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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말뜻 / 권재일(서울대교수)



"정확한 말뜻"


어떤 문제에 대해 열심히 논의하는 장면을 두고 곧잘 “난상토론을 벌인다”고 표현한다. 여기에서 ‘난상’이란 무슨 뜻일까?
어느 보고서에서 대학교 신입생들한테 물어보았더니, 대부분이 ‘난상’을 어지러울 정도로 혹은 열띠게 토론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의 본래 뜻은 차분하게 심사숙고하여 의논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적으로 우리가 낱말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쓰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물론, 한자표기 ‘商’을 보았더라도 그 뜻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대학생들에게 우리 속담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란 말의 뜻을 물어 보았다고 한다. 대부분이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익을 본다는 ‘일석이조’의 뜻으로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속담의 본래 뜻은 도랑을 말끔히 치우고 난 다음 아무 것도 없는 데서 가재를 잡으려 한다는 뜻으로, 일의 차례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애쓴 보람이 나타나지 않음을 표현하는 속담이다. 남북 사전 두루 이런 뜻으로 속담을 풀이하고 있고, 몇몇 사전은 이 뜻과 함께 일석이조란 뜻도 덧붙여 두고 있다.

위의 보기를 통해 보면, 우리의 어휘력이 얼마나 부족하고, 또한 그 부족함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언어생활의 올바른 방향은 우리말을 쉽게, 바르게, 그리고 곱게 가다듬어 쓰는 데 있다. 그러나 그 방향이 여기에만 멈춰서는 안 된다. 언어가 가지는 기본 기능이 사회생활에서 의사 전달을 제대로 하게 하는 것이라 할 때, 우리는 우리말이 의사 전달의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갈고 다듬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말의 뜻을 정확하게 익혀 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한겨레신문
권재일/서울대교수·언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