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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어머니 닮은 코스모스 키를 훌쩍 넘어섰다

이춘우​, <코스모스>
[겨레문화와 시마을 22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코스모스

 

                               - 이춘우​

     어머니 닮은 코스모스

     삽짝에 서서

     날 반겨주고

     떠나올 때도 손짓으로

     나를 보냈다

     "잘 살아야 한데이"

     어머니의 걱정에

     눈시울 뜨거워지고

     나는 어느새

     코스모스 키를 훌쩍 넘어섰다

 

 

 

 

코스모스, 우리말로 ‘살사리꽃’이라 한다. 앞장서서 가을을 맞이하는 꽃으로 예부터 시인, 가객들이 즐겨 노래로 읊조렸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해살이풀 코스모스는 멕시코가 원산지로 1910년 무렵 건너왔다고 하며,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하늘거리는 모양이 참 아름답게 보여 ‘살사리꽃’이라고 했으리라 짐작된다. 다만 이 아름다운 말은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코스모스의 잘못된 이름” 또는 “코스모스의 비표준어”라고 깎아내려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이제 이틀 뒤면 24절기의 열다섯째 <백로(白露)>다. 이때쯤 보내는 옛 편지 첫머리를 보면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만강하시고…….” 하는 구절을 잘 썼는데, 포도가 익어 수확하는 백로에서 한가위까지를 <포도순절>이라 했다. 또 부모에게 배은망덕한 행위를 했을 때 <포도지정(葡萄之情)>을 잊었다고 하는데 이 “포도의 정”이란 어릴 때 어머니가 포도를 한 알, 한 알 입에 넣어 껍데기와 씨를 가려낸 다음 어린 자식에게 입으로 먹여주던 그 정을 일컫는다. “백로”, 어머니의 <포도지정>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여기 이춘우 시인은 <코스모스>란 시에서 “어머니 닮은 코스모스 / 삽짝에 서서 / 날 반겨주고”라고 노래한다. 또 “어머니의 걱정에 / 눈시울 뜨거워지고 / 나는 어느새 / 코스모스 키를 훌쩍 넘어섰다”라고 고백한다. 나는 어느새 코스모스 키를 훌쩍 넘어 자랐지만, 코스모스 곧 살살이꽃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포도를 입에 넣어 껍데기와 씨를 가려낸 입으로 먹여주던 것처럼 이때쯤엔 말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