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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민천식의 화관무, 김나연-차지언으로 계승돼 와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65]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화관무란 꽃으로 만든 화려한 관을 쓰고, 추는 춤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점. 꽃으로 장식한 무리의 여인들이 인류의 영원과 번영을 기원하며 추는 춤, 청중들 앞에서 꽃을 매개로 하여 이상(理想)의 세계를 안내하는 춤이 곧 화관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당시 민천식이 나라의 태평성대와 민족의 영원을 염원하는 춤을 안무하여 민족의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 화관무를 연희하였다는 점, 화관무의 반주음악이 삼현육각(三絃六角)이란 점에서 반주음악에 관한 연구나 전승에도 필연성을 제기해 주고 있어서 신뢰가 되는 긍정적인 결과라는 점 등을 지난주에 이야기하였다.

 

한국전쟁 이후 남하하여 인천에 터전을 잡은 민천식은 탈춤과 교방춤의 양식을 더해 기존의 화관무를 완성도 높은 춤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악(樂)ㆍ가(歌)ㆍ무(舞)의 예술 활동을 통해서 나라의 번영을 노래하고, 우리의 이상 세계를 추구하려는 노력은 바로 우리뿐 아니라 인류가 하나 됨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의식에서 출발하는 춤의 기원을 찾을 수 있어 화관무는 더더욱 전통에 기인하고 있는 우리의 춤이면서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그러한 춤이 아닐까 한다.

 

이 춤의 구조를 살펴본다면, 전개는 장단의 변화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되고 있다.

 

 

먼저, 6박의 도드리장단에 춤꾼들이 늘어서서 큰절하며, 춤의 시작을 알리고 타령장단에 맞추어 본격적인 춤사위가 진행된다. 공간의 이동이나 대형의 변화보다 주로 열을 맞춘 춤꾼의 신체 방향 변화가 주가 되는 것이다. 춤사위는 좌우가 고르게 반복되며 한삼을 엎고 젖히며 흐르는 곡선으로 표현되는데, 무엇보다도 깊은 호흡에서 나오는 조심스러운 움직임은 무게 있는 발디딤이 그 깊이를 더해주며 춤의 강약을 적절히 조율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궁중의 양식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굿거리장단이 나오는 부분부터 춤은 이전과는 달리 더욱 활달해진다. 원 대형으로 이동하며 연풍을 도는 춤꾼의 모습은, 마치 달을 그리며 안녕을 염원하는 춤의 핵심적 의미를 담아내며 절정을 보여준다.

 

타령장단이 나오는 부분이 궁중정재의 원리를 따라 움직임을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굿거리 부분은 형식이 다소 자유로워지고, 한삼의 뿌림 또한, 그 기운이 강해지며 해서지역 탈춤 사위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부분에서 교태(嬌態)로운 몸놀림이 더해져 교방 기녀의 이미지를 투영하게 된다.

 

민천식의 화관무는 정갈하고 기품이 있으며 그 위에 호방한 한삼의 뿌림이 있고, 유연한 몸놀림이 더해진다. 그러므로 그의 화관무는 궁중무의 ‘규칙’을 따르면서도 동시에 민속춤의 ‘자유로움’도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지역이나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그의 춤방은 세 작품 모두가 각기 다른 구성과 양식으로 짜여 있으며 작품마다 특색있는 춤 새를 내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춤사위의 어울림은 궁중과 민속을 넘나드는 다양성을 표출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춤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할 것이다.

 

민천식은 1960년대 인천을 대표하는 춤의 대가로 명성을 높이지만, 고향 해서탈춤을 복원하는 체계를 확립하며 본인만의 춤 체계를 구축하고 있던 곧 더욱더 전승 활동이 활발해야 하는 시기인 1967년, 그것도 봉산탈춤 예능보유자의 지정을 앞두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당시 그의 나이는 68살.

 

지척에서 그를 지켜오던 제자들에 의해 그 춤의 원형이 보존되어 지금까지 전승되어 왔다는 점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해주 권번의 전통춤 전승교육의 토대였던 그의 전통 춤들은 다행스럽게도 김나연(현, 황해도무형문화재 제4호 화관무 명예보유자)에 의해 전승이 되었고, 그 가운데 화관무는 2011년 그 역사적 값어치를 인정받아 황해도 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되었다.

 

 

지정 이후에는 꾸준한 전승교육을 통해 보존체계를 확실하게 세워놓을 수 있었는데, 현재는 김나연의 계보를 이은 차지언에 의해 계승이 되고 있다. 차지언은 현재, 황해도 무형문화재 제4호 화관무 예능보유자의 중책을 맡고, 이수자, 전수자로 이어지는 전승 구도를 형성하며 활발하게 전승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