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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보다 정감 있는 우리말 - 동무 / 정인갑

친구보다 정감 있는 우리말 - 동무 몇 년 전 한국 어느 신문의 칼럼에서 "동무"란 제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고 문 익환 목사가 북한 김 일성 주석을 만날 때, 그를 어떻게 부를 것인지 고민하던 끝에 "동무"라고 불렀다는 내용 이였다. 그러면서 "동무"는 한자의 (同務)에서 왔을 것으로 보고,"같이 힘을 쓰는 사람"이라 해석해놓았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동무"는 한자의 "同務"에서 온 것이 아니라"同謀"에서 왔다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할 듯하다. 중세 중국에서는 서로 돕는 동료 일꾼을 "훠찌(伙計)"라고 했다. 유창돈 "劉昌惇"의 <이조어사전 李朝語辭典>에 의하면, 이 단어를 한국의 언해본<노박집람 老朴集覽>이나<역어유해 譯語類解> 및,<동문유해 同文類解>에서는 "동모"로 번역했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역어유해>와 대조해 본 결과,"동모"가 아니라"동무"로 되어 있다. 또<훈몽자회 訓蒙字會>는 "반 伴"자에 대한 해석이 "벋(벗-필자주)반"으로 되어 있고, 그 밑에 "통속적인 말로 화반伙伴, 동모同謀라고 한다"는 각주를 달았다.<유합類合>에서는 반伴자를 아예 "동모반" 이라고 풀이했다. '伴'자는'동반자'라는 말에 쓰이는 "伴"자이므로 그 뜻이 '동무'와 통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면 '동모'의 어원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를 중국어의 "同謀"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同謀"라는 단에는 "같이 일을 꾀하다"(동사),"같이 일을 꾀하는 사람"(명사)의 뜻으로, 춘추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자주 쓰이고 있다. 이런 단어가 한자어에 없을 리 만무하며, 한국어의 "동무"란 단어가 "친구"란 뜻 말고 "짝이 돼 함께 일하는 사람(명사)"혹은 "짝이돼 함께 일하다(동사)"는 뜻인 것으로 보아 그 어원이 중국어의 "同謀" 임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위에 언급한 <훈몽자회>는 1529년. ,<역어유해>는 17세기 말엽의 저작인 것으로 보아, 아마 한자어"同謀"를 옛날에는 '동모'라 하다가 후세에 '동무'로 바뀌었을 것이다. '동모"에서 같은 모음"오"가 중첩되므로 이화(異化)현상이 일어나 '동무'로 변하는 것은 언어 규칙에도 부합된다. 마치"고모 姑母"를 어떤 방언에서는 "고무"라고 하듯이. 지금 한국에서는 "동무"를 북한 말이라며 아예 쓰지도 않는다. 하지만 16세기에 벌써 우리말로 쓰인 것을 북한 말이란 이유로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실 북한에서도 이데올로기적으로 쓰는 말은 "동지 同志"이지 '동무'가 아니다. 남한에서는 '동무'를"친구"로 대체해 버렸는데, 이 두 단어가 완전히 같지 않기 때문에 꺼림칙할 때가 많다. 우선 동사로서의 "동무"다. 가령 거의 끝나가는 술자리에 온 사람에게 술을 권 할 때,"내가 동무해서 마셔 줄께..."하면 적절하련만 "친구해서 마셔줄게 "할 수도 없고 하여 이를 빙빙 둘려 다른 말로 표현한다. 명사 "동무"도 문제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어떤 공사장에서 새로 일게 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저 사람은 나의 동무야" 하거나 서로 "동무"라 부르면 적적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친구" "동료" 하거나 "김군" "박 일식씨" "미스타 최" 식으로 부른다. 심지어 재미 교포로부터 유(you)라고 칭하는 것까지 들어본 적이 있다. 모두 "동무"처럼 적절하지 못하다. 최근에는 중국 조선족들조차 한국인과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점점 "동무"라는 단어를 기피하더니 지금은 아예 쓰지 않는다. 연길(延吉)시 예술단의 공연 중에 서로 모르는 두 남자가 장보러 나와 자리다툼을 하다가 어느새 너 한잔, 나 한잔하며 술에 취하는 프로가 있었는데, 이를"술친구"라고 이름지었던 것이다."술 동무"라 하면 더 적절한데 말이다. 지금 한국에서도 아직 "길동무"라는 말을 쓰며, 가요"찔레꽃"에도 "동무"란 단어가 등장한다. 아주 없어진 것이 아니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인갑 / 중화서국(中華書局) 사전부(辭典部) 주임, 청화 대학중문학과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