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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와 초의의 우정 그리고 제주 추사유배지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봄비처럼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제주, 거기에 바람까지 불어대는 게 음산하기 짝이 없다. 출발하는 날부터 궂은 날씨는 이삼 일간 계속 흐린다는 비 예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제주에 올 때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대정이다. 공항에서 차로 1시간가량 걸리는 대정에는 추사유배지가 있는 곳으로 지금은 추사기념관이 번듯하게 들어섰지만 기념관 뒤편 초가집으로 발길이 먼저 가는 것은 왜일까?

 

 

 

대문을 들어서면 ㄷ자로 배치된 초가집 가운데 문간 오른쪽, 채 한 평이 될까말까한 좁은 방안에 밀랍 인형 둘이 앉아있는데 이들은 추사와 초의선사다. 차를 마시는 이들의 모습을 바라다보고 있자니 이들이 살던 18세기의 한 끝자락을 보는 듯 가슴이 아련해온다. 고향의 가족과 공적인 업무에서 배제된 채 유배(流配)의 삶을 살아야했던 당시 선비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쇠처럼 단단하고 난초처럼 향기로운, 추사와 초의 친구사이의 매우 두터운 우정을 '금란지교' 라 한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와 초의 의순(草衣 意恂, 1786~1866)의 우정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1815년 처음 만난 추사와 초의 이후 추사는 초의에게 걸명시(乞茗詩)를 보내고, 그에 대한, 답례로 글씨를 보내곤 했는데 대표적인 글씨가 '명선(茗禪)' 이다. 1840년 제주도로 유배온 추사는 차를 마시며 쓸쓸한 마음을 달랬다. 1843년 초의는 제주도에 내려와 6달 동안 추사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추사는 초의에게 '일로향실(一爐香室)' 이란 글씨를 써주었으며, 이것은 현재 해남 대둔사 일지암에 걸려있다.”

 

 

 

 

이는 복원된 추사유배지 초가집 앞에 세워져 있는 안내문 기록이다. 유배의 쓰디쓴 잔을 마시고 있을 때 찾아와 준 벗, 그가 초의 선사다. 추사와 초의는 1876년생으로 동갑이다. 추사와 초의는 29살 때 서로 알게되어 우정을 나눴고 추사가 54살 때 제주로 유배온 뒤  3년 뒤인 57살 때 두사람은 유배지에서 기쁜 만남을 가졌다. 그때 동갑내기 초의 선사가 추사를 찾아와 반년을 함께 보낸 것이다.

 

 

 

지금, 두 사람은 가고 유배지 좁은 방에는 밀랍인형으로 남아 찻잔을 마주하고 있는모습이지만  우정의 꽃향기만은 시대를 초월하여 은은하게 남아있는 느낌이다. 추사는 이후 9년 동안의 유배를 마치고 한양으로 올라가 70살을 일기로 삶을 마감했으며 초의는 추사보다 10년을 더 산 뒤 80살에 입적했다. 추사유배지 초가집과 추사관 담장 주변에는 수선화꽃이 활짝피어 바람에 할랑거리고 있었다. 

 

 

<제주추사관> 

제주특별자치도 대정읍 추사로 44 // 064)710-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