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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어깨'가 있다니?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21)]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얼마 전 강동지역에 볼일이 있어 한강변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다가 희한한 선간판을 발견했다. 8차선 도로인데 약간 굽은 길인데다가 갓길이 없어 차를 세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먼 길을 돌아 다시 그 자리로 달려왔다. 희한한 간판이란 다름 아닌 “길어깨 없음”이란 커다란 글자의 간판을 말한다. 옆에 ‘공사중’이란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근처 도로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세워 두었나 보다. 이 간판을 찍기 위해 깜빡이를 켜고 위험천만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 서울 미사리 방면의 올림픽대로변에 지금도 서있는 '길어깨없음'

 

 지금은 갓길이라는 말로 쓰는 이 말을 예전에는 “노견” 또는 “길어깨”라고 쓴 적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완료형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형으로 온 나라 곳곳에 지금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 
 

   
    ▲ 충청도 어느 지방도로에서 만난 '노견없음'

'노견'이란 낱말에 대한 추억으로는 초등학생인 조카딸의 질문이 떠오른다. “숙모, 노견은 늙은개죠?” 벌써 이십여 년 전이지만 그때는 아직 ‘갓길’이란 말을 쓰기 전이었다. 조카딸은 당시 학교에서 한자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갓길을 뜻하는 ‘노견(路肩)’을 ‘노견(老犬)’으로 잘못 알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노견이란 말이 어디서 왔는지 보자. 국립국어원의《표준국어대사전》에는 밑도 끝도 없이 “노견(路肩)→ 갓길”이라고만 간단히 나와 있다. 화살표가 있는 걸 보니 ‘갓길’로 다시 가서 찾아보라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노견=갓길”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말은 일본말 로카타(路肩,ろかた)에서 온 말이다. 일본국어대사전 《大辞泉》에 보면 “路肩 : 道路の有効幅員の外側の路面” 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를 번역하면 ‘도로에 유효폭원의 외측 노면’이다. 곧 로카타(路肩)의 한자를 한국음으로 읽어 ‘노견’이라 한 것이다. 원래 이것은 영어의 “road shoulder”에서 온 말로 일본사람들이 이를 직역하여 “길어깨”를 뜻하는 한자말 ‘路肩’으로 번역한 것을 국립국어원이 비판없이 그대로 들여다 '노견'으로 썼고 나중에는 한글화 한답시고 '길어깨'로 썼던 것이다.

   
   ▲ 요즘 표기 '갓길없음'

 이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국립국어원조차도 “우리말 순화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지금도 버젓이 있는 '길어깨없음'이란 선간판의 원인제공은 전적으로 국립국어원에 있다고 본다. 국립국어원은 무늬만 한글화 하려는 생각을 털고 지금 부터라도  일본어든 영어 따위를  우리말로 바꾸기 전에 충분한 낱말 연구를 하여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쉽고  편한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국립국어원이 한때 갓길을 '길어깨'라고 했음을 밝히는 글(200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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