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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동>이 경상도 사투리라고?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13)]

[얼레빗=이윤옥 기자] “방학숙제로 할건데요. 오뎅, 모찌, 사시미...같은 일본말을 선생님이 조사하라고 했어요. 급해요. 지금이 8월 27일이고 저 개학이 8월 29일이에요. 방학숙제를 아직 안해서...급하니까 빨리 부탁합니다. 날짜가 지났더라도 겨울방학 때 써먹으면 되니까 부탁해요. 되도록 8월 28일 저녁까지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자부동>은 일본말이 아니고 경상도 사투리인가요? 이것도 알려주세요.” -다음- 

어린 학생이 개학을 코앞에 두고 방학숙제 때문에 고민하다가 인터넷에 올린 글인 모양인데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겪었음직한 일이다. 위 학생이 질문한 “자부동은 경상도 사투리인가요?”라는 말을 곱씹으며 쓴 웃음을 지어본다.《다음 오픈국어사전》에는 ‘자부동: 방석을 가리키는 경상도 사투리’로 나와 있다. 어째서 이런 엉터리 정보가 나돌아 다니는 것일까? 

자부동을 일본어국어대사전 ≪大辞泉≫에서는 ‘ざぶとん,【座布団/座蒲団】: 座るときに敷く布団’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를 번역하면 ‘자부동 : 앉을 때 까는 방석이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이 만든《표준국어대사전》에 ‘자부동’은 없다. “사시미 : 생선회”, “미싱: 재봉틀” “몸뻬; 왜 바지” 같은 일본말은 실려 있는데 말이다. 국가 사전에는 없고 민간 사전에서는 ‘자부동’을 ‘경상도 사투리’라고 해놓았다. 

일본의 자부동 역사는 가마쿠라시대 (鎌倉時代,1192-1333)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에도시대 (江戸時代, 1603-1868)쯤에 와야 서민들이 이용하게 된다. 짚풀로 만든 ‘자부동’이 아니고 그 재료가 헝겊이라면 당연히 이러한 ‘자부동’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상당한 권력자나 고승들일 수밖에 없다. 

‘방석’이라하면 우리나라도 한 몫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조선방석’의 우수성이 엿보이는 기사가 무려 원문기준으로 124건이나 등장한다. 주로 여러 가지 꽃무늬로 짜 만든 ‘만화방석(滿花方席)’이 인기였다. 《태종실록》 2년(1402년)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 일본의 자부동

“일본국(日本國) 대상(大相)에게 토산물을 내려 주었다. 그가 보내 온 사람에게 주어 보냈으니, 은준(銀樽) 1개, 도금은규화배(鍍金銀葵花杯) 1개, 은탕관(銀湯罐) 1개, 흑사피화(黑斜皮靴) 1개, 죽모자(竹帽子) 10개, 저포(紵布)·마포(麻布) 각각 15필, 인삼(人蔘) 50근, 호피(虎皮)·표피(豹皮) 각각 3장, 잡채화석(雜彩花席) 12장, 만화방석(滿花方席)·만화침석(滿花寢席) 각각 5장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명나라에서도 메이드인 조선의 만화방석은 인기품목이었다. ‘방석’의 재료는 왕골 같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부터 비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깔고 앉는 것이 이른바 한국의 ‘방석’인 것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자부동이 경상도 사투리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는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이를 짚어주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