅ’으로 날 법하지만, 함경도 고장말에선 그리 쓰이지 않는다. ② 시조 장진주사(정철)에서 ‘세어놓고’가 쓰인 보기다. ③ 가사 관동별곡에서 ‘혜리로다’로 보아 ‘세다’와 ‘헤다’는 같은 뜻의 다른 말이다. 말하자면 말꽃(문학)과 셈갈(수학)이 만나 어울리며 녹아든 보기이다. ‘헤아리다’는 ‘생각하다’와도 통한다. 일찍이 써 온 ‘셈본’을 떠올리며 수학 대신 ‘셈갈’을 쓰면 어떨까?

 

디지털 시대? 죽은 수학보다 셈갈이 꽃 피는 나라로!

 

컴퓨터(computer)란 말은 어떤 뜻이 담겼는가? 1613년 옥스퍼드 말모이(사전)에 따르면 계산하는 사람이었다. 1897년에야 셈(계산)하는 기계로 쓰인다. 컴퓨터 선구자인 앨런 튜링이 1937년 논문에 말한 뒤로 1945년부터 디지털 전자기계로 쓰였다. 컴퓨터는 이제 단순 셈하기를 하지 않고 이미 수다생성기(챗지피티-ChatGPT)까지 나올 정도로 눈부시게 듯사람(인공지능, AI)으로 진화했다.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한 번도 하지 못한 질문, 기계가 할 수 없는 질문을 하여야 한다. 3차 산업혁명 시대와 달리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엔 기계가 꿈도 꾸지 못하는 위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려면 인공지능이 잘하는 수학, 과학 학습만 죽어라 익히고 매달릴 때가 아니다.

 

학교에서 칸막이 교과로 수학 시험을 대비해 문제를 풀고 익히기만 하면 우리가 잘 살 수 있을까? 살아가며 필요한 여러 문제를 슬기롭게 풀면서 말이다. 현실은 수학포기자(수포자)가 늘고 대부분이 어려워한다. ‘방정식’이나 ‘부등식’, ‘집합과 명제’,'함수와 그래프‘, 순열과 조합이란 용어를 왜 써야 할까? ’같음식‘, ’크다식‘, ’따름수‘로 쓰면 안 되는가?

 

필즈상(수학계 노벨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도 하마터면 ’수포자‘가 될 뻔했다. 도형을 찌그러뜨리는 전문가인 그처럼 어릴 적부터 학생이 저마다 셈갈에서 나오는 뜻(개념)을 잘 알고 나름으로 이모저모 실험해 보게 돕자. 스스로 만든 물음과 맞닥뜨려 풀 힘이 길러지도록.

 

왜 ‘수학적’ 탐구ㆍ사고로 ‘수포자’를 만들 것인가? 외어 익힌 공식으로 시험 보는 ‘죽은 앎’에 그칠 때인가? 셈하는 배움은 내 삶에서 생각하며 말하고 글 쓰고 상상으로 이어질 테다. 이제 셈하며 헤아리고 생각하는 배움을 새롭게 꽃 피울 때다. ‘죽은 수학’이 아니라 ‘살맛 나는 셈갈’로!

 

 

  글쓴이 김두루한 소장:

 

   <참배움연구소>에서 참배움과 온배움, 늘배움의 배움학을 함께 갈고 닦는다. 《배움혁명》(2020), 《누리자!배움!》(2022)에 이어 《배움사회》(2023)를 펴냈으며 헌법 제31조 ‘교육받을 권리’를 ‘배움 누릴 권리’로 바꾸는 배움판갈이(배움혁명)로 대한민국을 혁신하고자 한다. 교육/학습사회 체제를 벗어나 ‘배움사회’ 체제를 이루어 참삶누림을 돕는 배움길 찾기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