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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콕토, 당신이 옳았습니다’ 전국댄스경연대회 끝나

임세혁의 K-POP 서곡 8

[우리문화신문=임세혁 교수]  

 

2012년 10월 6일 자 빌보드 차트 순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위에 기록되었다. 그리고 8년 정도가 지난 2020년 9월 5일 방탄소년단의 <Dynamite>가 빌보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였다. 우리랑은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던 미국의 빌보드는 이제 한국 음악 시장의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고 김치와 태권도만이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과거와 달리 K-POP이라는 우리의 대중음악으로 외국에 우리를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임세혁의 K-POP 서곡’은 아무것도 없는 맨땅 위에 치열하게 음악의 탑을 쌓아서 오늘에 이르게 만든 음악 선학들의 이야기다.

 

전날 하도 잠이 오지 않아서 뜬눈으로 밤을 꼴딱 새워버리고 아침 6시부터 행사장에 나가서 무대 설치를 시작했다. 무대 바닥 작업과 음향 작업, 그리고 현수막 작업을 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기 때문에 대회장 입장 시간인 아침 8시 30분을 맞추기 위해서 업체에서 새벽부터 나와서 작업을 진행했다. 7시 50분에 현장 진행요원들이 출근했고 얼추 준비를 마무리하려던 그때 아침 8시부터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행사장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꽤 긴 줄을 서서 참가 확인을 받기 시작하였고 접수처 앞이 금방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그렇게 9시부터 경연이 시작되었다. 오전은 개인 부문으로 진행하고 낮 3시부터는 단체 부문이 시작되는 시간표에 맞춰서 진행되었다.

 

첫 번째 개인 참가자가 올라온다. 초등학생인데 옷차림과 머리가 심상치 않다 싶었더니만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니 춤을 추는데 초등학생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을 보여준다. 초등학생이라고 해서 귀엽게 추겠거니 생각했는데 이건 뭐 프로처럼 추고 있다. 이럴 때 점수 기준을 잘 맞춰야 한다. 너무 후하게 주면 변별력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너무 짜게 주면 점수 평균이 확 낮아져 버리기 때문에 첫 번째 참가자는 심사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곤 한다.

 

생각을 한창 정리하고 있는데 벌써 두 번째 참가자가 올라온다. 큰일이다. 여기도 초등학생인데 잘한다. 내색은 못 하고 속으로 점수를 어떻게 줘야 할지 당황해서 어어 하는 사이에 참가자들이 올라와서 경연하고 내려간다. 분명 초등학생만 올라오는 순서인데 수준이 너무 높다. 거기다가 고학년인 학생들은 모르면 고등학생이라고 얘기해도 믿을 정도로 신체 조건이 좋다.

 

 

 

정신없는 사이에 시간이 훅 지나가서 점심시간이 되었다. 대기실로 내려와서 다른 심사위원들과 도시락을 먹으면서 초등학생들이 무섭게 잘한다는 얘기를 꺼내니 외부 심사위원들 세분과 진행자분의 공통적인 의견이 올해 들어 본 대회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것 같다고 한다.

 

나름 뿌듯하면서도 시상 때 등수를 어떻게 갈라야 하나 걱정이 태산같이 밀려왔다. 잠시 바깥으로 나가보니 바깥 농구장을 비롯한 대기실, 복도 등 장소가 될 만한 곳이면 어디든지 출전자들이 자리를 잡고 마지막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개인 심사를 마무리하고 단체 심사가 시작되었다. 아뿔싸…. 이건 더 심하다. 단체는 특성상 인원이 5명 이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무대를 꽉 채우는 느낌 때문에 훨씬 역동적이다. 안 좋은 점을 찾기 힘든 무대들이 계속 이어진다. 나중에는 그냥 “에라 모르겠다 점수 취합해서 총점 매기면 등수는 알아서 나오겠지”라는 심정으로 그냥 점수를 매기기에 이르렀다.

 

 

초등부를 지나 중등부에서 고등부까지 가니 이건 숫제 날아다닌다고 봐야 할 수준이다. 다른 심사위원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상금을 목표로 경연대회마다 단골로 참가하는 팀들도 몇 팀 보이고 행사에 초청되어 공연하는 팀들도 이번 대회에 여럿 출전했다고 한다. 학원들도 자신들의 학원에서 가장 잘하는 팀들을 개인과 단체로 출전시킨 것 같다고 한다. 예전에는 개인들이 알아서 연습하던 수준이었기 때문에 무용수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르게 결과가 나왔다면 이제는 학원을 통한 체계적인 교육으로 만들어지니 전체적인 수준 자체가 올라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연은 경연이고 등수는 갈려야만 했다. 누군가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일 수 있겠지만 아이들은 환하게 웃었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경연 그 자체를 즐기는 문화도 생겼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수상을 한 학생들도 이 무대가 인생의 마지막 무대가 아니니 안주하면 안 되며 수상을 못 한 학생들도 결국 이 무대가 그들의 마지막이 아니라서 결코 좌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간단한 진리를 서른이 넘어서야 깨닫게 되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다. 무섭다고 생각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부럽기도 하다.

 

대회를 마무리하고 보니 혹시 응급상황이 생기면 쓰려고 구급상자를 사놨는데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그 흔한 넘어져서 무릎이 쓸리는 사고도 나지 않은 것을 보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자리를 빌려서 단 하나의 사고도 허용하지 않은 현장 진행요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얘기하고 싶다.

 

이렇게 수준 높은 대회를 만들 수 있게 홍보와 실무를 도맡아 한 사무국 선생님들, 긴 시간 동안 대회장의 열기를 유지해 주신 사회자 박재형(라쿤)님, 심사하느라 고생 많으셨던 여은지(펑키와이), 김태현(바타), 신도훈 심사위원님께 감사를 드린다. 일만 벌여놓고 대책 없는 학과장 때문에 졸지에 자다가 악몽에 시달린 조아라 교수님께도 학교 앞 강촌천이 마르고 닳도록 감사를 표하며 이 대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 송곡대학교 왕덕양 총장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예전에 뮤지컬 계통에서 일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가운데 하나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막은 정해진 시간에 올라가고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막은 내려오게 되어 있다고 들었다. 아무리 엄청난 수준을 자랑하는 경연대회라 할지라도 결국은 잠시 지나가는 시간 중 하나라는 걸 아이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지나간 시간이 켜켜이 쌓여서 예술가로서 자신이 보유하게 될 든든한 심적 자본이 될 테니 말이다.

 

다 끝나서 하는 얘기지만, 장 콕토... 당신이 옳았습니다. 요즘 애들 진짜 무섭더라구요...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임세혁

- 예술학 박사 / 송곡대학교 K-POP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