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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미가 한국 전통 민속놀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9)]

[한국문화신문 얼레빗=이윤옥 전문기자] 어렸을 때 우리는 오재미 놀이를 즐겼다. 작은 헝겊 주머니를 만들어 모래나 콩을 넣어 만든 이것으로 상대방과 편을 짜 서로 던지고 노는 놀이다. 특히 초등학교 운동회날 장대를 높이 세우고 커다란 공 주머니를 매달아 놓고는 청군 백군 나뉘어서 <오재미>를 던지면 커다란 공 주머니는 팍 하고 터지는데 대부분 그 안에는 <점심시간> 같은 말이 쓰여 있던 기억이 난다.

“사단법인 한국청소년진흥재단 세종특별자치시지부(지부장 조주환), 세종종합사회복지관(관장 장백기), 세종청소년자활지원관(센터장 윤성웅)이 공동주관해 23일 세종시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정월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을 개최해 지역 청소년들과 주민들이 다양한 민속놀이를 체험했다. (중략) 특히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펼쳐진 엿치기, 오재미 던지기 경연마당을 기획해, 어르신들의 유년시절 추억을 되살려 지역 어르신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 더욱더 뜻 깊은 시간이 됐다.”

지난 3월 25일 치 충청투데이에 실린 기사에는 오재미놀이를 민속놀이로 여기고 있다. 뿐만아니라 인터넷에도 이 놀이를 전통놀이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오재미 놀이는 어디서 온 말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오자미 : 헝겊 주머니에 콩 따위를 넣고 봉하여서 공 모양으로 만든 것 <일>ozyami ”라고만 나와 있다. 같은 일본말인 몸뻬는 “<일>monpe, 여자들이 일할 때 입는 바지의 하나. 일본에서 들어온 옷으로 통이 넓고 발목을 묶게 되어 있다. ‘왜 바지’, ‘일 바지’로 순화”하라고 되어 있는 것에 견주면 많이 부족한 설명이다.

   
▲ 일본 오재미(오테다마) 협회의 잡지 표지

오재미 또는 지역에 따라 오자미라고 하는 이 콩주머니는 일본말 오쟈미(おじゃみ)에서 온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오자미’로 올린 것은 아마도 일본발음 ‘오쟈미’와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소리 내게 하기 위한 것인가 보다. 오쟈미를 관동지방에서는 오테다마(お手玉, おてだま)라고 하는데 한국인이 말하는 오재미(오자미)는 관서지방에서 쓰는 오쟈미를 들여다 쓰는 것이다.

도쿄말인 오테다마는 한자로 “お手玉”라고 쓰는데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손으로 만지고 노는 물건을 가리킨다. 일본에서는 실내 놀이용으로 많이 놀지만 한국에서는 주로 밖에서 ‘오재미 던지기’ 같은 놀이를 더 많이 즐겼던 기억이 난다.

일본에는 오테다마협회(日本のお手玉の会)가 1988년 창립되어 올해 17회째 오테다마(오재미)전국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 협회에서 밝힌 오재미의 유래를 보면, 기원전 5세기에 리디아인에 의해 발명되어 터키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에 세계 최고의 오재미 조각인 <아스토라가리>가 있다고 한다.

   
▲ 터키 아나톨리아 박물관의 오재미 모습 (일본 오재미협회의 누리집)

당시는 지금의 콩주머니나 모래주머니로 만든 오재미가 아니라 양(羊)의 복사뼈와 같은 동물 뼈를 이용했으며 이것이 나중에는 작은 돌멩이로 발전하였고 후에는 헝겊으로 만드는 형태로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성덕태자(聖徳太子)가 가지고 놀던 오재미가 있는데 태자가 가지고 놀던 오재미는 현재 동경 우에노의 국립법륭사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성덕태자 이후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년 ~ 1192년)에는 여자아이들의 놀이로 사랑받아왔는데 오재미의 일본이름은 지방마다 서로 달라 무려 321개나 되는 이름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놀이는 할머니로부터 어머니, 손녀에게 이어지는 놀이로 지금도 일본에서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지에서 할머니들을 초청하여 오재미 만들기와 놀이를 배우고 있다.

일제강점기 암흑시대를 보낸 부모세대들은 오재미놀이의 유래를 모른 채 그냥 따라 놀았다. 유래는커녕 글쓴이의 어린 시절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누가 오재미를 많이 만들어 오나?”로 경쟁을 시켰다. 이렇게 자란 사람들인지라 이것이 우리 전통놀이인줄 알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오재미놀이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일본에서 들여온 놀이를 “전통놀이”라고 하는 게 문제이다. 그리고 뜻도 모르는 일본말을 그대로 따라 쓰기 보다는 “콩주머니 놀이” 또는 “모래주머니 놀이” 같은 우리말로 바꿔주는 게 어른들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