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에 대해 열심히 논의하는 장면을 두고 곧잘 “난상토론을 벌인다”고 표현한다. 여기에서 ‘난상’이란 무슨 뜻일까?
어느 보고서에서 대학교 신입생들한테 물어보았더니, 대부분이 ‘난상’을 어지러울 정도로 혹은 열띠게 토론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의 본래 뜻은 차분하게 심사숙고하여 의논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적으로 우리가 낱말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쓰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물론, 한자표기 ‘商’을 보았더라도 그 뜻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대학생들에게 우리 속담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란 말의 뜻을 물어 보았다고 한다. 대부분이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익을 본다는 ‘일석이조’의 뜻으로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속담의 본래 뜻은 도랑을 말끔히 치우고 난 다음 아무 것도 없는 데서 가재를 잡으려 한다는 뜻으로, 일의 차례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애쓴 보람이 나타나지 않음을 표현하는 속담이다. 남북 사전 두루 이런 뜻으로 속담을 풀이하고 있고, 몇몇 사전은 이 뜻과 함께 일석이조란 뜻도 덧붙여 두고 있다.
위의 보기를 통해 보면, 우리의 어휘력이 얼마나 부족하고, 또한 그 부족함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언어생활의 올바른 방향은 우리말을 쉽게, 바르게, 그리고 곱게 가다듬어 쓰는 데 있다. 그러나 그 방향이 여기에만 멈춰서는 안 된다. 언어가 가지는 기본 기능이 사회생활에서 의사 전달을 제대로 하게 하는 것이라 할 때, 우리는 우리말이 의사 전달의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갈고 다듬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말의 뜻을 정확하게 익혀 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